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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주민' 김련희씨의 집으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기사승인 2015.12.08  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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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송환' 거부로 4년째 한국 억류...대구경북 5백인 "가족 곁으로 북송" / 통일부 "불가"


"4년째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 고향 평양, 가족의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4년째 한국에 억류돼 현재 대구 수성구에 살고 있는 '평양 주민' 김련희(46)씨는, 8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이 같이 호소했다. 김씨는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인신매매되듯 한국으로 넘어온지 5년 가까이"라며 "대한민국 정부에 계속 조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내 의사를 무시하고 계속 잡아뒀다. 내 인권은 철저히 짓밟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씨는 "곧 칠순을 맞는 어머니, 결혼을 앞둔 21살 내 딸 연금이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이라는 말을 내뱉고 끝내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흐느끼던 김씨는 "제발 나의 조국, 나의 고향, 나의 가족 곁으로 나를 돌려보내달라"며 "더 이상 고통 속에서 살 수 없다. 이것은 국제법 위반이자 반인류적 행태다. 한국이 진정 민주주의 국가라면 나를 평양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 대구에 사는 평양 주민 김련희씨(2015.12.8.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는 지난 2011년 5월 20일 본인의 질환 치료를 받으러 중국으로 갔다. 이후 그 곳에서 만난 탈북 브로커 소개로 한국에서 돈을 벌어 치료를 받고 다시 북한으로 갈 생각이었다. 곧 김씨는 7월쯤 탈북자들과 만났다. 그리고 9월 16일 남한에 들어왔다. 그러나 브로커가 여권을 빼앗아 김씨는 졸지에 '탈북자' 신세가 됐다. 곧바로 김씨는 국가정보원에 가서 '송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송환을 거부했다. 김씨도 단식투쟁을 벌이며 탈북자 정착 지원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정원은 동의서에 서약을 해야 여권이 나온다고 회유했다. 여권이 있어야 북한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김씨는 뒤늦게 서약서에 싸인을 했다. 하지만 그 서약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겠다는 서약서였다. 문제가 복잡하게 된 원인이다. 이후 탈북자들이 머무르는 하나원으로 간 김씨는 정착교육을 마치고 평양에서 양장사로 있었던 직업 특성을 살려 섬유도시인 대구시 근처 경북 경산시에 머무르게 됐다. 그 곳에서 학교도 다니고 정부 지원을 받아 어렵지만 생계도 꾸려갔다.

하지만 김씨가 애타게 바라던 여권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중국의 북한영사관에도 전화했지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때문에 밀항을 준비했다. 그러나 브로커에게 줄 2천만원을 구하지 못해 위조여권 인터넷 사이트까지 뒤졌다. 하지만 위조여권 값은 3천만원에 달했다. 방법이 없어진 김씨는 '간첩'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했다. 간첩이 되면 조국으로 되돌려 보내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가진 것이다. 

2013년 12월 김씨는 스스로 '간첩'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2014년 7월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10개월 감옥 생활에도 북한으로 갈 수 없었다. 결국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손목을 그었다. 살아남았지만 고통은 계속됐다. 경찰은 여죄를 캐묻기 위한 수사를 이어갔다. 2심에서 대구고등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올 4월에야 풀려났다. 이후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공론화해 송환 방법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 시민 5백여명도 김련희씨 "송환"을 촉구했다. '2015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는 8일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양주민 김련희씨 송환을 지지하는 대구경북 500인 선언'을 했다. 조직위는 한 달 간 선언 동참자를 모았다. 그 결과 507명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들은 세계인권선언발표 67주년인 오는 12월 10일 선언자 명단을 신문광고로 실을 예정이다.

   
▲ 김련희씨 송환 촉구 대구경북 5백인 선언 기자회견(2015.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세계인권선언문 제13조 2항은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에서든지 떠날 수 있으며, 또한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은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며 "보고 싶은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불편한지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도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해 어떠한 나라로부터도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으며(제12조 2항), 어느 누구도 자국에 돌아올 자유를 자의적으로 박탈당하지 않는다(제12조 4항)'고 했지만, 한국 정부는 김련희씨를 북이탈주민이기에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퇴거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녀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 험난하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김련희씨 송환 문제는 현행법이 아닌 인권과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분단의 비극 앞에 동포애 정신으로 김련희씨를 가족 곁으로 북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한 사람의 행복한 가정과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도록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 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그녀를 당장 돌려보내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김씨의 송환이 어렵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임예지 통일부 정착지원과 사무관은 8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의적으로 탈북해 대한민국 국적을 받은 김련희씨는 평양 주민이나 북한 사람이 아닌 완전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한국 국민인 그녀를 북한으로 송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현행법상 불가능하고 이전 사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씨는 쉽게 올 수 없는 탈북의 길을 자의적 의사로 선택해 한국에서 교육과 지원금을 받으면서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은 완전한 우리 국민"이라며 "국민이 북한에서 살고 싶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없고 그렇다해도 송환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허가증을 발급 받으면 짧게 방북이 가능하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김씨가 국보법으로 집행유예 중이라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평양주민 김련희씨를 위한 대구경북 500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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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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