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에도 언론사를 인원수로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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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결국 11월 19일 발효 / 언론·시민단체 '헌법소원ㆍ효력정지가처분' 법적 대응


기자의 인원수를 기준으로 인터넷신문의 등록을 막거나 취소하겠다는 요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월 19일부터 시행됐다. 언론단체는 "인터넷언론 통제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비판했고, 언론사와 법조계 등은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토론회(2015.11.3 국회의원회관.주최: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한국방송학회).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등의 문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토론회(2015.11.3 국회의원회관.주최: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한국방송학회).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등의 문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번 '신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11월 19일부터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이 강화됐다. 지금까지는 취재ㆍ편집 인력 3인을 상시 고용하고 그 명부만 제출하면 등록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취재ㆍ편집 인력 5인을 상시 고용하고, 상시 고용 증명서류(취재 및 편집 담당자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또는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기준을 갖추지 못한 인터넷신문은 등록할 수 없다. 또 이미 운영중인 인터넷신문사업자는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1월 18일까지 개정된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서류를 관할 시.도에 다시 등록해야 한다.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인터넷신문은 등록이 취소된다. 또 이번 개정에 따라 모든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는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ㆍ공개해야 하고 청소년유해정보 차단․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해 "너무 쉬운 인터넷신문 등록제로 인해 매년 1,000개씩 늘어나던 인터넷신문 급증 문제가 시행령 개정으로 해소되면 경쟁 심화로 나타났던 선정성 및 유사언론 문제 등이 해결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국 인터넷신문 수 천여 곳이 '등록취소'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고용인원이 5명 미만인 인터넷신문은 38.7%로, 전국 6천개 가량의 인터넷신문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2천3백여 곳이 등록취소 대상에 오른다. 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1,776곳 중 매출 1억원 미만이 1511개, 85.1%며 인터넷신문 평균 기자 수는 4.5명이었다. 기자 5명의 상시고용에 필요한 예산은 최소 임금과 운영비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1억원에 이른다. 결국, 현재 인터넷신문의 평균 기자 수와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대략 2천~5천개의 인터넷신문이 '등록취소' 대상인 셈이다.

인터넷신문 등록 강화는 기존 주류언론의 권력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디어오늘 권범철 작가
인터넷신문 등록 강화는 기존 주류언론의 권력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디어오늘 권범철 작가

때문에 언론단체는 "인터넷언론 통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국회ㆍ법조계ㆍ언론계ㆍ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정 신문법 시행령을 강행함으로써 한국은 인터넷언론 통제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면서 "전 세계 어디에도 언론사 등록 및 발행을 인원수로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시행령으로 풀뿌리 인터넷신문과 소수자ㆍ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전문 인터넷신문 등의 고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론 다양성 훼손이 불가피해진 반면, 정치ㆍ재벌권력과 유착된 주류언론의 기득권은 더욱 강화되고 사회적 공익 대변의 장 역할을 수행해 온 인터넷신문을 통한 인터넷공론장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법조계ㆍ언론계 등과 공조해 헌법소원과 법률대응, 유엔인권이사회 제소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와 진보정당, 지역 언론, 시민사회단체도 법적 대응에 나선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을 비롯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인터넷신문 강제폐간 대응센터'(가칭)를 꾸려 헌법소원과 함께 이 시행령의 효력정지가처분소송을 내기로 했다. 여기에는 평화뉴스와 뉴스민, 강북신문을 비롯한 대구지역 인터넷신문사와 대구경북언론노조, 인권운동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20여개 언론ㆍ시민단체로 구성된 '인터넷신문 등록규제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12월 중순까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위한 소송인단을 꾸리는 한편,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통해 이 시행령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 개정안 반대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대구경북 시민사회언론단체 기자회견(2015.10.28.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 개정안 반대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대구경북 시민사회언론단체 기자회견(2015.10.28.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들 단체가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법적ㆍ언론현실적 문제 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헌법에 위배
-우리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21조)하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는 당연히 '언론사 설립'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기자 수를 이유로 언론사 설립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 또 현존하는 인터넷신문사의 과반이 넘는 수가 등록취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국가의 권력행사가 신문의 '기능 보장'보다는 '다양성 침해'에 있으며 현존 신문사의 영업권과 재산권도 침해하게 된다. 결국 시행령을 통해 자본이 있는 언론사만 남게 되고 사회적 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언론사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2) 모법(신문법) 위배
- 이 시행령은 신문법, 즉 '신문 등 진흥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이다. 그런데 이 시행령은 모법인 신문법에 없는 내용으로 인터넷신문 등록을 거부하거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이는 모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 

