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현장 문제 외면한 전시행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0.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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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 7일 선포식 "1등 도시" / 시민단체 "경쟁·폭력에 인권은 바닥...총체적 난국"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선포식'에서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라고 적힌 수건을 흔드는 선포식 참가자들(2015.10.7.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선포식'에서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라고 적힌 수건을 흔드는 선포식 참가자들(2015.10.7.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 무상급식비율 17개 시·도 중 16위로 최하위 수준, 학교폭력 심의건수 학생 1천명당 5.57건, 피해학생 수 7.54명, 가해학생수 7.48명으로 지난해 기준 17개 시·도 중 최다, 학교비정규직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3년간 114명 대량해고, 학생인권조례 전무, 5년간 성범죄 교사 솜방망이 처벌, 기초학력 미달학생 지원 매년 감소, 17개 시·도 중 인천시, 경남도와 함께 유일하게 학교비정규직 정액급식비 0원, 교육청 고위직 정실인사 논란, 청년 인구 유출 전국 2위. 모두 대구 교육이 안고 있는 불명예다. 

지난 9월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이 같은 대구 교육 현 주소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7일 대구시를 '대한민국 교육수도'로 선포해 시민단체가 "전시행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수도로 선포하는 고위직 공무원들(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수도로 선포하는 고위직 공무원들(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가 대한민국 교육수도임을 선포합니다"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선포식'.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권영진 대구시장, 권은희(대구 북구갑)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동희 대구시의회의장 등 1천여명은 이 같은 슬로건을 외치고 대구시가 우리나라 교육수도라고 선포했다. 1천여명의 외침과 동시에 무대 양옆으로 폭죽이 터지고 오케스트라의 팡파레가 울렸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라고 적힌 수건을 목에 두르고, 겉옷에는 같은 내용의 배지를 달았다.

(왼쪽부터) 권은희 의원, 우동기 교육감, 권영진 시장(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권은희 의원, 우동기 교육감, 권영진 시장(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교육청은 7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선포식'을 열었다. 지난 5월 22일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대한민국 행복교육의 수도 대구' 등 2건의 업무표장 슬로건이 특허청에 등록된 것과 교육 관련 대구시교육청의 각종 상위권 지표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 선포식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것으로 단순 행사일 뿐 실제로 행정적 의미의 '수도'에 놓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시·도교육청 평가 2012~2015년 전국 1위 ▷교육연수원 평가 2011~2015년 전국 1위 ▷국민권익위원회 주최 부패방지 시책평가 2013~2014년 1등급 ▷시·도교육청 평가 청렴도 부문 4년 연속 '매우 우수' ▷학교폭력 실태조사 피해응답률 2012~2015년 전국 최저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2012년, 2014년 종합 1위 ▷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보통학력 이상 비율 최상위권 ▷201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정 최상위권 등의 지표를 교육수도 선포배경으로 꼽았다.

이날 선포식에는 모두 1천여명이 참석했다(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선포식에는 모두 1천여명이 참석했다(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동기 교육감은 축사에서 "척박한 땅에 거름을 주고 행복의 씨앗을 뿌려 학생들은 자존감을 되찾고 학부모들은 교육역량을 키웠다"며 "교육을 강요받던 학생들은 즐겁게 꿈을 키워 각종 지표로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햇다. 때문에 "대구는 청렴하고 성적이 높으면서 학교폭력은 가장 낮은 착하고 공부잘하는 아이들로 평가받아 1등, 최상위 도시로 거듭났다"며 "그 결과 드디어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수도로 선포하게 됐다. 오늘 선포식은 대구교육 자부심을 표현하고 명성을 회복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수도 선포와 관련해 전교조대구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선포만으로 대구 교육의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대구 교육은 총체적 위기"라며 "교육수도라는 정치적 구호로 포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한민국 교육수도 선포식에서 대구시교육청이 상영한 영상자료 중 '대구교육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봅니다'(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한민국 교육수도 선포식에서 대구시교육청이 상영한 영상자료 중 '대구교육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봅니다'(2015.10.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손호만 전교조대구지부장은 7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업성취도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로 아이들을 줄세우고 폭력 사각지대는 여전하며 급식을 먹으려면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며 "학생 인권 보장 조례는 타지역과 달리 첫걸음도 못 뗐고, 비정규직에게는 10개 시·도교육청에서 지급하는 급식비도 없다. 학생, 학부모, 교사,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가혹한 대구 교육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시가 교육수도로 선정한 각종 지표 대부분은 허상"이라며 "17개 교육청 중 1위를 차지한 것은 평가를 위한 신청서를 낸 교육청이 10곳도 안되기 때문에 그 중 1위를 한 것이고, 학교폭력도 실제 사건 수가 아닌 설문조사 응답률로 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입시위주의 경쟁교육과 학교폭력에 학생 인권은 바닥인 총체적 난국이 바로 대구 교육 현실"이라며 "애들 입으로 들어가는 밥도 아까워하는 곳이 바로  대구인데 무슨 근거로 행복교육 수도라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교육주체들이 다 빠진, 관료 위주의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하나의 퍼포먼스, 해프닝이 바로 교육수도 선포식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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