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복지재단, 11년만에 또 장애인 '인권유린' 논란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2.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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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 사망·상해, 원인 밝혀진 건 5명뿐..."설립 취소·관련자 처벌" / 시 "검찰 수사 중"


대구지역 A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시설에서 11년만에 또 장애인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시설에서 장애인 사망, 상해,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관련자 처벌과 법인 허가 취소"를 촉구했고, 대구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했다. 

대구시 동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A재단은 지난 1957년 설립돼 2016년 현재까지 60년 가까이 운영돼 오고 있다. 이 재단은 재활원과 요양원 등 2개의 장애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재활원은 만 18세 이상 성인지적장애인, 요양원은 성인중증장애인 거주시설로 장애인 2백여명이 살고 있다. 

A재단 장애인 시설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시민(2016.2.25.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A재단 장애인 시설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시민(2016.2.25.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앞서 2005년 이곳에는 장애인 인권유린 문제가 발생했다. 장애인 강제노역, 폭행, 재단 직원들의 공금횡령, 친인척 비리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후 지역 시민사회는 재단 정상화 작업에 참여해 시설 민주화를 도왔다. 재단은 지난해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민주화 선언'도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1년만에 또 장애인 '인권유린' 의혹이 불거졌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31개 시민단체는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재단 장애인 복지시설의 인권유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재단 법인설립 허가 취소 ▷재단 산하 시설들 폐쇄 ▷관련자 처벌 ▷특별감사 ▷해당 시설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2곳의 시설에서는 2007~2015년까지 장애인 29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시설 원장과 직원들이 의무 소홀, 문제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돼, 당시 재단 대표이사 강모씨가 지난해 5월 사건과 관련한 진상 조사를 위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A재단 설립허가 취소, 근본적 대책 촉구 기자회견'(2016.2.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A재단 설립허가 취소, 근본적 대책 촉구 기자회견'(2016.2.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29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원인 기록이 명확한 건은 5건뿐이다. 2007년 같은 시설 거주인이 발로 차 계단에 떨어져 사망한 이모씨, 2008년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서 숨진 이모씨, 2009년 시설 거주인이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은 권모씨, 2012년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은 박모씨, 2014년 질식사한 박모씨 등 5명이다. 24명의 사망·상해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권위 담당 조사관은 "누가 어떻게 죽거나 다쳤는지 그 숫자와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라고 밝혔다.

장애인 13명에 대한 부적절한 정신의료기관 입원 문제도 나타났다. 정신병원에 입원된 장애인 8명 중 전문가 소견이나 이를 입증할 기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종사자들의 부주의와 관리 소홀", "사건 은폐과 축소 정황", "소극적인 책임자 징계·처벌"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관련자들에 대한  해임과 징계가 뒤따랐지만, 항의서 제출로 해임이 번복되고 징계가 철회돼 시설에 복귀하기도 했다.
 
때문에 인권위는 1월 25일 결정문을 통해 ▷관련자 징계 ▷동구청의 철저한 관리감독 ▷안전관리·직무교육 강화 ▷정신의료시설 입원시 증상 등에 대한 철저한 기록 등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사망·상해 사건 중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망 사건 2건에 대한 수사도 의뢰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시설 관련자 7명은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A재단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와 대구시 담당자들의 면담(2016.2.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A재단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와 대구시 담당자들의 면담(2016.2.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박명애 대구장차연 대표는 "누가 죽고 다친 일이다. 시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구영희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장은 "장애인은 시설이 아니면 지역에 갈 곳이 없다"면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국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장은 "검찰 수사 진행 중이라 당장 감사는 힘들다"며 "결론이 나면 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A재단 법인업무담당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음 주에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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