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코를 '박정희컨벤션'으로?...대구 정치인의 "시대역행"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7.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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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영 시의원 명칭 변경 제안, 박일환ㆍ김부겸 이어 또...시민단체 '박정희 마케팅, 독재미화 중단"


대구시의원이 대구 엑스코를 '박정희컨벤션센터'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2월에는 한 대구시의원이 박정희와 전두환 등 대구출신 전직 대통령을 기리는 '대통령통합기념관'을, 지난해에는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이 '박정희컨벤션센터' 건립을 주장해 비난을 샀다.

최길영(63.새누리당)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은 14일 대구시의회 본회장에서 "엑스코의 명칭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개칭하자"고 제안했다. 최 위원장은 시정질의에서 "대구 역사인물을 재조명하는 사업을 통해 도시 브랜드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하여 공공시설에 역사적 인물의 호(號) 나 이름을 넣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했다.

구미시가 운영하는 박정희 생가 홈페이지 '사이버 박정희 대통령' 메인화면 캡쳐
구미시가 운영하는 박정희 생가 홈페이지 '사이버 박정희 대통령' 메인화면 캡쳐

특히 "2004년부터 대구시는 대구 문화인물 현창사업을 추진해 문화인물 16인에 대한 '대구의 문화인물'을 발간했고, 역사인물을 조명하는 동상과 기념비, 조형물 등 36기를 설치했다"며 "앞으로도 역사인물 재조명 사업을 확대해 도로명, 시설물에 인물 이름을 붙이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지역이 배출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엑스코를 박정희컨벤션센터로 이름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구는 대한민국 역사 중심으로 지역을 빛낸 대구 출신 전직 대통령 이름을 따 개칭하는 것은 지역사회가 그 인물을 정당히 기리는 것"이라며 "엑스코 명칭을 바꾸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도시 브랜드작업과 관련해 역사적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대구의 자랑스러운 운동을 부각하면서 엑스코 이름 변경도 함께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최길영·박일환 대구시의원, 김부겸 새정치연합 전 의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최길영·박일환 대구시의원, 김부겸 새정치연합 전 의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제안은 그동안 대구지역에서 매년 반복됐다.

지난 2월 3일 박일환(63.새누리당) 대구시의원은 대구출신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대통령통합기념관'건립을 주장했다. 그는 "대구가 수구꼴통 도시라는 부정적 인식이 떠오르는 도시가 됐다"며 "대구출신  전직 대통령들도 하나같이 독재자이자 민주주의의 찬탈자라는 오명만 뒤집어 써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런 도시"라며 "전직 대통령 3명을 위한 통합기념관 건립 사업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당시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내란수괴들의 기념관을 짓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했다.
 
야당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은 대구시장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3월 24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가진 6.4지방선거 출마선언에서 "대구에 박정희컨벤션센터를 지어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교류하며 두 지역의 발전과 통일시대를 여는 선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법살인'이라고 불리는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사건 '4.9 인혁당 조작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야당 대구시장 후보가 박정희 공약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한다"며 당시 강력하게 비난했다.
 
대구 엑스코(Exco) 전경 / 사진.엑스코
대구 엑스코(Exco) 전경 / 사진.엑스코

그러나 시민단체는 "독재자 이름을 공공건물에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엑스코는 대구시 출자·출연 기관으로 대구 최대 공공 컨벤션센터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4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건물은 구미, 문경 등 다른 곳에 많다"며 "대구시가 굳이 공공건물 이름을 바꾸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또 "쿠데타, 인권탄압을 자행한 독재자 이름을 공공건물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시대역행"이라며 "공공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부적절하다"고 했다.
   
함종호 4.9인혁재단 부이사장도 "선거가 다가 올 때마다 반복되는 대구지역 정치인들의 박정희 마케팅은 역사의식 부재로 인한 독재자 미화, 신격화"라며 "대구를 맴도는 박정희 신격화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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