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노조, 임금피크제 '위법' 조병채 원장 고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1.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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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노동자 집단의사 거치지 않고 개별동의로 도입, 무효" / 병원 "합법, 문제 없다"


경북대학교병원이 노조를 빼고 개별·부서별 직원 동의서명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하자, 노조가 "노동자 집단의사를 거치지 않고 도입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조병채 원장을 노동청에 고발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지부장 이정현)는 5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직원들에게 강제서명을 시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법으로 진행한 조병채 경북대병원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자회견 후 조 원장을 노동청에 고발했다.

조병채 원장 고발장을 들고 있는 이정현 지부장(2015.11.5.대구지방노동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병채 원장 고발장을 들고 있는 이정현 지부장(2015.11.5.대구지방노동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병원은 직원 개별면담을 이유로 문을 잠근 채 협박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등 강제서명을 서슴치 않았다"며 "부서장이 직원 한명씩 불러 동의서에 서명을 하도록 하는 것은 자율이 아니라 강압"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 법원 판결, 노동부 입장도 노동자 집단 동의를 얻지 못하고 사용자 개입에 의한 개별 동의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면서 "불법 임금피크제 개별동의는 완전 무효다. 노동청은 근로기준법을 어긴 경북대병원을 엄중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고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동청은 경북대병원에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린다. 또 조 원장은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도 있다.

경북대병원 임금피크제 도입 위법 규탄 기자회견(2015.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임금피크제 도입 위법 규탄 기자회견(2015.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경북대병원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2,200명 중 54.6%인 1,190명의 취업규칙 변경절차 동의를 얻어 내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개인·부서별 동의서명을 받았지만,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서명 기한을 이틀이나 연장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직원들은 정년(60세)을 앞둔 마지막 해에 임금의 28%를 삭감해야 한다. 향후 5년간 적용 인원은 135명이다. 그러나 직원 3,200여명 중 교수·의사 750명과 조병채 원장 등 임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금을 절감만큼 경북대병원은 2020년까지 일자리 35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는 이 같은 절차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제1항에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그(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 앞서 서울중앙지법도 지난 8월, 사교육업체 '대교' 직원들이 "부당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 때문에 못받은 임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집단의사 확인을 거치지 않은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위법 사례를 적은 피켓을 든 조합원(2015.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임금피크제 도입 위법 사례를 적은 피켓을 든 조합원(2015.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도희 경북대병원분회 부분회장은 "병원은 임금피크제 동의를 받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직원들을 괴롭혔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서에 싸인해준 직원들이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우지연 변호사는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반드시 노조와 교섭을 해야하고, 동의서명을 받을 때에도 자율적인 상황에서 진행해야 한다"면서 "경북대병원은 이 두가지 조건을 모두 어겼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교섭을 해야지만 경북대병원 노조는 근로자 과반이 가입하지 않아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때문에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든 물을 수 있다. 그 결과 부서별로 동의를 구했고, 아무 강압도 없었다. 합법적인 과정에서 진행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을 노사정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을 상대로 10월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하지 않으면 임금의 4분 1, 12월말까지 확정하지 않으면 임금 절반 삭감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 14개 국립대학교병원 가운데 현재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모두 10곳이다.

한편,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인 '민들레분회'는 6일 오전 경북대병원 앞에서 임금인상과 식사제공 등 처우개선 촉구를 위한 '임단협 승리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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