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에 욕설...그래도 '허가' 없이는 어디도 못가는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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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세계이주민의 날'..."차별 중단ㆍ고용허가제 폐지ㆍ노동허가제 도입" 촉구


"무슬림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우리의 고향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우리는 IS가 아니다."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주얀(가명·40)씨)

"일한지 15년 됐어요. 첫 월급으로 36만원 받았어요. 지금은 센터도 있고 월급도 많이 올랐지만 우리는 힘들고 억울해요." (경산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아메드(가명·38)씨)


이주노동자와 시민 150여명이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이행"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2015.12.13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주노동자와 시민 150여명이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이행"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2015.12.13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주노동자들의 국내취업 제도인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된 후 ‘고용허가제’가 지난 2004년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인권과 고용환경은 오히려 더 후퇴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를 ‘신 노예제도’라 부른다.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노동허가제 도입과 노동비자 발급”을 촉구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성서공단노조 등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세계이주민의날'을 기념해 13일 오후 3시 대구 2·28공원에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가졌다. ‘세계이주민의날’은 12월 18일이지만 평일에 일을 하는 이들은 일요일에 모였다. 결의대회에서는 대구와 경산, 경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그의 가족, 시민 150명가량이 모였다.

"고용허가제 반대", "퇴직금은 한국에서 지급하라"...대구2.28공원에서 집회를 한 이주노동자들이 대구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2015.12.13)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고용허가제 반대", "퇴직금은 한국에서 지급하라"...대구2.28공원에서 집회를 한 이주노동자들이 대구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2015.12.13)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고용허가제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권한이 사업주에게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할 때 고용주의 ‘사업장 변경 동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욕설,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장을 이탈하면 미등록노동자가 된다. 미등록노동자는 ‘단속추방’으로 인해 ‘불법’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가 주장하는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선택이 보장되고 사업장 변경횟수의 제한이 없다. 체류기간이나 재계약 역시 이주노동자의 선택으로 정할 수 있다. 김헌주 소장은 "민주노총과 이주노조가 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 상정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의 행진(2015.12.13)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주노동자들의 행진(2015.12.13)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들은 결의대회에서 ▶인종차별과 무슬림혐오 중단 ▶미등록노동자에 대한 단속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3권 보장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도입 ▶UN 이주민협약 비준 ▶폭력피해 이주여성 지원체계 도입 등을 요구했다.

특히 “프랑스 테러 이후 확산되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규탄했다.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IS추정 테러 이후 국내·외 테러에 대한 공포가 높아진 가운데 이슬람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을 보는 시선 역시 이들에게는 힘들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3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인도네시아 전통 모자를 쓰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그들은 결의대회 도중 기도시간을 가졌다. 김용철 성서공단노동조합 상담소장은 “사업주들은 무슬림의 기도시간이나 라마단기간 금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종교가 생활에 배여 있는 이주노동자 개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30여명이 결의대회 도중 기도를 하고 있다.(2015.12.13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30여명이 결의대회 도중 기도를 하고 있다.(2015.12.13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또 이들은 “이주노동자와 그의 가족, 특히 여성이주민과 아이들의 인권침해도 심각하다”고 보고 “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센터 대표는 “정부가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조해 가장 힘없는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폭력과 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민(가명·38)씨는 “우리는 돈을 벌기위해 한국에 왔고 일한 만큼 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비판했다. 또 “사장이 무섭지만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 견디다 못해 도망가면 비자를 빼앗긴다”면서 “비자를 찾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2015.12.13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2015.12.13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들은 한 시간가량 결의대회를 갖고 2·28공원에서 대구백화점, 한일극장, 중앙네거리를 거쳐 ‘대구YMCA 창립100주년 청소년회관’까지 행진을 했다. 행진 후 YMCA 청소년회관 강당에서 국가별로 이주노동자들이 공연을 하는 ‘이주노동자문화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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