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북대병원 노조에 '소리없는 집회' 결정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2.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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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금지가처분 일부 인용, 집회 열되 구호 금지 "진료방해" / 노조 "기본권 제한·이의제기"


경북대학교병원이 노조를 상대로 낸 '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 일부 내용을 인용해 노조의 병원 내 집회 경우 소음을 내지 말라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소리없는 집회 강제는 노조활동과 집회시위 자유를 위축시키는 기본권 제한"이라며 이의제기할 방침이다.  

대구지방법원 제20민사부(재판장 김형태)는 10일 경북대병원이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와 이정현 대구지부장 직무대행, 신은정 사무국장, 주차관리 해고자 이모(63)씨 등 노조와 노조 간부 9명을 상대로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 노조의 병원 내 집회·시위 경우 집단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확성기 등을 이용해 구호·노동가·민중가요 제창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노조와 이정현 대구지부장 직무대행 등 3명에게 위반행위 1회당 1백만원,  해고자 이모씨 등 4명에게 50만원, 나머지 노조 간부 2명에게 벌금 1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경북대병원 소송을 비판하는 노동자들(2015.12.2.경북대병원 앞) / 사진.의료연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 소송을 비판하는 노동자들(2015.12.2.경북대병원 앞) / 사진.의료연대 대구지부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이 당초 요구한 ▷노조의 병원장 승낙 없이 병원 출입 금지 ▷시위 피켓을 든 집회·시위 금지 ▷병원 부지 내 천막농성 금지 ▷병원장과 직원들에게 모욕적인 말 금지 ▷유인물 배포, 벽보, 현수막 게시 금지 ▷비정규직 해고 철회 요구 행위 금지 신청 내용은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집회·시위,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타인의 명예·신용·권리를 침해해서 안된다"며 "노조가 시위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병원 신용과 명예를 훼손하고 진료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 로비, 병원장실 앞 등을 점거농성하면서 고성을 내거나 확성기 등을 동원해 구호를 외치는 등의 소란행위를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정당한 쟁의행위 한도를 초과한 것"이라며 "쾌적한 진료환경 유지, 진료권 보장, 의료기관 본연의 권한과 기능을 위해 과도한 농성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법원 집행관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결정문을 경북대병원 본원 곳곳에 공시했다. 공시에 따라 결정문 효력이 이날부터 발생하게 돼 경북대병원 노조는 병원 내에서 소리 없는 집회·시위를 열어야만 한다.

경북대병원 삼덕동 본원(2015.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삼덕동 본원(2015.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신은정 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노조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위축시키는 결정"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앞으로 법원 결정문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을 하기로 했다. 만약 법원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결정문에 대한 항소를 통해 정식 소송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노조 변호를 맡은 김영관 변호사는 "병원의 가처분신청을 촉발한 이유는 주차관리 노동자 대량해고로 인한 농성"이라며 "이 결정으로 해고자 농성뿐 아니라 간호사, 청소노동자 등 노조 소속의 다른 직군 노동자들의 집회시위 자유도 침해받게 된 것은 문제가 있어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집시법상 종합병원 내에서 집회를 할 경우 엄격한 소음기준이 적용되긴 하지만 주간 65dB, 야간 60dB이라는 소음기준이 존재한다"면서 "아예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한 지금의 결정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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