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텃밭 대구, 지역구 절반에 '진보' 후보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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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2곳 중 6곳에 진보정당·무소속 6명...4년 전보다 두 배, 더민주보다 더 많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지역에 진보정당과 노동계ㆍ시민사회 무소속 '진보' 후보 6명이 20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대구 12개 선거구의 절반인 6곳에 겹치는 곳 없이 골고루 출마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명)보다 많을 뿐 아니라 4년 전 19대 총선의 '진보' 후보(3명)보다 두 배나 많다.

4.13총선 후보 등록(3.24-25) 마감을 일주일 앞둔 18일 현재 대구의 진보정당과 진보성향의 무소속 후보는 6명으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 조명래(51.북구을) 대구시당 정치개혁운동본부장을 비롯해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 최창진(34.중남구) 대구시당위원장, 녹색당 변홍철(47.달서구갑) 대구시당공동운영위원장, 민중연합당 황순규(35.동구갑) 전 동구의원, 무소속 조석원(34.달서구병) 대구경북민주통일정치포럼 사무국장, 조정훈(41.달성군) 민주노총대구수석부본부장이 모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전에 나섰다.

(왼쪽부터) 정의당 조명래(북구을), 노동당 최창진(중남구), 녹색당 변홍철(달서구갑)
(왼쪽부터) 정의당 조명래(북구을), 노동당 최창진(중남구), 녹색당 변홍철(달서구갑)
민중연합당 황순규(동구갑), 무소속 조석원(달서구병), 무소속 조정훈(달성군) / 사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민중연합당 황순규(동구갑), 무소속 조석원(달서구병), 무소속 조정훈(달성군) / 사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정의당 조명래 "청년과 서민을"...노동당 최창진 "비정규직·해고 해결을"

이들 가운데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 소속인 조명래 예비후보는 2010년 대구시장 선거(10.20% 득표)와 2012년 총선(북구을, 24.16% 득표)에 잇따라 출마한 경험을 바탕으로 첫 당선을 노리고 있다.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대구에서 오랫동안 진보정당에 몸담았다. 특히 민주노총 금속연맹 정책실장, 진보신당 대구시당위원장, '비정규직철폐 대구공동대책위원회' 상임대표, '국우터널 무료화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그는 "20여년 한결같이 대구와 칠곡을 지켜왔다"며 "야당의 무덤이라는 대구에서 야당후보의 당선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조 후보는 '청년고용할당제'와 '5시 퇴근법' 도입,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 지급,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가입, 공교육지원센터 건립 등 청년과 서민을 위한 공약을 연일 내놓고 있다.

최창진 노동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출마선언'(2.29)을 경북대학교병원 해고자들의 천막농성장 앞에서 할만큼 '비정규직'과 '해고자'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병원이 있는 '중남구'에 출마한 그는 "공공병원인 경북대병원의 비정규직 해고 문제는 단순 노사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노동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무너진 공공성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를 평등·생태·평화 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출마한다"고 밝혔다. 주요 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법 제정 ▷기본소득 실시 ▷오후 5시 퇴근제 ▷핵발전 점진적 축소·대안에너지 확대 ▷군비경쟁 축소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내세웠다. 그는 진보신당 대구시당 사무처장(2012), '청도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2013)을 지냈으며 현재 대구시당위원장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 대구지부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녹색당 변홍철 "기본소득 도입"...민중연합당 황순규 "진박 말고 서민을"

변홍철 녹색당 대구시당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평론' 편집장과 편집주간(1998-2008)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청도 345kV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송전탑과 원자력발전소 반대운동에 힘쓰고 있다. 또 도서출판 '한티재' 기획위원(2010-현재)으로 환경과 인문학 관련 책을 다수 펴냈고, 청소년 인문학 공부모임 '강냉이' 교사(2010-현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권력정치만이 판을 치는 국회에 들어가 '삶의 정치'를 위한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며 "회색의 국회의사당에 초록의 균열을 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성서공단'으로 불리는 지역적 특성과 어린 시절의 인연으로 '달서구갑'에 출마한 그는 '기본소득 도입'을 비롯해 4대강사업과 녹조, 식수·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녹색당이 대구에 국회의원 후보를 낸 것은 2012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황순규 민중연합당 예비후보는 '동구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구갑'에 출마했다. 그는 비영리 지역아동센터 '신나는 효목 방과후 학교' 교사와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운동본부장'을 거쳐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동구의원 선거에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옛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재선에 실패했다. 2006년 당시 민주노동당대구시당학생위원회장을 시작으로 2014년 통합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까지 오랫동안 진보정당에 몸담은 그는 현재 '동대구노숙인쉼터' 운영위원과 '동구 지방재정계획' 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출마선언(3.14)에서 "'진박' 말고 '서민'"을 강조하며 "대통령에 대한 충성경쟁만 난무하는 총선에서, 무늬만 서민인 금수저가 아니라 언제나 서민 편에 서왔던 황순규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중연합당은 청년과 노동자·농민의 '직접정치'와 '연합정당'을 내세워 지난 2월 27일 중앙당을 창당했으며 3월 20일 대구시당 창당을 앞두고 있다.