3) 형평성의 문제
- 현행 신문법은 신문의 종류로 일간신문과 주간신문, 인터넷신문을 규정하고 있는데, 기자 수로 등록여부를 따지는 것은 오직 인터넷신문 뿐이다. 기자 수로 등록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근거없을 뿐 아니라, 인터넷신문에 대해서만 이런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4) 소급적용의 문제
- 이 시행령 자체도 문제지만, 이 시행령을 신규 언론사 뿐 아니라 현재 운영중인 기존의 모든 언론사에 대해 소급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 적용 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5) 기자 수와 저널리즘 제고
- 사실확인과 저널리즘 품질이 4명이면 떨어지고 5명이면 제고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확인과 저널리즘 문제는 오직 기자와 언론사 역량의 문제로, 인력의 고용형태나 그 수와는 무관한  게이트키핑(Gatekeeping)의 문제다. 또 대안언론은 특정지역이나 특정영역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굳이 많은 기자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그 의제에 필요한 인력으로 운영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국가가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도록 요구하고 '등록취소'를 강행하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이런 기준은 과거에도 근거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기준은 없다.

6) 선정성 및 어뷰징의 문제
- 선정성과 어뷰징은 포털사이트에서 조회 수를 늘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데, 이는 대부분 중대형 주류 언론이 일삼고 있다. 소규모 언론은 대부분 포털사이트에 검색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선정성 보도나 어뷰징을 할 수 없으며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중대형 주류 언론은 기자명이나 바이라인(By Line)을 쓰지 않고 '인터넷뉴스팀' 혹은 '온라인팀' 등의 이름으로 선정성 보도와 어뷰징을 일삼고 있다. 실제로,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사례를 보면 선정성 보도는 대부분 중대형 언론사들이다.

7) 유사언론행위의 문제
- 유사언론행위 역시 중대형 언론의 문제로, 소규모 언론은 광고주 협박할 힘도 이유도 없다. 한국광고주협회의 2015년 ‘유사언론행위 피해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기업 100곳 중 87%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했으나 5인이하 소규모 언론에 따른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 실효성 문제
- 사이비 언론에 대해서는 지금도 법적ㆍ행정적으로 처벌과 제재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5명 미만이면 무조건 등록취소하겠다는 논리는 어떤 근거도 없다. 또 1년동안 기사를 싣지 않거나 홈페이지 자체가 없는 1천여개의 인터넷신문은 사실상 폐간에 이른 곳으로, 국가가 나서 등록취소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다. 또 기존 시행령으로도 충분히 등록취소 대상이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9) '1인 미디어시대'의 역행
- 현대는 ‘1인 미디어시대’라 불릴만큼 언론의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언론이 될 수 있다. 또, 매일 기사를 올리는 언론도 있지만, 장기간 르포 등으로 취재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언론도 있다. 이런 시대에 '기자 5명'이라는 기준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며, 시대를 거꾸로 가더라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다.

10) 국가의 언론통제
- 이 같은 시행령 개정으로 현행 인터넷신문의 최소 30%에서 최대 85%가 등록취소 대상에 놓였다. 특히, 언론사의 등록취소는 취재와 운영난을 더 심각한 수준으로 빠뜨려 사실상 폐간의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언론통제다. 언론은 오직 독자에 의해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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