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뺏은 '장물' 영남대,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8.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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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 후손 최염·최찬식 "돈 한푼 안낸 박근혜의 추천 이사 무효, 시.도민 품으로 공립화"


"박정희 정권은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강제로 탈취해 영남대학으로 합병했다. 이도 모자라 돈 한푼 낸 것 없이 막강한 권력만으로 대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교주(
校主)라는 이름을 대학 최초로, 유일하게 쓴 사람이 박정희이기도 하다. 강탈한 장물이 어떻게 박정희 가문의 것이 된다 말인가?"

영남대학교 전신 구(舊)대구대학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82) 선생은 19일 대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영남대는 박정희가 뺏은 장물"이라며 "출연 재산 0원의 박정희 가문은 영남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설립자 유족이라는 박근혜가 이사를 추천하는 것 또한 원천무효"라며 "아버지 박정희가 훔친 물건에 대해 유족이라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여러 독지가들이 학교 설립을 위해 재산을 출연하고, 영남대 교지에 많은 농민들의 땅이 강제 수용된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영남대는 대구경북 시.도민 출연 학교"라며 "영남대를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대학으로 재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을 고려해 이제라도 영남대를 시.도립 대학으로 전환 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남대 전신 대구대 설립자 최준 선생 손자 최염 선생(2015.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전신 대구대 설립자 최준 선생 손자 최염 선생(2015.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대체 박정희 일가가 영남대를 위해 한일이 무엇인가? '상납'이라는 명목으로 강탈한 학교들을 강제 합병한 것 밖에 없다. 박정희의 자식, 박근혜 대통령 등이 영남대에 권리를 주장할 명분은 없다"


영남대학의 또 다른 전신 청구대학 설립자 야청 최해청 선생 차남 최찬식(87) 선생도 같은 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영남대 탄생은 이후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했다. 영남(嶺南)이라는 이름도 이 실장이 지었다는 말이 있다. 실무는 이 실장이 맡았다"고 했다. 이어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선친 뜻대로 청구의 정신을 찾고 싶다"면서 "독립정신에 기초한 민족대학 청구를 회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남대학교 전경 / 사진.영남대 홈페이지
영남대학교 전경 / 사진.영남대 홈페이지

'한국대학학회(회장 윤지관)'와 '대구사회연구소(소장 엄창옥)'는 19일 오후 경북대학교에서 '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를 주제로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 사례고찰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영남대 전신 대학 설립자 후손인 최염·최찬식 선생을 포함해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정지창 영남대 전 독어독문과 교수, 유병제 대구대 생명과학과 교수, 정재형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은 엄창옥 소장 사회로 4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시민 40여명이 참석했다.

윤지관 교수는 "영남대는 독재정권 소유물로 사학족벌체제 정점에 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열기로 민주적 운영의 기틀이 세워지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박근혜의 이사 추천으로 독재정권의 후손이 다시 대학에 돌아오게 돼 여전히 소유권 문제가 사회적 사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남대 공영화 운동과 공영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역사적으로 대구대와 청구대의 민립대학적 성격을 회복해 지역주체의 교육운동 전통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창 교수는 "영남대 합병 과정을 보면 외형적으로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독재자 박정희의 강탈이나 마찬가지"라며 "설립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가 이사를 하다 대학민주화에 쫓겨나는 과정을 봐도 우리나라 사립대 병폐가 집약된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더 문제는 구재단이 복귀하면서 영남대에는 박정희 리더십연구소, 박정희 새마을정책대학원이 설립됐다"며 "창학정신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 사례고찰 토론회'(2015.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 사례고찰 토론회'(2015.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재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사학재단 기본원칙으로 제시한 재단 설립자, 기본 재산의 3분의 1이상 출연한 자, 학교 발전에 기여한 자 등과 정상화를 논의해야 한다"며 "영남대 재단 '영남학원'의 경우 박근혜는 재단 설립자도 아니고 재단에 출연한 재산도 없고 입시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구재단 이사 중 하나일 뿐"이라며 "설립자도 아닌데 설립자 유족이라고 이사를 추천하게 하는 것은 교육부 원칙과도 어긋난다"고 했다.

유병제 교수도 "대구대와 청구대라는 영남대 실질적 창립자의 교육이념을 따라 영남대를 사회공공성을 가진 대학으로 바꿔야 한다"며 "사립대로 남을지, 시립대학이나 공립대학으로 갈것인지 학내 구성원과 시민사회가 같이 참여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형 부소장은 "학원을 오염시키고 지역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이사직에서 퇴출된 박근혜를 이사 추천을 위해 복귀시켰다"며 "설립자의 숭고한 뜻을 오염시킨 자를 학교법인 주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이사 선임은 재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 토론회에 시민 40여명이 참석했다(2015.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 토론회에 시민 40여명이 참석했다(2015.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7년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강제 합병해 영남종합대학을 발족시켜 '영남학원' 법인을 만들었다. 1981년에서 2011년까지 정관에는 박정희가 '교주'(현재는 설립자로 변경)로 명시돼 있었다. 이어 전두환 정권은 '교주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학생과 교직원 반발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8년간 평이사로 활동했다. 1988년에는 측근 비리로 국정감사를 받고 당시 영남학원 다른 이사들과 함께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20년 간 영남대는 관선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됐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6년 영남대를 '관선임시이사 해제 사학'으로 지정했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영남대 정상화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사분위는 비리로 쫓겨난 박 대통령에게 '설립자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영남학원 이사 추천 권한을 부여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은 영남학원 이사 7명 중 우의형(법무법인 렉스 대표변호사)이사장과 강신욱(전 대법관), 박재갑(서울대학교 의과대교수), 신성철(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사 4명을 추천했다. 이후 이들은 총장, 학장, 의료원장을 선출직에서 임명직으로 변경하고 원하는 이들을 영남학원 산하 기관에 임명해 학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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