사회활동가 조석원 "세월호 진실을"...해고노동자 조정훈 "노동개악에 맞서"

무소속 조석원 '대구경북민주통일정치포럼' 사무국장은 중앙선관위 예비후보자 직업란에 '사회단체활동가'라고 등록하고 '달서구병'에 출마했다. 그는 18일 오후 이 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 사무실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 "조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 세월호 사건을 '조류독감'에 비유하는 등 유가족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준 대표적인 정치인"이라며 "이런 정치인이 20대 국회에서도 활동한다는 것은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세월호참사 진실규명 수요서명모임'에서 활동한 그는 "한국사회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은 대단히 중요한 일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또 "대구는 가장 높은 수준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하고 있고 청년들이 살기 어려워 떠나고 싶은 도시가 되고 있다"면서 "30대 청년인 조석원은 기성 낡은 정치가 아닌 청년들의 직접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조정훈 민주노총 대구수석부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군'에 출사표를 던졌다. '노동자'라고 직업을 등록한 그는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상신브레이크' 해고자로서 이 회사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3.17)을 했다. "달성군은 대구 민주노총 금속노조 9곳 등 조합원 3,500여명이 있는 핵심지역으로, 이 곳에 쉬운 해고ㆍ더 낮은 임금ㆍ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을 주도한 대통령 측근이 당선되면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참히 짓밟힐 것"이라면서 "현 정권과 새누리당의 노동개악 강행에 맞서 대통령이 아닌 노동자, 서민,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입법활동 ▷고용안정법 제정 ▷재벌세와 부자세 부과 법안 제정 ▷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방지법 ▷가계세 인상 제한법 제정 ▷최저임금 1만원 보장 등을 발표했다. 앞서 민주노총대구본부는 지난 15일 대표자회의에서 조 수석부본장 출마를 확정하고 선거운동을 돕기로 했다. 민주노총에서 노동자 후보가 나오는 지역은 현재까지 대구, 부산, 대전 등 3곳이다.

'진보' 후보, 4년 전보다 두 배...'북구을' 야권 단일화는?

이들 6명의 '진보' 후보는 어느 한 곳 선거구가 겹치지 않는다. 다만, 정의당 조명래 후보가 출마한 '북구을'은 더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홍의락(61) 의원과, 노동당 최창진 후보가 출마한 '중남구'는 더민주당 김동열(47) 예비후보와 각각 '야권'으로도 겨뤄야 한다. '북구을' 선거구의 조명래ㆍ홍의락 예비후보는 '야권 단일화' 여지를 두고 있으나 '중남구'는 상대적으로 연대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앞서,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대구에 진보정당 후보 3명이 출마했다. 조명래ㆍ이원준(달서구을) 후보가 통합진보당으로, 이연재(수성구갑) 후보가 진보신당 소속으로 각각 나섰으나 낙선했다. 조명래 후보는 당시 민주통합당 이헌태 후보와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이겨 새누리당 서상기 후보와 겨뤘으나 24.16% 득표율로 낙선했으며, 이원준 후보는 18.90%, 이연재 후보는 3.34%에 그쳤다.

한편, 18일 현재 더민주당은 4명이 지역구 선거에 나섰다. '수성구갑'에 김부겸(58) 전 의원, '수성구을'에 정기철(53) 대구시당 노동위원장, '중남구'에 김동열(48) 대구시당 중남구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고, '달서구을' 선거구에 김태용(52) 대구시당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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