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적십자사, 김련희씨 이산의 아픔 외면 "송환 어렵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2.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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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포로가 아니라서 권한 없다" / 시민단체 "분단 피해, 인도적 검토를"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회장 남성희)가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2011년부터 4년 넘게 한국에 억류돼 현재 대구시 수성구에 살고 있는 '평양 주민' 김련희(46)씨에 대한 북한 송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대구적십자사는 "전쟁 포로가 아니라 권한이 없다"고 밝힌 반면, 김씨와 시민단체는 "분단의 이산(離散) 피해자"라며 "북한이주민에 대한 인도적 노력은 적십자사 의무로 검토라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대구적십자사 앞에서 '송환'을 촉구하는 '평양 주민' 김련희씨(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적십자사 앞에서 '송환'을 촉구하는 '평양 주민' 김련희씨(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평양 주민 김련희씨 송환을 위한 대구경북모임(대표 최봉태)'은 17일 대구시 중구 대한적십자사대구지사(회장 남성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적십자사에 "김련희씨 송환"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2월 8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소장 권혁장) 앞에서 김씨 송환 지지 대구경북 시민 500인 선언을 하고 대구인권위에도 김씨에 대한 인권 보호 차원에서의 북송을 요구했다.

대구경북모임은 "김씨는 2011년 중국 친척방문 여행 중 브로커에 속아 여권을 빼앗겨 한국으로 왔다"며 "도착 후 '자기 의사가 아니다'고 밝혀 북송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국가정보원은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에 4년째 억류돼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착할 의사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가족이 있는 북으로 돌아갈 의사도 명백히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련희씨에 대한 북한 송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련희씨에 대한 북한 송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보고 싶은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못 돌아가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이해할 것"이라며 "대구 시민이자, 평양 주민인 김씨를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의 품, 북으로 송환할 것"을 촉구했다.

김씨와 시민단체는 기자회견 후 이 같은 내용의 송환요청서를 대구적십자에 전달하고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김연숙(54) 대구적십자사 사무처장은 "제네바협약상 송환은 전쟁 포로에 해당한다"며 "김씨는 포로가 아니라 송환 대상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남북 관계와 관련된 문제는 적십자가 아닌 정부 관할로 대구에는 실무부서도 없다"며 "송환 요구를 하기 위한 장소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하는 업무와 상이해 왜 이곳에 찾아왔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련희씨는 "내가 전쟁 포로가 아니라 적십자사가 나설 수 없다면 그럼 나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느냐"며 "별개 문제다, 권한이 없다는 말에 지친다. 인간의 아픔을 돌보고 인권을 위해 약자를 지키는 게 적십자 의무 아니냐. 검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냐"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남편과 딸의 곁으로 가고 싶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술이라도 한 잔 따라 드리고 싶다"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왜 정치적 문제로 귀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왼쪽에서 두번째)김연숙 대구적십자사 사무처장과 면담 중인 김련희씨, 송환촉구 대구경북모임 활동가들(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에서 두번째)김연숙 대구적십자사 사무처장과 면담 중인 김련희씨, 송환촉구 대구경북모임 활동가들(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시민모임 관계자들도 대구적십자사 권한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인도적인 노력"을 요구했다.
최봉태(변호사) 대구경북모임 대표는 "대구에서 크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타국에 억류돼 간경화까지 얻은 딱한 사정을 헤아려달라"며 "마음을 열고 본사에 보고해 안건으로 채택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도적 노력이라도 해달라"고 말했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적십자는 한반도 이산가족 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 기구"라며 "김씨 송환 역시 검토해볼 수 있는 일 아니겠냐"고 했다. 또 "대결시대에도 적십자 접촉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만큼 절박한 요청에 부응해 인도적 검토를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계속된 호소에 김연숙 대구적십자사 사무처장은 "좀 더 내용을 따져보고 답을 주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적십자사는 1949년 발족한 후 국제적십자운동 기본 원칙에 따라 국적·인종·종교에 차별 없이 인도주의 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희망풍차'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이주민 등 취약계층을 지원해 오고 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대구적십자사는 대구에 사는 북한이주민 16가구 등 모두 1,260세대의 취약계층에 대해 방문, 금전적 지원을 했다. 특히 대한적십자사는 제네바협약에 따라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실향민 송환 교섭 등에 인도주의적 민간기구로 개입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2016.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는 2011년 5월 치료차 중국에 간 뒤 브로커 소개로 한국에 가 치료를 받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브로커가 여권을 빼앗아 졸지에 '탈북자'가 됐다. 송환을 요청했지만 국정원은 거부했다. 이후 국정원은 한 문서에 서약해야 여권이 나온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겠다는 서약서였다. 결국 하나원 정착교육을 받은 뒤 대구에 와서 살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녀의 송환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그러기 위해선 여권이 가장 필요했다. 중국의 북한영사관에 전화하고 밀항까지 준비했지만 헛수고였다. 방법이 없자 '간첩'이 되는 방법을 생각했다. 간첩이되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김씨는 스스로 '간첩'이라고 신고했다. 2014년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옥살이에도 김씨는 고향으로 갈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손목을 그었다. 살아남았지만 고통은 계속됐다. 2심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올 4월 풀려났다. 이후 공론화를 통해 송환 방법을 찾고 있지만 통일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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