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북대 총장임용 거부, 합리적 이유 없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8.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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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1순위 김사열 교수 승소 "교육부·청와대 즉각 임용" / 교육부 "대법원 판결 후 결정"


경북대 총장 후보 1순위 김사열 교수(2015.8.20.동대구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총장 후보 1순위 김사열 교수(2015.8.20.동대구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학교 제18대 총장 후보 1순위 김사열(59.생명과학부) 교수가, 임용제청을 거부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총장임용 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김 교수와 시민단체는 교육부·청와대에 "즉각 임용제청"을 촉구했지만, 교육부는 "대법원 판결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20일 경북대 총장임용 후보 1순위 김사열 교수가,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용제청을 거부한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지난 1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김 교수 손을 들어줬다. 공주대학교의 1·2심 등 유사 사건에서 교육부는 3번째 패소했다.

재판부는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 전부에 대해 임용제청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임용제청권자가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임용제청을 하지 않고 있는 합리적 이유를 전혀 밝히지 않아 임용제청 거부가 인사재량권 안의 범위에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총장 후보 총장임용 제청거부 취소 소송 판결 기자회견'(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총장 후보 총장임용 제청거부 취소 소송 판결 기자회견'(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원고(김사열 교수)는 피고(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에 불복해 행정구제 절차로 나아가는 데 지장받고 있다"면서 "이 처분(임용제청 거부)은 절차적 위법 사유가 있다. 교육부의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판결 결과가 김 교수에 대한 교육부의 임용제청 이행지시가 아니라는 취지로 "임용제청 여부는 피고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피고가 원고를 대학의 장으로 임용제청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으로는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설명도 덧붙였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교육부는 국립대학교 총장임용 거부사태와 관련한 소송에서 모두 3번 패소했다. 앞서 공주대학교 총장임용 후보자 김현규 교수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같은 소송에서도 법원은 "임용거부 이유와 근거를 밝히지 않은 것은 절차상 위법하다"며 1심과 2심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방통대의 총장임용 후보자 류수노 교수가 낸 같은 소송에서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지대운)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공주대와 방통대 총장 후보자들은 각각 상고한 상태다. 때문에 총장임용 거부와 관련한 마침표는 대법원의 판결에 달렸다.  

김사열 교수는 20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이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승소는 경북대 구성원, 동문, 시민사회, 대구경북 시.도민 활동과 염원이 반영된 결과로 대학자치를 인정하는 정의로운 사법 판단"이라며 "황 장관은 항소로 세금을 낭비치 말고 총장으로 즉각 임명제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대학을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이 나라 교육수장이라면 정치적 구속에서 벗어나 한시바삐 총장임명이 되도록해 대학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 1년간 총장없이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겪은 경북대 구성원들과 경북대에서 일어난 모든 비정상적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을 촉구하는 시민(2015.5.6.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을 촉구하는 시민(2015.5.6.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작은 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교육부와 국립대학 총장 자리를 코드인사로 임용하려는 청와대는 더 이상 대학자치를 훼손해선 안된다"며 "국립대 총장임용과 관련해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는 정부·정권 차원의 모든 시도를 거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부산대교수 투신사건을 접하며 비통한 심정"이라며 "대학 자율성 수호라는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대 총장임용을 촉구하는 범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윤재석 함종호 지홍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대학의 자율성은 법에 의해 보장된다"며 "법원이 오늘 내린 판결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으로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교육부는 법원의 준엄한 판결을 겸허히 수용해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를 보장하고 경북대 총장임용 제청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며 "청와대도 경북대와 지역민들의 총의를 받아들여 경북대 총장을 즉각 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재석 공동대표는 "총장임용을 위해 앞서 국회의원들과 면담을 하고 1만 3천여명의 시민들의 서명도 받았다"며 "앞으로는 이 판결의 여세를 몰아 ▷오는 9월 국정감사에서 경북대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비대위 2차 출정식을 통해 매일 교내에서 행진과 집회시위 등을 펼치는 등 ▷총장 부재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법제화 방안도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경북대 제18대 총장 간접선거(2014.6.26.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첫 경북대 제18대 총장 간접선거(2014.6.26.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최현석 교육부 대학정책관 담당자는 2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교수를 바로 임용제청하라는 판결이 아니다"며 "아직 판결문도 확보하지 못했다. 판결문이 며칠내로 도착하면 그때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공주대와 방통대의 하급심 결과가 다르고, 유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 그때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경북대는 지난 2014년 6월 26일 처음으로 총장후보 간접선거를 통해 1순위에 김사열, 2순위에 김동현(61.화학공학과) 교수를 선정했다. 그러나 선거절차로 내홍을 겪다 지난 10월 재선거를 치렀고,  다시 김사열 교수가 1순위에 선정됐다. 2순위는 김상동(55.수학과) 교수가 뽑혔다. 경북대는 전임 함인석 총장의 임기가 지난해 8월 만료됨에 따라 현재 1년 가까이 '총장 공석'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경북대에 공문을 보내 "교육공무원법 제24조6항에 따라 경북대가 추천한 총장 임용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 내렸다"면서 "교육공무원법과 경북대 정책에 따라 차기 총장 후보자를 재선정해 교육부에 재추천해달라"고 했다. 학내외로 교육부 규탄 여론이 확산됐지만 교육부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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