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관련, 일간신문의 '미확인ㆍ과대편집ㆍ선정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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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한국일보ㆍ매경ㆍ한경ㆍ경남일보 '주의'..."재난준칙, 정확한 보도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거나 과대편집, 선정적으로 보도한 일간신문 기사와 제목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2015년 7월 기사 심의(7.8)에서 전국 일간신문 기사 73건에 대해 경고(1건)와 주의(72건)를 줬다. 특히 지난 6월에 확산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신문윤리' 위반이 많았다. <한국일보>는 '미확인보도 명시', <경남일보>는 '미확인사실 과대편집 금지',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선정보도의 금지' 위반으로 각각 '주의'를 받았다. 

'뇌 손상ㆍ위독'?...의료진ㆍ복지부 부인에도 '단정적 보도'

한국일보는 6월 12일자 1면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뇌 손상"」 기사와 제목 모두 '주의'를 받았다. 이 기사는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 박모(38)씨가 뇌가 심하게 손상됐을 만큼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한국일보> 2015년 6월 12일자 1면
<한국일보> 2015년 6월 12일자 1면

특히 '서울시와 관련된 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병원 측이 "박씨가 뇌가 다 손상되었다"고 가족에게 말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씨의 가족들은 병원 측 통보 이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장례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편집자는 큰 제목을「"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뇌 손상"」이라고 붙였다. 기사 내용과 제목만 놓고 보면 박씨는 회복될 가능성이 없을 만큼 위독한 상태이며, 이 같은 내용을 병원 측으로부터 통보받은 가족들은 희망을 버린 것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크다.

신문윤리위는 그러나 "기사의 본문 내용만 보면 박씨의 뇌가 다 손상됐고 위독한 상태인지 객관적 사실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기사에서 보건복지부와 박씨가 입원 치료중인 병원 의료진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고, 박씨가 입원 치료중인 병원 의료진도 '뇌사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으며, 가족들도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씨의 상황에 대해 확인해 준 것이 없다. 그럼에도 기사는 박씨의 뇌가 다 손상됐고 가족들이 장례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때문에 신문윤리위는 "당사자인 박씨는 물론 가족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관련된 한 관계자'?..."사실 관계 확인 소홀했다"


이 기사는 또, '뇌 손상'을 언급한 취재원에 대해 '서울시와 관련된 한 관계자'라고 모호하게 표기했다. 신문윤리위는 "서울시 소속이라고 보기 어려운 표현이며, 박씨를 치료 중인 병원과 관련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관계자가 서울시나 병원 측으로부터 박씨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들어서 알만한 위치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특히, 이 관계자가 병원 측이 가족에게 말한 내용을 취재기자에게 전했다는 식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에 대해 "기사만 봐서는 이 관계자가 '뇌 손상'을 병원 측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인지, 제3자를 통해 전해 들었는지도 불분명하다. 결국 취재기자가 서울시나 병원 소속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취재원이 전해주는 말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으며, 방역 당국인 보건복지부와 박씨를 치료 중인 의료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뇌 손상'과 '장례 절차 준비'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에서 이 기사는 사실 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2015년 6월 13일자 2면(종합)
<한국일보> 2015년 6월 13일자 2면(종합)

결국 한국일보는 이 기사 보도 다음 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국일보는 6월 13일자 2면에 「사과드립니다」를 통해 '일부 지역에 배달된 12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박모씨가 뇌사 상태에 있다는 보도를 했으나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은 이를 부인했다'고 밝히고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며 사과했다. 또 같은 지면에 「삼성병원 의사 폐기능 저하, 수면마취 상태서 산소공급 치료」기사에서『박씨를 치료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중략) "수면마취 상태에서 깨어나야 뇌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기사의 『뇌가 다 손상되었다』는 보도를 바로잡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진실을 추적 보도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자극적으로 보도"

신문윤리위는 그러나 한국일보의 '사과문'과 관련 기사에 대해서도 "온전히 바로잡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문윤리위는 "'뇌사 상태' 보도를 한 일부 지역 배달판 기사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 배달된 신문에 게재된 위 기사의 '뇌 손상'이나 '장례 절차 준비'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면서 "따라서 한국일보의 6월 13일자「삼성병원 의사 폐기능 저하, 수면마취 상태서 산소공급 치료」기사와「사과드립니다」는 이 기사 내용을 온전히 바로잡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문윤리위는 "이 기사는 메르스 감염이 확산돼 가는 상황에서,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적 보도하지 않고, 소속 등이 분명하지 않은 취재원으로부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자극적인 표현을 담아 보도했다는 점에서, 메르스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난보도준칙'에 명시된 정확한 보도(제3조), 취재원에 대한 검증(제12조), 선정적 보도 지양(제15조), 정정과 반론 보도(제17조), 피해자 보호(제18조) 규정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보도 행태는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신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강령 제2조「언론의 책임」,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전문, ②(미확인보도 명시 원칙), ③(선정보도의 금지), 제10조「편집지침」①(표제의 원칙), 제11조「명예와 신용존중」①(개인의 명예·신용 훼손 금지) 위반)

치사율 40%ㆍ서서히 엄습ㆍ빗장 풀리면 끝?


