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41주기..."여전히 냉혹한 이 나라의 민주주의"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4.0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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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열사 대구 추모제 / "과거로 역행하는 통일ㆍ민주주의, 이제 우리들이 나서야 할 때"

 
"서도원 열사, 도예종 열사, 송상진 열사, 하재완 열사, 우홍선 열사, 김용원 열사, 이수병 열사,
여정남 열사, 장석구 열사, 이재문 열사, 전재권 열사, 유진곤 열사, 조만호 열사, 정만진 열사,
이태환 열사, 이재형 열사, 라경일 열사, 도혁택 열사"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조작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8개월을 복역한 강창덕(89)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9일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열린 인혁당 41주기 대구 추모제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고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88)씨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강 이사장은 "열사들의 뜻을 다 이루지 못했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들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말했다. 또,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선 안 된다"면서 "추모만 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제로 삼고, 모두가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떠난 이맘때쯤은 항상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이지만 여전히 냉혹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희생자 18명 영정(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희생자 18명 영정(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강창덕(89)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이 술을 올리고 있다.(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강창덕(89)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이 술을 올리고 있다.(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18시간 만에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41년이 되는 9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4.9통일열사 41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곳에는 당시 사형된 8명 중 고 도예종, 고 여정남, 고 하재완, 고 송상진씨 등 희생자 4명이 안장돼 있다. 오후에는 서울에서 같은 내용의 추모제가 진행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고 도예종씨 부인 신동숙씨, 아들 도한수씨와 고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씨, 고 정재권씨 동생 전재창씨, 고 나경일씨의 아들 나문석씨, 1963년 1차 인혁사건 피해자 고 도혁택씨 아들 도영주씨와 2차 피해자 강창덕 이사장을 비롯해 유가족,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인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4.9계승사업회는 1,2차 인혁당 사건으로 목숨을 잃거나 옥고를 치른 희생자 18명의 영정을 묘소 앞에 세우고 1시간가량 제례, 추모식, 헌화를 했다. 김하원 산수이종율선생기념사업회 이사가 '모두 몽땅 당신에게 바치겠어요'라는 제목의 추도시를 낭송했고, 차승환 부마민주항쟁계승사업회 부설 민주주의사회연구소장이 추모사를 했다. 또 가수 박성운씨는 추모노래를 불렀고 무용가 박정희씨는 진혼무를 선보였다.

무용가 박정희씨는 진혼무(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무용가 박정희씨는 진혼무(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4.9통일열사 41주기 추모제. 유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4.9통일열사 41주기 추모제. 유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2016.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이들은 "숨어서 제사지내던 그 시절과 함께 모여 추모제를 지내는 지금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민주주의는 나아진 것이 없다"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던지신 열사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찬수 4.9인혁재단 이사는 "나라가 과거로 역행하는 지금 통일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남기고 떠난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된다"며 "이제 우리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여정남기념사업회와 경북대 총학생회ㆍ교수회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여정남열사 41주기 행사위원회>는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앞에서 열사를 기리는 문화제를 열었다. 이현세 여정남기념사업회장은 "선배들의 노력으로 독재는 몰아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루지 못 했다"며 "그들이 치열하게 고민했고, 목숨을 바쳤던 가치를 이어받아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4.9 통일열사 여정남 정신계승'을 주제로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시민단체 등 10여개 팀이 참여하는 합창제도 함께 진행됐다. 또, 인근 여정남 공원에는 당시 수사기관이 발표한 '전국민주청년학생연합' 조직도와 고 여정남 열사의 당시 자필 상고이유서, 인혁당 관련 기사 등이 전시됐다.

경북대 행정학부 학생들이 '4.9통일열사 여정남 정신계승' 문화제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2016.4.9.경북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경북대 행정학부 학생들이 '4.9통일열사 여정남 정신계승' 문화제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2016.4.9.경북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경북대 여정남공원에 전시된 인혁사건 관련 자료(2016.4.9.경북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경북대 여정남공원에 전시된 인혁사건 관련 자료(2016.4.9.경북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박정희 유신정권의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으로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피고인 8명을 사형시킨 사건이다. 국내외 법조계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부르고 있다.

이후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중앙정보부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사건이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년 1월 23일 열린 재심 공판에서 32년 만에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유족과 관련자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희생자별로 20억-30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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