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 성소수자 '퀴어축제' 행진 불허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6.0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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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모두 금지...경찰 "충돌우려" / 축제조직위 "성소수자 탄압, 법적대응"


경찰이 내달 초 예정된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진을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날 기독교단체와 행사, 행진 경로가 중복돼 "충돌과 교통불편 우려가 있다"며 퀴어축제 주최측과 기독교단체 측 모두에게 '금지통고'를 보낸 것이다. 퀴어축제 주최측은 "성소수자 탄압"이라며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한 반면, 경찰은 "안전하고 원할한 교통을 위해 법상 금지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중부경찰서는 5일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배진교)가 7월 3일·4일·5일로 집회신고한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에 의거해 집회·행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옥외집회(시위.행진) 금지통고서'를 퀴어축제조직위에 보냈다. 경찰은 이날 같은 내용의 금지통고를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장희종 목사.이하 대기총)에도 보냈다.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의 퍼레이드(2014.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의 퍼레이드(2014.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경찰은 금지통고서에서 "귀 단체에서 신고한 행진코스는 집시법에 규정된 주요도시 주요도로에 해당된다"며 "행진시 불특정 다수 행인들의 원활하고 안전한 교통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 "금지통고에도 불구하고 행진을 할 경우 강제해산되며 주최자는 집시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2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중부경찰서의 퀴어축제 '옥외집회(시위.행진) 금지통고서' / 사진.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대구중부경찰서의 퀴어축제 '옥외집회(시위.행진) 금지통고서' / 사진.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이에 따라 퀴어축제조직위는 오는 7월 3일 축제와 행진 장소로 집회신고한 대구백화점, 중앙파출소, 중앙도서관 등 10곳, 7월 4일 대구백화점, 2.28공원 등 24곳, 7월 5일 대구백화점과 중앙파출소, 2.28공원 등 7곳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진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09년부터 6회째 퀴어축제를 대구에서 진행해 왔지만 경찰이 행진을 불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총도 7월 4일 2.28공원 등 6곳에 대한 집회신고를 냈지만 경찰 금지통고로 행진을 할 수 없게 됐다. 금지통고서를 받은 이후 10일 이내에 대구지방경찰청장과 중부경찰서장에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경찰이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대구퀴어축제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게다가 중구청도 대구백화점 앞 동성로 야외광장에 대한 퀴어축제 측 사용을 '불허' 통보해 축제 여부가 불확실하다.

대구퀴어축제 주최측과 기독교단체 관계자들이 4일 자정 대구중부경찰서 앞에서 먼저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2015.6.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퀴어축제 주최측과 기독교단체 관계자들이 4일 자정 대구중부경찰서 앞에서 먼저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2015.6.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퀴어축제조직위에 참여하고 있는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5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은 교통불편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수 천여명이 집회신고된 단체들의 행진도 대구에서 진행돼고 있다"면서 "고작 8백여명에서 1천여명이 참여하는 퀴어축제 행진을 교통불편을 이유로 금지한 것은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또 "지금까지 평화롭게 퀴어축제 행진을 해왔는데 올해는 기독교단체의 방해공작과 유령집회 신고로 퀴어축제 행진을 막은 것이 아니겠냐"며 "명백한 성소수자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역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열어 경찰을 규탄할 것"이라며 "법적, 행정적 대응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퀴어축제 행진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목적이 상충하는 단체의 집회신고로 교통불편이 예상돼 금지통고를 내렸다"면서 "집시법상 적법한 금지통고로 문제가 없다. 지금으로선 퀴어단체뿐 아니라 종교단체에도 금지를 내렸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어 허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7회를 맞는 성소수자 권리 촉구 행사다. 올해는 오는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며, 성소수자와 관련한 토론회와 인권보고대회, 퍼레이드, 영화제, 연극제, 전시회 등이 열릴 계획이다. 퀴어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로 이 같은 행사는 미국 시카고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브라질의 '게이프라이드' 등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와 서울 2곳에서만 해마다 열리고 있다.

한편,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오는 9일 오후 대구 중구청에서 윤순영 구청장과 면담을 갖고 대구백화점 앞 동성로 야외무대 사용 불허와 관련한 얘기를 나눌 계획이다. 이후 조직위는 윤 구청장이 불허 입장을 고수할 경우 중구청 앞에서 "불허 철회, 허가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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