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희망을 꿈꾸며, 고향 대구에 '전태일공원'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1.2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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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전태삼씨와 시민추진위, 남산동 생가터에 표지목 심고 공원 조성 선포 "지자체와 협의할 것"


전태일 열사 생가터 대구시 중구 남산동 계산오거리 '전태일공원' 표지목(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태일 열사 생가터 대구시 중구 남산동 계산오거리 '전태일공원' 표지목(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지, 배추, 제비콩이 자라던 마당. 황톳길이 펼쳐진 뒷길. 형은 여기서 태어나 청운의 꿈을 키웠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며 45년 전 산화한 고(故) 전태일(1948~1970) 열사의 친동생 전태삼(65)씨는, 21일 대구시 중구 남산동 50번지 계산오거리 전태일 열사의 생가터에서 이 같이 말하며 고향 대구에서의 형의 자취를 기억했다. 현재는 도로가 생긴 이곳에서 전태일 열사는 3살까지 살았다.

1950년 전쟁이 나면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15살인 1963년 전 열사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뒤에는 현재 지하철 2호선 남산역이 들어선 남산동 2178-1번지에 살았다. 전 열사는 이 집에 세들어 살며 야간학교인 청옥고등공민학교에 3학년으로 입학했다. 현재 이곳에는 명덕초등학교가 생겼다. 동생 전태삼씨는 "형의 짧은 22년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추억이 이곳, 대구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기릴만한 흔적은 대구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무성한 풀만이 세월을 말해줄 뿐이다.

형과의 추억을 기억하는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형과의 추억을 기억하는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재 도로와 인도로 변한 전태일 열사 생가터(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재 도로와 인도로 변한 전태일 열사 생가터(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태일 열사의 고향인 대구에서 자발적인 시민들의 힘으로 '전태일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전 열사를 기리는 공원 조성 운동은 대구가 처음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는 2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남산동 계산오거리 전태일 생가터에서 '전태일공원 조성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동생 전태삼씨를 포함해 시민단체 활동가 등 시민 30여명이 참여했다.

시민추진위는 "노동이 짓밟힌 오늘 전태일 열사의 고향인 대구에서 전 열사를 기리기 위해 생가터에 전태일공원 조성을 선포한다"며 "전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시대 노동의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이 자리에 전태일공원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가 전태일이다' 피켓을 든 시민들(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내가 전태일이다' 피켓을 든 시민들(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추진위는 선포식에서 공원 조성을 알리는 함성을 외친 뒤 '여기는 전태일 생가터. 전태일공원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표지목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시민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용락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장은 전 열사를 기리는 추모시를 낭송했다. 앞으로 시민추진위는 공원 조성을 위해 대구시, 중구청 등 지자체와 협의를 할 방침이다. 또 공원뿐 아니라 전태일 골목 조성을 위한 활동도 할 예정이다.

오규섭(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시민추진위 공동위원장은 "여전히 높은 벽, 성 밖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은 전 열사가 살던 당시와 다르지 않다"며 "그가 허물고자 한 노동의 장벽을 깨기 위해 오늘 날 우리들은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 귀한 장소가 이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태일공원' 조성 선포를 하는 김용락 회장(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태일공원' 조성 선포를 하는 김용락 회장(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채원 시민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전 열사 고향 대구에 그의 흔적이 어디에도 없어 안타깝게 생각한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시민, 시민단체, 지자체와 협의해 전 열사 뜻을 기리기 위한 공원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태일 재단을 방문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화해"를 언급했던 것을 지적하며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 전 열사가 지키고자한 노동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추진위는 공원 조성 선포식 후 대구 오오극장에서 '전태일 정신 문학의 길'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명덕초등학교에서 전 열사 청소년 시절 발자취를 전태삼씨와 탐방했다.

전태일 열사 추모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선 시인(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태일 열사 추모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선 시인(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시민추진위는 앞서 12일부터 21일까지 '기억하고 상상하라'를 주제로 대구 곳곳에서 전태일 문화제를 열었다. 이번 문화제는 <대구참여연대>와 <뉴스민>이 공동제안해 열렸다. 그 동안 대구 노동·시민·종교단체가 각각 전 열사 추모제를 열었지만, 이번에는 대구경북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됐다. 시민추진위에는 대구경북 시민 270명이 1만원 이상의 기금을 내고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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