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내성천, 영주댐 담수 절대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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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유일의 물고기 흰수마자가 사라진다, SOS 내성천!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가는 내성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는 물고기, 흰수마자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내성천에 영주댐이 이대로 들어서고 물을 채우는 담수가 진행된다면 흰수마자는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야 말 것입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외쳐보겠습니다. 내성천을 살려내라!, 영주댐을 철거하라! 흰수마자, 나는 살고 싶다!"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내성천 살리기 대책위' 소속 활동가와 시민 40여 명이 영주댐 앞에 모여서 내성천 살려내라!, 영주댐 철거하라! 외치고 있다. ⓒ 정수근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내성천 살리기 대책위' 소속 활동가와 시민 40여 명이 영주댐 앞에 모여서 내성천 살려내라!, 영주댐 철거하라! 외치고 있다. ⓒ 정수근

지난 1월 27일(수) 경북 영주 내성천의 영주댐 공사장 부근에서 열린 '영주댐 담수 중단과 내성천 회생을 위한 기원 행동'의 시간에 울려퍼진 소리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환경운동연합, 내성천보존회, 대구대교구정평위 생태분과, 녹색연합 등의 환경단체로 구성된 '내성천 살리기 대책위' 소속 활동가와 시민들은 이날 영주댐이 바라보이는 내성천 여러 곳에서 대형현수막을 이용한 행위극을 벌이면서 내성천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다.

그들은 내성천의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
"7년 전 시작된 영주댐 건설로 인해 내성천은 하루하루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성천의 생태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금모래로 명성이 높던 내성천의 모래톱은 대부분 사라지고 그 위를 풀이 뒤덮어버려 그곳이 지금 모래톱인지 풀밭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고운 모래는 쓸려내려가고 상류에서 더이상 모래가 공급이 되지 않자 모래입자가 거칠어지고 자갈이 드러나는 등의 장갑화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선몽대 일대는 명사십리란 이름에 걸맞게 빼어난 모래톱과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으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됐다. 그 선몽대의 2009년 9월(위)의 모습과 2015년 9월(아래)의 모습이다. 모래강 내성천이 완전 풀밭으로 변했다 ⓒ 박용훈, 정수근
선몽대 일대는 명사십리란 이름에 걸맞게 빼어난 모래톱과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으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됐다. 그 선몽대의 2009년 9월(위)의 모습과 2015년 9월(아래)의 모습이다. 모래강 내성천이 완전 풀밭으로 변했다 ⓒ 박용훈, 정수근

그로 인해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종 1급종인 흰수마자의 수도 극감하고 있다. 내성천에서 흰수마자 수가 극감하자 한국수자원공사는 2014년과 2015년 흰수마자 치어 5,000마리를 방사했지만, 2015년 최종 조사결과에서 방사한 치어 중 단 한 개체만이 발견된 사실이 지난 국감에서 심상정 의원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내성천에서 더 이상 흰수마자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급변해가고 있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내성천에서 더 이상 흰수마자가 살 수 없다면 한국 고유종이자 멸종위기1급종인 흰수마자의 앞날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멸종위기종이란 것은 그만큼 서식처가 제한돼 있다는 것이고,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서 사라진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내성천이 거의 유일한 곳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모래 속에서 사는 녀석의 서식처는 국내서 내성천이 거의 유일하다.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사라진다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 정수근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모래 속에서 사는 녀석의 서식처는 국내서 내성천이 거의 유일하다.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사라진다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 정수근
멸종위기종 먹황새. 해마다 겨울 내성천을 찾아오는 먹황새가 내성천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먹황새가 내성천의 심각한 환경적 변화 때문에 언제까지 내성천을 찾을지 의문이다 ⓒ 정수근
멸종위기종 먹황새. 해마다 겨울 내성천을 찾아오는 먹황새가 내성천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먹황새가 내성천의 심각한 환경적 변화 때문에 언제까지 내성천을 찾을지 의문이다 ⓒ 정수근

운하를 위한 댐 영주댐, 필요 없다

비단 흰수마자뿐만이 아니다. 내성천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사행하천으로 이곳은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주요 서식처이고 생태계의 보고다. 역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수달, 흰꼬리수리 등의 주요 서식처이고, 희귀조류인 멸종위기종 먹황새가 해마다 찾아오는 곳이 바로 내성천이다. 그런 내성천의 생태계가 지금 영주댐 건설 공사로 하루하루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수까지 진행되면 내성천의 생태환경은 그야말로 괴멸되고 말 것이고, 생태계의 보고이자,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하나가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란 소리다.

