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유신으로 역사 회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0.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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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133개 단체·야당 "대통령의 비상식, 편향·함량미달 교과서 철회" 촉구


'국정교과서 반댈세' 피켓을 든 시민(2015.10.13.새누리당 대구시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정교과서 반댈세' 피켓을 든 시민(2015.10.13.새누리당 대구시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정부가 학계와 야당,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2일 결국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해 전국적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1백여개가 넘는 시민단체, 야당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규탄하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대구민중과함께, 대구경북진보연대, 전교조대구지부, 민족문제연구소대구지부를 포함한 대구경북지역 133개 시민사회단체·야당은 13일 오전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규탄한다"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민단체 활동가와 정당인 등 시민 7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촉구 대구경북 기자회견(2015.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촉구 대구경북 기자회견(2015.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단체는 "국정교과서는 교과서 집필과 편찬은 물론 수정과 개편까지 교육부의 뜻대로 하는 독점적인 교과서로 정권이 원하면 얼마든지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며 "교육현장에 일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974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유신독재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국정교과서가 정권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준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 교육을 40년 전의 암혹기인 유신시대로 회귀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한국사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따라 제작돼 박근혜 정부가 검정심의한 교과서"라며 "이 가운데에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도 있었지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에 한 곳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이미 국정화는 학생 사고력이 획일·정형화될 수 있고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한다고 했다"며 "헌법정신에 부응하고 교육을 제고하는 데는 국정제보다 검인정제 또는 자유발행제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헌재는 국사는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고 있는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면서 "UN 역시 폭 넓게 교과서가 채택돼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적 필요에 기반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고 했다.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 1인 시위 시민(2015.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 1인 시위 시민(2015.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결국 "국정화 강행은 친일과 독재세력이 자신에게 불리한 과거를 비틀어 미래권력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속셈"이라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것은 독립운동과 민주주의라는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정부는 교육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존중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고, 역사교육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 단체는 12일부터 30일까지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오는 16일 금요일 저녁 7시에는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촉구 단체 피켓팅을 벌인다. 또 26일에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시민 토론회를 연다.

이정찬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국장은 "국정화는 수구보수세력의 친일·독재 미화를 위한 역사전쟁"이라며 "헌법을 부정하는 대통령의 비상식"이라고 꼬집었다. 박만호 전교조경북지부 사무처장은 "교육자에겐 치욕, 학생에겐 거짓교육, 역사는 쓰레기로 만드는 것이 편향되고 함량미달인 국정화 교과서"라며 "5년짜리 정권이 역사 전체를 뒤집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키더니 딸 박근혜 대통령은 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친일, 독재미화 역사교과서 규탄하는 시민(2015.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일, 독재미화 역사교과서 규탄하는 시민(2015.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같은 날 지역 야당들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나섰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13일 국정화에 대한 논평을 내고 "선진국 어느 누구도 채택하고 있지 않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는 이유는 정권 연장의 꿈을 정책 비전과 화합, 소통이 아닌 국민 세뇌로 이루겠다는 발상"이라며 "소통이 어려운 시민이 아닌 말 잘듣는 홍위병들을 키워내고 싶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주중에 시내 곳곳에 30여개의 현수막을 내거는 한편, 당직자와 당원들이 대구 도심과 칠곡, 달서구 상인동을 비롯한 주요 지점에서 1인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북도당도 12일 "친일독재미화 한국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낸데 이어, 13일 아침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이 포항 우현사거리에서 1인 시위를 했다. 14일에는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연다. 오 위원장은 "경북교육감부터 정부 편에 서 친일·독재 미화로 물든 잘못된 한국사교과서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경북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줄 수 있도록 국정화 반대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당은 앞으로도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발행을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예고 기간은 오는 11월 2일까지다.  교육부는 여러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고시한다. 집필 작업은 내달 말부터 시작하고 2017년부터 국정 교과서로 수업한다. 2011년 검정 교과서 체계로 전환된지 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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