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부 지정 유사중복 복지사업..."84% 중복 아니다"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 입력 2016.01.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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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군 컨설팅 결과, 56개 중 9개만 "중복"...정부 "참고" / 시 "논의" / 시민단체 "철회"


박근혜 정부가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진행하는 복지사업 중 유사·중복을 이유로 예산삭감을 지시한 대구 56개 사업 중 84%가 "중복사업이 아니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참고용 결과"라고 주장한 반면, 대구시는 "시민의견 수렴 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시민단체는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앞서 11월 4일 정부 지정 유사·중복 지자체 복시사업과 관련한 대구시·대구지역 8개 구·군 1차 합동컨설팅 결과에서, 56개 정부 지정 유사·중복 복지사업 가운데 16%인 9개만이 유사·중복 사업이고, 나머지 47개는 유사·중복 사업이 아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설명회(2015.11.4) / 사진 제공.대구시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설명회(2015.11.4) / 사진 제공.대구시
대구시와 8개 구·군의 유사·복지사업 1차 컨설팅 정비 결과 / 자료.대구시
대구시와 8개 구·군의 유사·복지사업 1차 컨설팅 정비 결과 / 자료.대구시

대구시와 8개 구·군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이 같은 결과를 지난 11월 통보받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들은 복지사업 정비계획을 논의 중에 있다. 대구시는 오는 1월 20일 오후 3시 시청에서 각 지자체 담당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관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대구 지자체는 토론회 후 시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안을 오는 27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대구지역 전체 56개 유사·중복 복지사업 가운데 47개는 유사중복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시 자체 예산으로 진행중인 복지사업 8개와 중앙정부와 예산을 매칭해 시행하는 19개 사업 등 모두 27개 사업 가운데, 유사·중복 복지사업으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고작 2개고, 나머지 25개 사업은 현행유지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8개 지자체 가운데는, 중구·달서구·달성군이 각각 진행중인 사업 5개 중 각각 1개, 남구는 5개 사업 중 2개, 서구·북구는 각각 3개 사업 중 1개만이 유사·중복이고 나머지는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이 아니다고 나타났다. 수성구는 2개, 동구는 1개 사업이 유사·중복으로 삭감 대상에 올랐으나, 컨설팅 결과 모두 유사중복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 기존 예산을 그대로 지급해도 된다고 드러났다.

유사·중복 정비대상 사업군과 정부방침 / 자료. 대구시
유사·중복 정비대상 사업군과 정부방침 / 자료. 대구시

특히 대구지역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4명에 대한 예산도 유사·중복 사업에 포함돼 예산 삭감 위기에 놓였으나, 컨설팅 결과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컨설팅 결과에서 유사·중복으로 예산삭감 해야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중구의 경우 만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월7천원의 목욕비를 지원하는 '경로위생수당'이다. 중구는 올해까지 이 사업을 시행하고 내년부터 다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남구는 저소득층계층 가구를 방문해 일상생활을 돕는 '일사천리 보살펴드림팀', '주민소득생활지원' 사업을 올해와 내년부터 각각 폐지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구의 경우 의료보험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때 만들어진 '의료급여 수급환자 무료진료비 지원'사업이,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긴급지원제도', 정부의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 제도' 등으로 대체 가능해 내년부터 폐지 예정이다.

이찬균 대구시 복지정책관 주무관은 "정비라고 해서 무조건 폐지·축소가 아니다"며 "각 지자체 형평성을 고려하고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확정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즉각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지침 철회"를 촉구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부산, 인천에서는 이 지침을 핑계로 이미 사업의 통·폐합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대구에서는 이 같은 컨설팅 결과가 나온만큼 ·정부안에 반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야별 정비대상(1,496개) 사업과 예산 / 자료. 대구시
분야별 정비대상(1,496개) 사업과 예산 / 자료. 대구시

반면 이 사업을 담당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자체 컨설팅 결과는 참고용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승완 사회보장위 사회보장조정과 주무관은 "각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사업이기에 사실상 정부 통·폐합할 법적권한이 없다"며 "지자체에서 1월 말에 제출하는 안이 최종 수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지침처럼 전문가 의견 역시 참고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정부는 지방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목적으로 정부사업과 중복되는 지자체 복지사업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위원장 황교안)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지침'은 복지정책 중복수급으로 지방재정의 낭비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축소, 통·폐합하는 내용이다.

사회보장위는 전국 복지사업 통합망인 '행복e음'에 입력된 지자체 복지사업 5,891개 가운데 1,496개가 정비(통합, 폐지, 변경)대상이라고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특히 대구의 정비대상 사업에는 대구시가 추진하는 8개 사업(11억 4,800만원), 8개 구·군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29개 사업(33억2,400만원), 중앙정부와 대구시가 예산을 함께 분담하는 매칭사업 19개(182억 7,900만원)로 총 56개 사업, 예산 227억5,1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지원'사업 등도 예산 삭감 복지사업에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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