경남일보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미확인사실 과대편집'을 했다는 이유로 주의를 받았다. 6월 4일자 1면 「치사율 40% 메르스…경남에도 서서히 엄습/빗장 풀리면 끝, 긴장감 고조」 기사의 제목이 문제였다.

<경남일보> 2015년 6월 4일자 1면
<경남일보> 2015년 6월 4일자 1면

이 기사는 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상남도의 대책과 대응체계를 다룬 스트레이트 기사로,『지금까지 도내에서 접촉자 2명이 발생했으나 이들 모두 음성으로 판정받았고』,『사천지역 한 회사원이 중동 출장 후 고열증세를 호소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의심됐지만 보건환경연구원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전했다. 경상남도에서는 이 기사가 보도될 때까지는 확진 환자가 1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편집자는 「치사율 40% 메르스…경남에도 서서히 엄습」이라는 어깨 제목 밑에 「빗장 풀리면 끝, 긴장감 고조」라고 큰 제목을 달았다. 신문윤리위는 이 제목에 대해 "메르스 환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갖게 하는 표현이고, 「경남에도 서서히 엄습」이라는 표현은 그러한 조짐이 이미 나타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남에도 서서히 엄습」,「빗장 풀리면 끝」이라는 표현은 기사 본문에는 없다.

특히 "이 제목이 40%로 적시한 메르스 치사율 역시 우리보다 의료 수준이 크게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일 뿐 실제 치사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여러 매체들을 통해 일찍부터 소개됐던 터"라고 신문윤리위는 지적했다.

"구체적 근거 없이 사안을 과장ㆍ왜곡, 불안과 공포심 조장"
 
신문윤리위는 "급성감염병인 메르스는 지난해 9월 제정된 '재난보도준칙'이 규정한 '질병 재난'의 범주에 포함되고, 이 준칙은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제13조-유언비어의 방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제16조-감정적 표현 자제)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남일보는 정확성이 강조되는 재난 상황을 보도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제목을 통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사안을 과장 ‧ 왜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고, 과도한 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할 수도 있는 이 같은 제작 태도는 보도의 객관성과 신문에 대한 신뢰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의'를 줬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①(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제10조「편집지침」①(표제의 원칙), ③(미확인사실 과대편집 금지) 위반)

"매경ㆍ한경, 기사의 주요 내용이 서울시 발표와 다르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선정보도의 금지' 위반으로 '주의'를 받았다. 매일경제 6월 5일자 A1면 「메르스 감염 의사 1565명<30일 개포동 재건축 설명회 참석자> 접촉 파문/박원순 서울시장 어젯밤 긴급 기자회견…자택격리 통보 받고도 버젓이 공개행사 참석」 기사와 제목, 한국경제 6월 5일자 A27면(사회면) 「'메르스 감염 의사' 격리 통보 받고도 서울시내 활보」 기사와 제목 모두 문제가 됐다.

<매일경제> 2015년 6월 5일자 1면
<매일경제> 2015년 6월 5일자 1면

신문윤리위에 따르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6월 4일 밤에 있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관련 대시민 발표'를 기사화하면서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가 자택격리 통보를 받고도 다수의 시민들이 모인 행사들에 참석해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기사는 『의사 A씨가 지난달 27일 자택격리 통보를 받고도 대형 행사장에 드나들며 1500명 넘는 시민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기술하고, 박원순 시장이 긴급 브리핑에서 『"의사 A씨는 메르스 의심으로 자택격리 조치 됐음에도 확진판정 직전 무려 1500여명과 직간접 접촉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편집자는 이를 근거로 '자택격리 통보 받고도 버젓이 공개행사 참석' 표현을 넣어 작은 제목을 달았다.

한국경제 기사는 『서울시는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이틀 동안 도심을 돌아다니는데도 방역당국이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고, 편집자는 큰 제목을 「'메르스 감염 의사' 격리 통보 받고도 서울시내 활보」로 달았다.

<한국경제> 2015년 6월 5일자 A27면(사회)
<한국경제> 2015년 6월 5일자 A27면(사회)

신문윤리위는 그러나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기사는 주요 내용면에서 서울시 발표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의사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6월 1일이며, A씨가 병원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것은 이보다 이틀 전인 5월 30일이다. 또 A씨가 기침·가래·고열이 발생해 모 병원에 격리된 것도 확진 판정 이전인 5월 31일 21시40분이다.

"재난보도준칙에 명시된 정확한 보도를"

때문에 "자택격리 조치에도 1500여명과 직간접 접촉했다는 매일경제 기사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도심을 돌아다녔다는 한국경제 기사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며, 자칫 메르스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신문윤리위는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기사는 사실의 전모를 충실하게 전달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신문윤리강령에 어긋나며 '재난보도준칙'에 명시된 정확한 보도(제3조),  선정적 보도 지양(제15조) 규정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보도 행태는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신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전문, ③(선정보도의 금지), 제10조「편집지침」①(표제의 원칙) 위반)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매월 기사와 광고 등에 대해 심의한 뒤,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현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운영규정' 9조는 "같은 규정 위반으로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 윤리위원회는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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