그런데 영주댐은 어떤가? 영주댐은 사실상 그 목적이 사라진 댐이다. 보통 댐이라면 홍수를 방어한다던가, 용수를 공급한다던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영주댐은 주 목적이 운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댐으로, 낙동강에 강물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 90% 이상인 댐이다. 낙동강에서 운하가 사라졌다면 영주댐 또한 필요가 없을 것이다.

활동가들이 꽝꽝 언 내성천에서 '내성천 살리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활동가들이 꽝꽝 언 내성천에서 '내성천 살리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시험담수 준비중인 영주댐 때문에 내성천에 서서히 물이 차고 있다. 강 추위에 얼어붙은 강 위에서 활동가들이 내성천 살려내라면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시험담수 준비중인 영주댐 때문에 내성천에 서서히 물이 차고 있다. 강 추위에 얼어붙은 강 위에서 활동가들이 내성천 살려내라면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수자원공사에서는 영주댐의 주 목적이 낙동강의 수질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영주댐이 낙동강 수질개선 용도라면 22조나 들인 4대강사업의 목적이 허구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왜냐하면 4대강사업을 해서 물그릇을 키워놓기만 하면 수질개선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것이 이명박 정부였기 때문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물그릇이 커져 수질이 개선되는데, 영주댐까지 굳이 지을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실지로 지금 사회 문제까지 되고 있는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현상은 강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강물이 막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이다.

또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듯 "영주댐이 없더라도 내성천의 강물은 지난 수억년 동안 낙동강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데 굳이 댐을 지어서 흘러보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는 것이다.

담수가 완료되면 1천년 역사가 살아숨쉬는 금강마을도 수몰된다. 마을로 들어가 영주댐을 뒤에 고 함께 외쳤다. 내성천을 살려내라 ⓒ 정수근
담수가 완료되면 1천년 역사가 살아숨쉬는 금강마을도 수몰된다. 마을로 들어가 영주댐을 뒤에 고 함께 외쳤다. 내성천을 살려내라 ⓒ 정수근

그런데 필요도 없는 영주댐을 짓기 위해서 1조1천억이라는 국민혈세가 들어갔고, 일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인 금강마을이, 또 일천년의 불교문화를 간직한 금강사 절터가, 무엇보다 우리하천 원형을 간직한 수억만년 내성천의 역사가 수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

영주댐 담수 절대 급한 게 아니다


"영주댐은 그 목적이 사라진 댐이기 때문에 급하게 담수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담수계획을 중지하고, 내성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생태환경의 변화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이 급선무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이사의 말이다. 담수 운운하기 전에 모래강 내성천이 풀밭으로 변한 원인규명부터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환경부 또한 우리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의 개체수가 극감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하고 "2016년 올 한해 1년 계획으로 흰수마자의 생태 문제에 대한 면밀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것"이라고 지난 1월 14일 대구지방환경청은 내성천 생태환경 변화에 대한 설명회 자리에서 밝혔다.

멸종위기종이자 한국고유종 흰수마자. 내성천에서 영주댐 공사 후 흰수마자의 수가 극감하고 있다 ⓒ 정수근
멸종위기종이자 한국고유종 흰수마자. 내성천에서 영주댐 공사 후 흰수마자의 수가 극감하고 있다 ⓒ 정수근
모래강 내성천의 전형적인 아름다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내려 간다. ⓒ 정수근
모래강 내성천의 전형적인 아름다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내려 간다. ⓒ 정수근

그러므로 "내성천의 생태환경 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든 다음에 담수 문제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꾸려서 판단하자"는 내성천 살리기 대책위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영주댐은 사실상 그 목적을 상실한 댐이라 담수를 급하게 서둘 이유가 없고, 내성천은 우리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하천이자 국보급 하천으로 국립공원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길이 보전해야 할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의 강이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결국 내성천이 살아야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도 살 수 있다. 또한 생명그물이라는 이 거대한 그물망에 얽혀 있는 인간들도 살 수 있다. 내성천의 평화가 절실해 보인다.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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