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 체불 노동자에게 5만볼트 테이저건 사용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0.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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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병원 하청업체 사장 집 앞 항의에 전기충격기, 4명 입건..."과잉 진압" / "적법"


대구 경찰이 체불임금을 달라며 사장 집 앞에서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5만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국내와 국제 기준을 어긴 과잉·폭력 진압"이라며 반발한 반면, 경찰은 "관련 법규에 따른 적법한 장비 사용"이라고 해명했다.

26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역지부 소속 노동자 10여명은 지난 22일 저녁 9시 경북대병원 하청업체 주차관리 해고노동자 26명의 퇴직금을 체불한 뒤 잠적한 S업체 사장 전모(72)씨가 사는 대구시 중구 삼덕동 M빌라를 항의방문했다.

대구 경찰이 사용한 테이저건에 맞아 상처가 생긴 노동자들 팔 / 사진 제공.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 경찰이 사용한 테이저건에 맞아 상처가 생긴 노동자들 팔 / 사진 제공.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10년 가까이 경북대병원 주차장에서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9월 30일자로 해고돼 현재까지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경북대병원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하청업체 사장 전씨는 퇴직금 2억4천만원과 시간외근무수당 9천만원 등 모두 3억3천만원을 체불한 채 지난 21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해지했다. 노조와 경북대병원은 전씨를 대구지방노동청에 고발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전씨가 삼덕동 자택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노조는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전씨 자택을 찾았다. 이들은 원룸 형태 빌라 1층 공동출입구가 열린 것을 보고 전씨의 집 현관문 앞과 복도에 서 30분가량체불임금 지급과 대화를 요구했다. 경북대병원 총무과 직원 3명도 같은 현장에 있었다. 노조는 대구지방노동청에도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뒤로 수갑이 채워진 박모씨 / 사진 제공.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뒤로 수갑이 채워진 박모씨 / 사진 제공.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전씨는 주거침입과 소란 등을 이유로 경찰에 노조와 병원 직원들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구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경찰관 2명은 주의를 주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이 떠난 뒤에도 노동자들과 병원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 요구는 계속됐다. 전씨도 수차례 경찰에 신고를 반복했다. 다시 출동한 경찰은 노동자들과 병원 직원들에게 재차 퇴거를 요청하며 채증을 했다.  

곧 경찰은 '주거침입' 혐의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소속 여성 노동자 박모(30)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박씨의 팔을 뒤로 꺽어 수갑을 채우고  중부경찰서로 입건했다. 1시간 넘게 뒤로 수갑을 채운 뒤 변호사가 오고서야 수갑을 풀어줬다.

특히 박씨의 체포 과정에서 다른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모(45), 양모(47), 임모(46)씨 등 노동자 3명을 향해 5만V의 테이저건을 수 차례 사용했다. 테이저건 앞에 달린 탐침을 발사하는 대신 탐침을 빼고 전기충격기 형태로 진압했다. 탐침을 빼도 전류 세기는 같다. 테이저건에 맞은 노동자 3명 중 2명은 즉각 곽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박씨 등 4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 규탄 기자회견(2015.10.26.대구중부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 규탄 기자회견(2015.10.26.대구중부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대구본부 등 5개 단체는 26일 대구중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직금을 떼먹고 도주한 사업주는 보호하면서 항의하는 노동자에겐 테이저건을 불법사용하고 폭력적으로 연행한 것은 과잉진압"이라며 ▷담당 경찰관 징계 ▷사과 ▷테이저건 사용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해 집행위원장은 "테이저건은 인체를 마비시키는 위험한 무기로 국제 엠네스티에도 사망 사고가 수 차례 보고됐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사용 자체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대구 경찰은 노동자에게 이 무기를 사용해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구지방경찰청은 26일 브리핑 자료에서 "야간에 타인의 주거지를 무단으로 침입하고 체포하는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면서 "테이저건과 수갑 장비 사용은 적법하고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구중부서 관계자도 "옷에 전기충격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했다"며 "규정 위반은 아니다"고 했다.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노조와 시민단체(2015.10.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노조와 시민단체(2015.10.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테이저건은 전선이 달린 침을 발사해 중추신경계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전자충격기로, 안전성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사형·무기,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 체포·도주 방지, 자기·타인 생명, 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만 테이저건을 사용하도록 했다.

한편, 대구 경찰은 지난 2013년 10월 한 30대 시민을 향해 테이저건을 오발해 실명 사고를 일으켰다. 이 같이 해마다 늘어나는 대구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대구 경찰은 2013년 16차례, 2014년 22차례, 올해 7월까지 9차례 등 모두 47회나 테이저건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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