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성희롱 직원 '솜방망이' 처벌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1.2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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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벌금 8백만원ㆍ전근 권고...교대 "정직 석달 충분" / 여성단체 "경징계, 2차 피해 방관"


대구교육대학교가 '성희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직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이 가해자에 대해 전근 조치를 권고했으나 교대가 '정직 3개월' 처분만 내리고 전근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는 "교대가 경징계로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대구여성회(회장 남은주)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대구교대 교수연수회 중 교직원간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 법원이 최근 가해자에게 벌금형을 내리고 전근까지 권고했다"며 "그러나 대구교대는 가해자에게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고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구교대는 사건 발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1년간 성희롱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기는커녕 가해자를 비호하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성희롱을 예방해야 할 교육대학이 도리어 가해자 경징계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판사 권고에 따라 가해자를 전근 ▷심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사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교육대학교(2014.9.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교육대학교(2014.9.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11월 10일 대구지방법원(제2형사단독 김태규 부장판사)은, 지난 12월 19일 대구교대 교수연수회 뒤풀이가 있었던 경북 한 호텔에서 부하직원 A씨(36.여)를 성희롱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상사 B씨(40.남)에게 벌금 8백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질나쁜 범죄를 저질렀지만 반성하고 있고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앞서 결심공판에서 B씨에 대해 '징역 1년형'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양형이 감소된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 선고 당시 "재판 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은 차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벌금형에 덧붙여 대구교대 측에 "가해자에 대한 전근"도 권고했다.

하지만, 대구교대는 B씨에 대한 징계가 이미 진행돼 전근이라는 재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9월 24일 대구교대 요청으로 B씨에 대해 '정직 3개월·강등' 처분을 내렸다. 대구교대는 추가로 B씨를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B씨는 6급에서 7급으로 강등된채 현재 정직 상태에 있다. 하지만 정직 처분이 만료되는 내달 중순이면 다시 교대로 복귀하게 된다.

성범죄 관련 공무원에 대한 현행 행정자치부 징계기준을 보면, 금고형 이상 선고를 받은 이들만 퇴출 대상이다. 3백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퇴출되는 횡령·배임 범죄와 비교하면 낮은 수위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는 지난 3일 성범죄도 3백만 이상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 퇴출시키는 '공무원 3대 비위 징계기준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현행 성희롱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순이다.

대구교대 내 성희롱 사건 사과 촉구 기자회견(2013.9.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교대 내 성희롱 사건 사과 촉구 기자회견(2013.9.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대구교대는 피해자 보호는 뒷전이고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합의 종용 시도를 반복했다"며 "1년간 피해자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최소한의 조치인 법원 전근 권고까지 무시하는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정직은 공무원 징계에 있어 최소한의 처벌로 가해자가 복귀하면 피해자는 다시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기 위해 대구교대는 가해자를 다른 곳으로 전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대 총무팀 한 관계자는 "이미 정직과 강등이라는 행정적 징계 처분을 내려 또 다시 전근이라는 처분을 내릴 수 없다"며 "할 수 있는 징계는 다 내렸다.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B씨를 다른 곳으로 전근을 보내고 싶어도 받아주는 기관이 없을 것"이라며 "같은 사건이 발생하거나,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학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승인 대구교대 총장은 지난해 8월 학생들과 함께 떠난 해외견학 중,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여학생에게 신체접촉을 한 이유로 올해 3월 교육부 징계위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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