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호, 대구 '측백나무숲' 훼손 막을 대안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9.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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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시민단체 대책위 출범..."4차순환로, 520m 간격으로 설계변경" / 도공 "변경 검토"


천연기념물 제1호이자 대구10경 중 하나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이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대구4차순환로)' 건설 때문에 '훼손' 위기에 놓인 가운데, 주민과 시민단체가 "공사중단", "설계변경"을 요구하며 대책위를 꾸리고 본격적인 공동대응에 나섰다. 한국도로공사는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시 동구 도동 주민 1백여명으로 구성된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원회와 대구환경운동연합,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 14개 단체는 17일 대구시 동구 도동측백나무숲 앞에서 한국도로공사와 대구시 규탄 궐기대회를 열고 도동측백나무숲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공동대표 박정우, 박성경, 노진철, 류승원) 출범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모두 4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도로공사 규탄 궐기대회'(2015.9.17.측백나무숲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도로공사 규탄 궐기대회'(2015.9.17.측백나무숲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운동본부는 "희귀하고 아름다운 이 숲을 도로공사로 인한 훼손 위기로부터 지키기 위해 운동본부를 꾸리게 됐다"며 "최소 1천년 이상 된 대구와 한반도의 보물, 자생 측백나무군락의 무궁한 생태적 가치와 경관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도로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민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가 공사를 강행할 경우 천연기념물, 대구10경은 원형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고 말 것"이라며 "주민과 시민사회 동의 없는 공사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4차순환도로 6공구(지묘동~둔산동 4.67㎞) 전 구간 공사 중단 ▷주민설명회 개최 ▷측백나무숲과 520m 떨어진 거리에 당초 계획대로 설계 재변경을 촉구했다.

이들은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도로공사·대구시·대구 동구청에 계속 공사 중단과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회와 기자회견 등 단체행동을 비롯해 법적 대응도 할 계획이다.

천연기념물 1호, 대구10경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2015.9.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연기념물 1호, 대구10경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2015.9.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2008년부터 4년간 도로공사는 4차순환도로 도동구간 공사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기본설계도를 마련했다. 당시 도로공사는 측백나무숲과 4차순환도로 간격을 520m로 설정해 터널화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011년에도 도로공사는 주민들에게 520m 간격 유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2013년 갑자기 520m 간격을 280m로 줄이고 고가도로로 건설하는 설계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후 도동 주민들은 변경된 설계안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측백나무숲이 고사할 것"이라며 당초 설계안대로 공사할 것을 도로공사에 요구했다. 실제로 숲 주변에 경부고속도로와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들어선 뒤 측백나무수는 지난 10년 동안 1천여그루에서 7백여그루로 절반 가까이 개체수가 줄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계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는 재변경이 힘들다며 공사를 강행했다.

때문에 도동 주민들은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재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도동에서 가진 현장 시장실에서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설계 재변경을 요구했다. 이후 이 지역 국회의원이 설계 재변경을 요청해 10억원가량의 예산이 국토교통부에 배정됐다. 앞서 3월에는 주민, 도로공사, 대구시, 대구시의회, 동구청, 국토교통부, 전문가 등 7자가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올해 5월 27일 첫 민관협의회도 열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민관협의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초 6공구 공사를 강행했다. 현재 도로공사는 도동IC 끝 부분 봉무동 파군재삼거리에서 벌목 공사와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구간이 끝나면 측백나무숲이 있는 도동쪽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측백나무숲 인근에 있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2015.9.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측백나무숲 인근에 있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2015.9.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동 주민인 박정우(58) 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설계 재변경 예산도 배당됐는데 도로공사는 이를 무시한 채 주민과의 약속도 어기고 몰래 공사를 강행했다"며 "천연기념물 측백나무숲을 보호할 생각이 전혀 없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도로공사를 막을 것"이라며 "방관하는 대구시와 동구청도 주민 싸움을 지켜만 보지 말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미 대구·포항 고속도로로 측백나무 절반이 죽었다"며 "4차순환도로까지 들어서면 측백나무숲은 절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엄격히 보호해야할 천연기념물을 도로공사의 독단적 판단으로 해치는 것은 정부와 대구시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 설계를 재변경하고 전문가로 이뤄진 설명회를 통해 측백나무숲을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종현 한국도로공사 대구순환건설사업단 과장은 "공사 중단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6공구 전 구간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다만 대구시, 동구청, 주민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520m로 설계안을 재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계안 변경을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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