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450원 인상..."700만 저임금 노동자 내팽개친 배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7.09 17: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최저임금 6,030원ㆍ월 126만원..."공익 저버린 공익위원, 최저임금 재합의해야"


9일 대구경총회관 앞. 임복남(40)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은 대구경총회관으로 자신이 가져온 10원짜리 3개를 던지며 "노동자들을 십원짜리 취급하는 올해 최저임금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는 노동자와 서민을 우롱하는 것이자 비아냥하는 것이다. 정부와 경총은 반성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6월 17일부터 경북 경산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무실 앞에서 50~60대 대학교 여성청소노동자들과 20~30대 아르바이트생들은 한달 가까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위한 천막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의 농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시급 '6,030원'으로 결정됐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이 대구경총에 뿌린 30원(2015.7.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임복남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이 대구경총에 뿌린 30원(2015.7.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성)가 9일 새벽 2016년도 최저임금을 6,030원으로 최종 결정한 가운데, 노동계와 야당이 "노동자를 우롱하는 결정"이라며 "밀실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 할 것"을 촉구했다.

9일 새벽 1시 최저임금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6,03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5,580원에서 450원이 올라 인상율은 8.1%를 기록했다. 10번이 넘는 회의에서 노동자위원들은 올해 최저임금에서 4,420원을 인상한 1만원안을, 사용자위원들은 30원을 올린 1.4% 인상안을 고수했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해 9일 공익위원들은 6,030원을 제시했다.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 9명씩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표, 반대 1표로 이 안은 최종 통과됐다. 사용자위원 2명은 인상율에 반대해 표결 전 퇴장했다. 게다가, 노동자위원 9명은 인상안에 반대해 이날 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통과된 것이다.

내년도 인상률 8.1%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첫 최저임금이 결정된 2013년도 인상률 7.2%, 2014년도 7.1%보다 1%가량 높은 수치다. 하지만, 노동계가 지난 1년간 요구한 최저임금 '1만원'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치다.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OECD 25개 국가들과 비교해도 14위에 불과하다.

영국과 프랑스는 1만300원, 독일은 1만2,700원, 뉴질랜드는 1만2,240원, 호주는 1만1,935원으로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다. 일본도 7,800원에 이른다. OECD는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맞추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32.6%로 초라한 수준이다.

2016년도 최저임금 6,030원안에 반발하는 기자회견(2015.7.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6년도 최저임금 6,030원안에 반발하는 기자회견(2015.7.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노동계와 야당은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는 9일 대구경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자와 국민 열망을 짓밟은 최저임금 6,030원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익을 저버린 공익위원들은 전원 사퇴하고 즉각 재합의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노동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일방적으로 날치기 통과했다"면서 "빈곤에 빠진 700만여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내팽개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세계는 앞 다투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반대방향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재식(45) 민주노총대구본부 총파업투쟁본부장 직무대행은 "우리나라 226만여명이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가난한 삶에 허덕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쪽짜리 최저임금안으로는 우리나라 내수 경제가 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진호(30) 민주노총대구본부 총파업투쟁본부 조직국장은 "밥값, 교육비, 교통비 다 오르는데 6천원 밖에 안되는 최저임금, 월급 126만원으로 어떻게 가장이 가족을 책임지고 대학생들이 학자금을 모으겠냐"면서 "최저임금이 노동자, 서민들의 먹고 살만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임금인상 발언은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에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인식한 세계주요국가들의 행보화는 상반된 결정으로 서민들의 시름과 고통만 깊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민주노총대구본부는 오는 10일부터 이틀 동안 대구백화점 앞과 동성로 일대, 성서공단 등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6,030원 확정안에 대한 적정성을 묻는 시민 여론조사를 펼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