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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삼켜버린 동북아시아 공동체의 꿈

기사승인 2016.02.11  16: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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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현 / 자기발로 걸어 들어간 신냉전의 덫


새해 벽두인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이 점입가경이다. 남한이 지난해 8․25합의로 중단되었던 대북방송을 재개하였다. 이어 설을 앞둔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자 한미는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며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입장을 견지해 왔던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심지어 주한미군이 이미 지난해 11월 실사작업을 벌였고 그 결과 대구를 선택해 미 정부와 한국 정부에 모두 통보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남한은 사드배치 결정에 이어 2월 10일에는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하였다.

 
 
▲ <한국일보> 2016년 2월 11일자 6면(북 미사일 발사 후폭풍)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미간에 시작되었던 대결과 갈등이 대북방송 재개를 계기로 남북간으로 확대되었고 사드배치를 둘러싸고는 한중, 미중간으로 번져가더니 마침내 다시 과거와 같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전통적인 3:3의 냉전구도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에 대한 "우리의 대응-사드 배치,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실효성이 있고 우리에게 이익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민족과 국가의 미래비전과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헛다리 짚은 중국책임론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정부와 언론, 그리고 미국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온데 대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며 연일 ‘중국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미국과 협의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의 북한편들기로 인한 역효과”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8일 사설은 이런 시각을 대표한다. 결국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억제할 강력한 제재에 반대해 사드배치 구실을 제공했다는 의미이다. 한국만으로는 중국을 압박하기 힘들지만 한미일 동맹으로는 계속 압박하면 결국 중국도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이라는 판단인 것 같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도 중국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끌어내기 위한 선제조치라는 해석이 주류이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우선 북한의 핵실험의 원인이 북미간의 대결과 갈등이다. 또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공전으로 인해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된데에는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 하에 북한의 우선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북한 선(先)행동론으로 전환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한국정부처럼 미숙화게 북한이 자기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난다고 해서 국가의 전략적 이익마저 훼손하는 자해적 제재를 하지 않는다. 북한이 붕괴해서 미국과 직접 국경선을 마주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중국과 북한의 경제적 관계가 과거와 달리 중국이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 <경향신문> 2016년 2월 11일자 1면

우리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을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시혜요 지원이라 생각한다. 하기에 우리 기업의 피해를 아랑곳 하지 않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줄을 옥죄기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자해적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민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북 제재에 동참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를 한 후 북한에 대한 외교적 대응과, 한미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협상에 착수한 7일 오후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 초치해 공식 항의한 것을 비교해 볼 때에도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진다.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은 전략적 이익을 우선에 두고 하는 것이지 화가 난다고 해서 자해적 행위를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닌 것이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사드 배치

사드를 배치해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론자들의 주장대로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사드가 아니라 MD체제로의 편입을 공식화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선택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의 효과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사드의 공식 명칭인 '종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날아올라갔다가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마지막 단계에서 격추시키는 시스템으로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는 그 실효성이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장사정포나 스커드 미사일이면 충분한데 굳이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소 잡는데 쓸 칼을 닭 잡는데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안보적 실효성은 불명확하고 우리가 잃어야할 손실은 경제, 환경, 건강 등 너무나도 다양하고 분명하다. 우선 사드 배치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1조 5천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드 1개 포대 비용은 미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15만평의 수용이 필요한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부지와 기반시설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사드 핵심 장비인 AN/TPY-2 레이더가 뿜어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전자파는 심각한 화상과 내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미 육군문서에 담겨 있다. 건강문제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게 되어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치루어야 한다.

 
 
▲ <한겨레> 2016년 2월 11일자 5면(북 로켓 발사 이후) 「"사드배치 협의" 덜컥 결정...비용.부지.외교파장 대책 없어」 기사의 자료 사진

중국의 반발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를 통해 이미 한국이 댓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위 교역·수출·수입 대상국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양국간 교역액은 2289억달러로, 이는 2∼3위 교역상대국인 미국(1035억달러)과 일본(946억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세계적 경제침체속에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경제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입을 경제적 타격을 생각해봤을 때 일부에서 나오는 중국의 제재로 인한 경제손실 감수론은 참으로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이 단순히 가시적인 손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냉전의 구도속에 국가의 미래 전략적 비전까지 잃게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신냉전의 구도, 사라지는 동북아시아 공동체의 꿈

과거 대립했던 남한과 중국, 남한국 소련(러시아)가 수교를 맺었고 중국과는 교역 1위 국가가 될 정도로 관계가 밀접해졌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 일본과 미수교 상태로 남아 있는 냉전의 불균형 해체, 냉전해체의 비동시성이 결국 동북아시아 공동체의 꿈을 좌절시키고 말았다. 사드 배치는 부활할 것으로 우려되었던 동북아시아 냉전구도의 문을 여는 판도라의 상자가 되었다. 당장 중국은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인민해방군의 전략적 고려대상 및 전술적 계획범위안에 들어오게 된다며 경제보복 위협에 이어 군사보복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역사상 최고의 시기라던 한중관계는 파탄 직전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사드배치로 촉발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는 한, 중, 일 삼국이 연대하여 동북아시아의 통합을 이룸으로써 서양의 제국주의를 몰아내자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으로부터 출발한 동북아시아 공동체의 오래된 꿈도 삼켜버리고 말았다. 과거 우리는 힘이 없어 냉전에 의한 분단도 전쟁도 우리민족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지금 우리는 국가의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약소국이 아니다. 경제력과 무역량, 그리고 군사력에 있어 10위권의 강대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냉전 구도는 우리 스스로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힘이 아닌 것이다. 시대와 역사를 보는 안목과 국가의 전략적 비전을 설계할 줄 아는 지혜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남과 북이 손을 잡고 다자 안보의 균형을 만들고 항구적인동북아시아 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의 꿈을 꾸고 실현할 안목과 비전을 갖춘 리더쉽을 가지지 못했기에 결국 세계 10위권의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상적 대결과 공포를 견뎌야 할 신냉전의 덫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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