남북간 더 이상 새로운 제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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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칼럼] 박근혜ㆍ김관용, 이미 합의했거나 비현실적 제안..."이행이 우선"


지난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 7차 세계 물포럼 개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회사를 통해 “70년간 지속된 긴장관계를 남북을 잇는 물길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며 "남북관통 하천을 공동관리하는 일부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가자"며 ‘임진강 남북공동관리’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이 북한과의 공동 물관리 제안을 통해 평화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물론 광복 70년을 맞아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미 남북간의 합의되고 논의된 사항임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남북은 지난 2004년 3월 열린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임진강 수해방지와 관련한 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다. 또한 이행과정에서 성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2007년 4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는 ‘공유하천 관리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때인 2009년 발생한 임진강 참사때도 정부에서 임진강 공동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매일신문> 2015년 4월 13일자 1면
<매일신문> 2015년 4월 13일자 1면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결국 실현이 되지는 못하였다. 즉 남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을 공동관리하자는 제안이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제안이 아니며 지금 남북간에 필요한 것은 무언가 참신한 제안을 내어놓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없는 비현실적인 대북 제안 

김관용 경북지사도 지난 4월 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는 자리에서 오는 8월 열리는 ‘경주 실크로드 대축전’에 북한공연단이 참여하는 방안을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게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는 기사가 나온바 있다. 북한공연단 초청이 이뤄진다면 이들에게 전용무대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를 통해 대구경북시도민들이 북한문화를 접하며 반북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니 이 또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도는 북한공연단에게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통일 한반도의 기상과 정신을 상징하는 특별공연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신라의 민족통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민족사의 전통성이 고구려에서 발해, 그리고 고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

<영남일보> 2015년 4월 4일자 1면
<영남일보> 2015년 4월 4일자 1면

그런데 이러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북한공연단에게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통일 한반도의 기상과 정신을 상징하는 특별공연을 요청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혀 없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라는 용어 자체가 어찌 보면 남한 중심의 통일을 지향하는 용어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최근 통일준비위원회의 흡수통일 준비 논란은 이러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북한공연단의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특별공연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 할 것이다.

북한공연단을 초청해 남북간 화해협력에 기여하고자 하는 경상북도의 의도는 좋다. 하지만 북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자세가 있었으면 아마 고구려나 발해를 배경으로 한 특별공연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남북간에 새로운 제안은 없다 

사실 남북간에 더 이상 새로운 제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 2000년 남북간에 최초로 이루어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6․15공동선언 이후 실행된 수 많은 남북협력사업 역시 이미 1991년 12월 13일 제 5차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기본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남북기본합의서와 이행에 관한 3가지 부속합의서에(<남북화해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남북․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에는 남북 사이에 합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남북 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 1장 3조에는 이런 합의가 있다.

남과 북은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해로 항로를 개설한다.


 6․15 공동선언 이후 이루어진 경의선, 동해북부선의 연결과 바닷길, 하늘길 연결사업과 공동이용에 관해 이미 합의하였던 것이다.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답 역시 이때의 합의에 나와 있다. <남북화해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 3장 비방․중상 중지 조항 제 13조에 이런 합의가 있다.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시각매개물(게시물)을 비롯한 그밖의 모든 수단을 텅히야 상대방을 비방․중상하지 아니한다.

또한 제 4장 파괴․전복행위 금지 조항 제 17조에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남과 북은 자기측 지역과 상대측 지역 및 해외에서 상대방의 체제와 법질서에 대한 파괴․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테러 단체나 조직을 결성 또는 지원․보호하지 아니한다.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 세세한 합의가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남북사이에 합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합의되어 있다. 하지만 남북기본합의서는 당시 이행되지 않았고 6․15공동선언이 이루지고 난 뒤 부분적으로 이행되었다. 남북간 합의와 이행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결국 중요한 것은 특별한 제안이나 세밀한 합의가 아니라 남북사이의 신뢰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행의지라고 볼 수 있다.   

나들섬ㆍDMZ 평화공원 제안, 일방성과 기존합의에 대한 부정

 이명박 정부때 제안되었던 ‘비핵개방 3000’이나 ‘나들섬 구상’,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이나 ‘DMZ 평화공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핵개방 3000’의 북이 선핵페기를 전제로 한 일방적인 구상이며 ‘나들성 구상’ 역시 ‘개성공단’이 비정상적인 운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쪽으로 북한 노동력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비현실적이고 일방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나 ‘DMZ 평화공원’ 구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흡수통일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신뢰회복 조치 없는 일방적 선언과 군사적 신뢰가 어느정도 진척되어야 가능한 ‘DMZ평화공원’ 역시 비현실적인 것이다. 결국 새롭지도 않은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은 기존합의에 대한 이행의지가 없기 때문이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 진행된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 신뢰 구축의 성과들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이다. 광복 70년 남북사이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업의 제안이 아니라 기존 합의에 대한 분명한 이행의지의 표명과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존중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그 출발은 남북기본합의서 제 1장 남북화해 조항의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 1조에서 제 4조까지의  조항이 특히 중요하다.

 제 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제 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
 제 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
 제 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 행우를 하지 아니한다.


초보적인 이 조항의 합의를 존중하고 이를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이 남북사이의 신뢰가 진전될 수 있으며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김두현 칼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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