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비정규직 조리원에게 '밥값 징수' 논란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3.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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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급식비 5~7만원씩...조리원 "잔반으로 겨우 때우는데" / 교육청 "철회 불가"


50대 여성 김영자(가명)씨는 대구시 수성구 A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 급식실 조리사로 21년간 일했다. 400인분 식사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잔반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런데 김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한 번도 낸 적 없는 밥값을 이제 내라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돈 내고 먹으라는 요구에 항의했지만 교육청 지시라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전체 초·중·고등학교 비정규직 급식조리원들에게 밥값을 내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2월 19일 대구 440여개 초·중·고등학교 전체에 이달부터 영양사·조리사·조리원 등 급식실 관련 종사자들에게 1일 1식분의 급식비를 징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대구지역 학교비정규직의 40%가량 되는 2,500~3,000여명의 급식 종사자들이 급식비를 내게 됐다.

학교 급식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구교육청의 급식비 징수 공문 / 자료.학비노조대구지부
학교 급식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구교육청의 급식비 징수 공문 / 자료.학비노조대구지부

대구에 급식 시스템이 도입된 20여년동안 급식 종사자에게 밥값을 걷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의 특성상 이들은 시·검식을 이유로 징수 대상에서 면제됐다. 하지만 이제 매월 5~7만원을 내야 한다. 이처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조리원의 급식비 징수를 통보한 곳은 대구·부산 등 5곳이다. 경북 등 11곳은 학교운영위에 징수 여부를 맡긴 상태다. 급식비 면제를 유지한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그 동안 학교비정규직들은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했다. 오히려 밥을 먹은만큼 학교에 급식비를 내야 했다. 반면 교사 등 정규직들은 정액급식비 수당 13만원을 받았다. 급식을 신청하면 자동 인출되는 형태였다. 밥값 차별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때문에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비정규직에게도 올 3월부터 급식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규직보다 적은 10만원을 지원하기로 해 비난을 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밥값 면제 대상인 조리원도 지원 대상이 됐다. 그러자 교육청은 밥값을 지원받으니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먹은만큼 밥값을 내라며 급식비 징수를 통보했다. 그러나 노조는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조리원 식대비 면제는 일의 특성상 보장된 부분이었고, 해마다 잔반율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밥을 만든 당사자에게 밥값을 내라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보다 3만원 적은 식대비를 지원하면서 밥값 징수는 똑같은 액수로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 급식비 0원 규탄 피켓을 든 시민들(2015.10.21.대구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비정규직 급식비 0원 규탄 피켓을 든 시민들(2015.10.21.대구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장은 9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리원에게 식비를 지원한다고 밥값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임금격차가 심해 위험수당과 복지차원에서 임금보전을 한 것인데 또 징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최영오 조직국장도 "조리원에게 돈내고 밥 먹으라는 것은 식당 알바에게 밥값을 받는 것처럼 비상식적"이라며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잔반으로 겨우 밥을 먹는 노동자에게 돈까지 내고 남은 음식을 먹으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0일 오후 대구교육청 앞에서 '급식비 강제 징수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연주 대구교육청 대외협력실 공보담당관은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을 줄이고 교직원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징수하는 것"이라며 "철회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북교육청은 조리원 급식비 징수를 각 학교운영위에 맡긴 상태다. 앞서 8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북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급식비 지원을 합의하고 조리원 급식비 징수를 위한 학교운영위를 여는 것은 교섭권 침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노조는 오는 17일 경북 각 학교 상황을 확인한 뒤 급식비 징수를 강행하면 법적인 대응을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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