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총선 대구 민심...새누리, 급하니 또 '읍소작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4.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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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대구 전 후보들 "대구 잘못되면 대통령 식물화, 야당·탈당파 안돼" / 야당 "거짓사과"


4.13총선의 흔들리는 대구 민심 앞에 새누리당이 또 다시 무릎을 꿇고 '읍소작전'에 나섰다.

30년째 지켜온 텃밭 대구에서 의석 절반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을 향해 '믿어달라'며 또 고개를 숙인 것이다. 특히 이들은 대구에서 야당과 탈당파의 당선은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 식물화로 이어진다"며 "대통령을 뽑아준 대구에서 이들의 당선을 막아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야당은 "거짓사과"라며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시민의 심판을 받으라"고 비판했다. 

무릎 꿇고 읍소하는 대구 새누리당 후보들(2016.4.6.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무릎 꿇고 읍소하는 대구 새누리당 후보들(2016.4.6.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대 총선 일주일을 앞둔 6일 오후 새누리당 최경환(61)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과 새누리당 대구지역 전체 후보자 11명(중남구 곽상도, 동구갑 정종섭, 서구 김상훈, 북구갑 정태옥, 북구을 양명모, 수성구갑 김문수, 수성구을 이인선, 달서구갑 곽대훈, 달서구을 윤재옥, 달서구병 조원진, 달성군 추경호)중 양 후보를 뺀 10명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시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대부분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대구 12개 선거구 중 절반인 6개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가 야당(수성구갑 더불어민주당 김부겸)과 무소속(동구갑 류성걸, 동구을 유승민, 북구을 홍의락, 수성구을 주호영, 달성군 구성재) 후보에 뒤지거나, 박빙열세로 나타나자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게 됐다. 이들은 호소문을 발표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다시 믿어달라"고 읍소했다.

후보들은 호소문을 통해 "공천과정에서 심려를 끼쳐 사죄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꾸짖어 달라. 매를 들어 달라. 대구 시민의 사랑의 매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힘든 선거가 없었다. 몇명의 후보는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구가 뽑은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이번 총선이 중요하다. 살려달라. 다시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발언 중인 최경환 새누리당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2016.4.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발언 중인 최경환 새누리당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2016.4.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경환 총괄선대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의 성공적인 남은 2년을 위해 이를 뒷받침할 국회가 필요하다. 대구의 압승이 절실하다"며 "야당과 탈당한자들이 당선되면 안된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마음의 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조원진 후보도 "여러분이 만든 대통령을 위해 새누리당 심장 대구에서 한 표가 소중하다"며 "불쌍하다고 김부겸, 무소속을 찍어 대구가 잘못되면 대통령은 식물화된다"고 주장했다.

'살려달라'는 후보들의 읍소가 이어지자 현장에 있던 시민 2백여명은 "불쌍하다", "안됐다", "믿는다"며 지지를 보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또 쇼한다", "이칸다고 안바뀐다"며 냉랭한 민심을 전달했다.

같은 날 김문수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범어네거리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읍소작전을 펼쳤다. 김 후보는 인도에 멍석을 깔고 100번 큰절을 하며 "새누리당이 그 동안 오만했다. 시민들이 많이 사랑해주셨는데 보답은커녕 큰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보인 모습은 국민께 예의가 아니었다"면서 "회초리를 들고 매섭게 질책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이날부터 4.13총선 전까지 매일 100배 큰절을 할 예정이다. 그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멍석 위에서 큰절하는 김문수 후보(2016.4.6.범어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멍석 위에서 큰절하는 김문수 후보(2016.4.6.범어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야당은 "거짓사과"라며 비판했다. 더민주당 김동열(48)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후보는 이날 논평을 내고 "새누리당의 쇼에 속지 않는다. 민심은 이미 새누리당을 떠났다"며 "숨쉬게 해달라고 할 만큼 대구는 절박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브리핑 자료를 통해 "쓰러져가는 민생경제와 가계경제 앞에 두고 함부로 절을 하지 말라"며 "그 시간에 민생을 살릴 방안과 공약을 연구하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에서는 조명래(51) 북구을 후보가 유일하게 이번 대구 총선에서 뛰고 있다.

민중연합당 대구시당 선거대책본부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새누리당 전매특허 사과와 읍소가 다시 등장했다"며 "사과를 하려면 박터지는 충성경쟁에 쪽박찬 서민에게 제대로 해야 한다. 거짓사과에 속아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30년 일당독점 대구 선거가 심상치 않은 것은 누가 나와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새누리당 오만과 독선에 대한 민심, 천박한 친박타령,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막장정치의 후과"라고 비판했다. 민중연합당의 대구 유일한 20대 총선 출마자는 동구갑 황순규(35) 후보 한 명이다.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의 계속되는 무조건 빌고보기식 읍소작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분 지난 2004년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잘못했습니다'를 주문처럼 외치며 총선을 치렀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위기에 처하자 뜬금없는 읍소작전을 다시 등장시켰다. 당시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 등 전국의 여당 후보들은 '도와주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권영진 후보와 새누리당 국회의원 7명도 투표를 앞두고 신매동 시지광장에서 '대시민 사죄문'을 발표한 뒤 엎드려 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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