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판했다고 구속?...검경, 눈치보기 정치수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5.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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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군산 시민단체, '박근혜 전단지' 제작자 "석방" 촉구..."비판할 권리" / "명예훼손"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제작자인 박성수(42.전북 군산)씨가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대구와 군산의 시민단체가 "정치수사"라며 박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인권운동연대, 인권실천시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 군산민생연대 등 대구와 군산의 20개 시민단체는 4일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성수씨를 구속한 것은 국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정치수사를 펼치는 대구 검경은 즉각 박성수씨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제작자 박성수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대구수성경찰서에 구속되자, 시민단체가 박씨에 대한 석방 촉구와 검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2015.5.4.대구지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제작자 박성수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대구수성경찰서에 구속되자, 시민단체가 박씨에 대한 석방 촉구와 검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2015.5.4.대구지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단체는 박씨가 제작한 전단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 그리고 자유로운 평화통일 논의를 위하여 정부의 무능과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면서 전단지를 작성했고 그 내용을 SNS에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은 앞으로 정부 비판 권리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도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 사건은 박씨 개인을 구속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할 권리 전체를 구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998년 4월 30일 헌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표현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라며 "사회구성원이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사회 기초,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민주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박씨 구속은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부당한 공권력의 폭거"라며 "박씨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검찰' 비판 피켓을 든 시민(2015.5.4.대구지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치검찰' 비판 피켓을 든 시민(2015.5.4.대구지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승무 인권실천시민행동 대표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로 검경은 이를 수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훼손해 정당한 비판자를 구속했다"면서 "권력에 대한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않고 박근혜 정권 입맛에 맛는 수사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박씨는 전북 군산이라는 주거가 분명하고 작가와 사회활동가라는 직업도 있으며 증거 인멸 우려도 없고 수사에도 협조해 왔다"며 "그런 박씨를 구속한 것은 검경이 청와대 눈치보기 정치수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며 "이를 막는 것은 대통령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70년대식 막걸리보안법 부활"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정 군산민생연대 사무처장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전단지를 뿌리고 공권력을 풍자한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더군다나 영장실질심사 1시간만에 영장이 발부된 것은 매우 빠르고 이례적인 일로 이쯤되면 막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수성경찰서 표지석에 개사료를 뿌리는 박성수씨(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수성경찰서 표지석에 개사료를 뿌리는 박성수씨(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대구수성경찰서 관계자는 "박씨는 주거가 불분명하고 직업도 명확치 않으며 조사 도중 뛰쳐나가 며칠 뒤 대검찰청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벌였다"며 "이런 점을 종합해 도주와 재범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또 박씨의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서는 "전단지와 SNS를 통해 대통령 공무와 관계없는 염문 등을 유포했다"면서 "명예훼손을 의심할 충만한 근거가 된다"고 했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앞서 4월 30일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 박성수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올초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 3만여장을 제작해 이를 서울과 부산, 군산, 대구 등 37곳에 배포하고 전단지 내용을 트위터에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앞서 4월 21일 경찰 '과잉수사'를 규탄하며 대구수성경찰서에 개사료를 뿌렸다. 일주일 뒤에는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 비판 퍼포먼스를 하다 미신고 옥외집회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긴급체포됐다. 이후 박 대통령 전단지 제작 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은 대구수성경찰서에 신병인수됐다. 경찰은 박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대구지방검찰청 형사제1부(검사 박순배)에 송치했다.

검찰은 4월 30일 "박씨가 출판물과 트위터로 박 대통령과 정윤회 염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지법(정영식 판사)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행위가 상습적이고 도주와 증거 인멸, 재범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박씨는 대구수성경찰서에 구속돼 있다.

박성수씨가 만든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성수씨가 만든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씨가 제작한 전단지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는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또 "정모씨 염문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내용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선거개입 유죄, 징역 3년 실형", "강탈해간 대통령자리 돌려줘"라고 적혔다. 대부분 종북몰이와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편 대구지역 사회활동가 변모(46)씨와 신모(34)씨 등 3명은 지난 2월 16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 20여장을 뿌린 혐의로 대구수성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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