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 입력 2015.07.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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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으로 축제 개막 ... 5일 도심 퍼레이드, 19일까지 영화제ㆍ연극제


▲대구퀴어문화축제 사진전 '숨어있는 퀴어찾기' 관람객 전수빈씨(2015.7.1.무지개인권연대)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대구퀴어문화축제 사진전 '숨어있는 퀴어찾기' 관람객 전수빈씨(2015.7.1.무지개인권연대)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숨은 퀴어를 찾아라!'

1일 대구 중구 무지개인권연대 본부 한쪽 벽면이 사진 117장으로 가득 찼다. 사진 속에는 지난 3년 동안 한국과 일본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던 퀴어, 성소수자들의 얼굴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퀴어(Queer)란 성소수자를 뜻하는 말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을 의미한다. 

사진 속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는 서로 바라보며 손을 잡고 등을 마주하고 귓속말을 속삭였다. 성소수자인 그들도 축제 하루 만큼은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특히 도심이 흑백 처리된 사진 1장에는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만이 총천연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에이즈 감염인 후원 2014레드파티코리아 모습(2015.7.1)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에이즈 감염인 후원 2014레드파티코리아 모습(2015.7.1)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성(性)소수자들의 인권을 요구하는 퀴어축제 막이 대구에서 올랐다. 대구 37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1일부터 19일까지 동성로 일대에서 '혐오냠냠'이란 주제로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연다. 앞서 지난 한달동안  대구지방경찰청과 중구청의 퀴어축제 행진과 동성로 무대사용 '불허'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대구지방법원이 "불허할 이유가 없다"는 결정을 내려 축제가 진행되게 됐다. 

축제 첫날인 1일에는 사진전 '김민수의 퀴어한 사진첩'이 열렸다. '우리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습니다'를 주제로 한 사진전은 퀴어문화축제 현장을 담은 사진 117장을 모은 대형작품 1점과 성소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10장이 전시됐다. 이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이어진다. 7월 5일은 축제 '행진(퍼레이드)' 때문에 하루 쉴 예정이다. 

지난 6년간의 대구퀴어축제 포스터(2015.7.1)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지난 6년간의 대구퀴어축제 포스터(2015.7.1)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특히 이번 사진전은 김민수(29) 사진작가의 첫 개인 전시회다. 그의 작품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 대구퀴어문화축제,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간사이레인보우페스타, 레드파티, 당연한결혼식 등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각종 성소수자 축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민수 작가는 "성소수자, 퀴어들에 대한 전시회라는 이유만으로 사진전을 여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 사진전을 통해 대구에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어떤 운동을 이어왔고, 어떤 일들을 겪어 왔는지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고 감정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날 사진전을 찾은 전수빈(24)씨는 게이커플인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 공개결혼식을 본  지난해부터 퀴어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전씨는 "앞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가지 못했다"며 당시의 아쉬움을 사진으로 달랬다. 또 "대구퀴어축제 규모가 점점 커지듯 사진전 같은 문화행사도 더 자주 열려 성소수자들을 가깝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 '공공의 적, Queer?'를 보는 김도균씨(2015.7.1)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작품 '공공의 적, Queer?'를 보는 김도균씨(2015.7.1)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전시장 왼쪽 벽면에 커다랗게 전시된 작품 '공공의적, Queer?' 앞에는 경북대학교 학생이자 사진을 공부하는 김도균(22)씨가 서 있었다. 이 작품은 2014년 대구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현장이 담긴 작품이다. 흑백 처리된 사진 한 가운데 참가자의 옷에 새겨진 무지개빛 'pride(자긍심)'마크가 눈에 띈다.  
 
김씨는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자세히 봤는데도 장소가 대구인줄 미처 몰랐다"며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고 했다. 이어 "퀴어축제에 대해 이야기로만 듣다가 실제로 사진작품을 접하니 축제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퀴어축제만이 아닌 성소수자들의 문화를 다룬 좀 더 다양한 작품이 대구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진전 담당을 맡은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 소속 사금(별칭.30)씨는 "대구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성소수자를 잘 모르는 관람객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숨어 있는 성소수자들도 많이 와서 연대감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7월 1일부터 19일까지 대구 도심 일대에서 열린다. 주요 행사로는 ▶7월 5일 오후 2시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대구퀴어축제 부스행사 ▶같은 날 오후 4시 무대행사  ▶같은 날 오후 5시 자긍심 퍼레이드가 열린다. 또 ▶7월 1일~10일까지는 무지개인권연대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대구퀴어사진전을 열고 ▶7월 11일~12일까지 이틀 동안은 오오극장에서 대구퀴어영화제 ▶7월 17일~19일까지는 소극장 함세상에서 대구퀴어연극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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