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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98시간, 한국인보다 100시간 더 일하는 이주노동자

기사승인 2015.08.16  19: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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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태조사 / 하루 평균 11~12시간 노동에 휴일도 휴게시간도..."법이라도 좀 지켜주세요"


중국인 이주노동자 장모(35.여성)씨는 2년째 대구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뺀 9시간 동안 부품을 조립한다. 잔업까지 하는 날에는 하루 11시간을 근무한다. 야간근무를 하면 12시간을 일한다. 토·일요일에도 한달에 두 번씩 각각 9시간을 일해야 한다. 쉬는 날은 월 4번. 주 68시간, 월 276시간을 2년째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이 정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훌쩍 넘긴 장시간 노동으로, 장씨가 받는 월급은 140여만원. 업무 시간과 일수만큼 매월 금액이 차이나지만 보통 140만원대의 임금을 받는다. 2015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기본급만 150만원 이상, 야근과 주휴수당까지 더하면 2백만대의 월급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장시간 일을 하는 셈이다. 

"한국 친구들은 주 5일을 일한다는데 나는 거의 매일 일해요. 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어요. 나도 같은 노동자인데 법을 지켜주세요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지만, 외롭고 힘들어서 공장 기숙사에서 혼자 울 때도 많아요. 반장님이나 사장님께 말하고 싶어도 무서워서 말 못해요. 최저임금이 뭔지도 잘 몰라요. 그냥 한국인들이 받는 월급과 휴식 시간을 받고 싶어요" 


 
 
▲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는 이주노동자들(2015.8.16.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16일 대구 2.28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경북 제조업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앞서 두달간 대구(달서구·달성군·서구·북구)와 경북(경주·경산·영천·성주·고령·왜관) 이주노동자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 결과,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들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68.5시간, '월 평균 노동시간'은 298시간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40시간보다 28.5시간을 더 많이 일하는 것이다. OECD가 발표(2013년)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 180시간보다도 100시간이상 많이 일했다.

 
 
▲ 대구경북 제조업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실태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2015.8.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주간 11시간, 야간 12시간, 토·일요일 9시간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법정 근로시간(하루 8시간)을 초과한 수치다. 또 응답자 중 43%인 90명은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한다고 했으며, 80.5%인 170명은 토요일, 18%인 37명은 일요일도 일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주말 근무를 했다. 
 
식사를 하고 잠깐 쉴 수 있는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근로기준법은 하루 4시간마다 휴게시간 30분을 보장한다. 그러나 휴게시간이 '15분 이하'이라고 답한 이주노동자가 전체의 14.3%인 30명(주간 11명, 야간 4명, 토요일 13명, 일요일 2명)이나 됐다. 24시간 기계를 멈추지 않고 작동시켜야 하는 작업장이 많아 기계 옆에서 식사를 하거나 별도의 휴식 없이 일하기 때문이다.

또 '평균 임금'은 171만원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받는 셈이다. 월 평균 노동시간에 야간수당과 주휴수당을 더하면 2백만원대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오기 전 본국에서 체결한 근로계약과 실제 근무조건이 '다르다'고 응답한 수는 절반에 가까운 98명, 46.7%나 됐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21.4%가 노동시간, 15.2%가 휴게시간·휴일, 14.3%가 작업내용이라고 답했다.

 
 
▲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과 인권 상담을 위한 부스(2015.8.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설문조사 응답자 중 37.6%(79명)를 차지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탈' 이유로 64.3%(50명)가 '임금과 노동조건이 좋지 않았다', 28.6%(22명)가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을 당했다'고 했다. 본인이 이를 증명해야 이직이 가능하지만, 한국어가 서툰 상황에서 증명은 어렵다. 또 사업장 이동 중 가장 힘든 점으로는 22.8%가 '사업주 미동의'를 꼽았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동의 없이 직장을 변경할 수 없다.

사업장 변경시 정부가 운영하는 지역 고용센터의 도움에 대해서는 39%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이유로 37%가 '통역이 되지 않았다', 24%'가 사장 이야기만 듣는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으로는 12.1%가 '사업장 변경 자유 없음', 11.4%가 '원하는 사업장 취업 불가능', 10.0%가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다'를 꼽았다. 때문에 고용허가제 만족도 조사에서 28.6%만이 '현재 제도에 만족한다'고 했고, 12.9%는 '매우 불만족', 11.4%는 '불만족', 40%는 '보통'이라고 했다.

 
 
▲ 이주노동자 노동실태를 알리고,개선을 촉구하는 전시(2015.8.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연대회의는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는 초장시간 일하며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도, 폭행을 당해도 사장 허락 없이 한 발짝도 공장에서 못 벗어나는 현실에 있다"며 "가족과 생이별하고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공장에서 노예 삶을 살며 노동권·인권 등 기본권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법정 근로·휴게시간 준수 ▷문제 업체 감독·처벌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에도 이주노동자 30여명이 참여하려 했지만 일요일 근무로 오지 못했다"며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또 "초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된 노동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나쁜 사업주들을 철저히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공동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고된 노동을 떠맡는 것이 이주노동자"라며 "최소한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법을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은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인 사업장 변경 자유 제한으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이란 미명하에 단속돼 쫓겨나고 있다"며 "독소조항을 철폐하고 열악한 노동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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