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3호선, 물새고 흔들리고 '불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4.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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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개통 / 역사 빗물 새고 심한 차체 진동...지상 15m 무인운행에 안전요원 1명 뿐


대구도시철도 3호선(2015.4.2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도시철도 3호선(2015.4.2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골버스 탄 것처럼 너무 흔들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네요"

20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명덕역. 이은정(49.대봉동)씨는 처음 3호선을 타본 소감을 이 같이 말했다. 3호선 개통을 3일 앞두고 마지막 무료시승을 위해 명덕역을 찾은 이씨는 발 디딜틈 없이 꽉찬 3호선 열차를 보며 즐겁게 차편에 올랐지만 운행이 시작되자 차체에 심한 진동이 느껴져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의자는 이미 만석이고 손잡이도 모자라 출입구 문에 등을 기대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하로 달리는 대구 1.2호선의 안정감 있는 승차감과 달리 지상 15m 위 모노레일인 3호선은 전철 출발과 동시에 차체에 진동이 느껴졌다. 승객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렸다. 의자에 앉은 승객들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서서 가는 승객들은 손잡이나 보조바를 잡아야 했다. 차량 벽에 등을 기댄 승객들도 있었다. 수성구 궁전맨션 앞 같이 급격한 커브 구간에서는 몸이 한쪽으로 쏠리기도 했다.

3호선이 출발하자 차체 진동으로 손잡이를 잡고 가는 승객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호선이 출발하자 차체 진동으로 손잡이를 잡고 가는 승객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시장역과 범물역 역사에는 빗물이 샜다. 수성시장역 역사 개찰구에서 엘리베이터로 가는 통로 천장에는 빗물이 새 양동이 2대를 받쳐놨다. 종이박스와 방수포도 깔아놨지만 주말 내내 내린 비로 이미 바닥은 빗물로 축축했다. 범어역 역사에는 승객들이 교통카드를 찍는 개찰구 천장에서 빗물이 샜다. 마찬가지로 양동이로 빗물을 받쳐 놓았지만 양동이에 물이 가득차 빗물은 사방으로 튀겼다. 

수성시장역 역사에 빗물이 새 양동이 2개를 받쳐놨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시장역 역사에 빗물이 새 양동이 2개를 받쳐놨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명덕역 스크린도어 넘어로 고개를 내미는 학생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명덕역 스크린도어 넘어로 고개를 내미는 학생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높이가 낮은 스크린도어 앞에서 장난을 치는 학생들도 있어 위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호선 스크린도어는 1.2호선의 전면 스크린도어와 달리 높이가 1.2m에 불과하다. 성인의 가슴과 배 사이, 초등학교 저학년의 키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용지역 스크린도어 앞에 선 중학생들은 열차가 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 스크린도어 넘어로 고개를 빼고 밀고 당기는 장난을 치다 제지를 받기도 했다.

또 3호선이 지상철인 탓에 고층 건물을 지날 때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열차 창문이 자동으로 뿌옇게 변하게 돼 있지만, 열차 출입구 문 큰 유리창은 변하지 않아 건물 내부가 그대로 노출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열차 출입문 개폐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들바위역에서 탄 한 중년여성은 자신이 가져온 우산이 열차 출입문에 끼어 대봉역에서 겨우 우산을 빼냈다. 1.2호선은 출입문을 닫을 때 뒤늦게 승객이 몸을 넣으면 기관사가 자의로 문을 열어준다. 반면 3호선은 기관사가 없는 무인운행으로 일반역은 25초, 환승역은 30초만에 자동으로 문이 닫히게 돼 있다.

왼쪽 창문은 뿌옇게 변했지만 출입문 유리창은 변하지 않아 아파트 내부가 노출됐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 창문은 뿌옇게 변했지만 출입문 유리창은 변하지 않아 아파트 내부가 노출됐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같은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3호선에는 긴급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열차 내 안전요원이 1명 뿐이다. 이날도 노란조끼를 입은 안전요원 1명이 열차 차량 가장 앞에 있는 '안전요원지정석'에 앉아 있긴 했지만 좌석 89석, 정원 265명인 열차 전체를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무인운행 3호선에는 안전요원 1명이 탑승한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무인운행 3호선에는 안전요원 1명이 탑승한다(2015.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이날 3호선을 탄 김우형(18.범어동)군은 "처음엔 도심이 한 눈에 보여 멋져보였는데 계속 타니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올 것 같다"며 "불안해서 가능하면 3호선보다 버스를 탈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박영선(26.율하동)씨도 "승차감이 좋지 않아 자주 이용할 것 같지 않다"며 "안전벨트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한영(56.대현동)씨는 "타는 내내 조금 어지럽긴 했지만 그래도 풍경이 멋있어서 종종 탈 것 같다"며 "대구시가 앞으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을 꼭 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오는 23일 오후 2시 3호선 개통식을 갖기 전,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시승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18일과 19일 이틀동안 13만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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