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장애인단체, '참정권 침해' 등 차별 123건 진정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4.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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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투표소 접근·행정서비스 이용불가 등 사례 44% 공공부문, 인권위에 진정 "시정해야"


"시설에 있을 때 관리인이 '걸을 수 있는 사람만 투표장에 갈 수 있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투표할 수 없었다. 나는 투표장에 도착했지만 관리인과 투표소에 같이 들어가 투표했다. 시설 거주 장애인들도 투표할 수 있는 권리와 원칙이 보장돼야 한다" 대구에 사는 지적장애 2급 최모씨의 말이다. 

4.13총선에서 대구에 사는 또 다른 장애인도 비슷한 차별을 겪었다. 휠체어를 탄 김모씨는 지난 8일 남산3동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투표하는 곳은 3층이었지만 리프트나 승강기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의 투표를 권했다. 김씨가 "왜 가야 하냐"고 따져 묻자 그제야 투표용지 출력을 위한 신분증을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겨우 투표를 했다. 

대구경북 장애인 차별 진정서 123장(2016.4.15.대구인권사무소)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대구경북 장애인 차별 진정서 123장(2016.4.15.대구인권사무소)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대구경북 장애인들이 4.13총선 '참정권 침해' 등 123건의 차별과 관련해 인권위에 집단진정을 냈다. 대구장애인인권연대,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31개 단체가 참여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 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권혁장 대구인권사무소장에게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앞서 한 달동안 대구경북 장애인 상담전화(대구경북1577-1330 장애인차별 상담전화 네트워크)를 통해 접수된 123건의 차별 사례를 모아 이날 진정서를 냈다. 전체 사례의 45%인 55건은 공공부분, 나머지 68건은 민간부문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부분 55건에는 지난 13일 총선에서 직접·비밀투표 원칙위배, 투표소 접근불가 등으로 장애인 유권자들이 겪은 참정권 침해가 9건 포함됐다. 19대 총선 직후 50건 차별 사례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장애인들의 참정권 침해는 여전했다.

'대구경북 장애인 차별사례 집단진정 기자회견'(2016.4.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대구경북 장애인 차별사례 집단진정 기자회견'(2016.4.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의 ▷39건은 시설물이나 서비스의 이용·접근에서 정당한 편의를 받지 못한 경우 ▷4건은 정보 접근불가 ▷3건 교육이나 사법 행정 절차 직간접적 차별로 나타났다. 또 민간부문 차별은 68건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진정 건수 대부분이 시설물 접근 제한, 장애 비하 등 고전적 영역"이라며 "장애인차별법 시행 8년째지만 예방과 권리구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표소, 은행, 학교, 병원, 관공서, 교통수단, 운전면허시험장, 방송사까지 장애인이 느끼는 장벽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때문에 ▷국가인권위 인력 확대를 통한 제대로 된 차별시정기구 수행 ▷대구시의 장애인 인권보장 기본계획 수립 ▷탈시설·자립생활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 차별 철폐" 피켓을 든 시민들(2016.4.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장애인 차별 철폐" 피켓을 든 시민들(2016.4.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김시형 장애인차별 상담전화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차별금지법 시행 8년째지만 진정건 수는 늘어만 난다"며 "장애인에 대한 인권위의 대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장애인 언니 부양을 견디지 못하고 숨진 여성과 연이어 발생한 시설비리같이 장애인 차별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인권위와 대구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국가인권위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대구인권사무소의 조사권 확대에 따른 기대효과를 진단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월 21일부터 지역 인권사무소로의 조사권 이양 방침에 따라 기존 구금시설(교도소·구치소), 보호시설(정신병원·요양원),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한정됐던 범위가 장애차별, 학교, 국가기관(국회·법원·검찰·경찰·국정원·군 제외), 공직유관단체 등으로 확대됐다.

장애인들의 진정서를 전달받는 권혁장 대구인권사무소장(20164.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장애인들의 진정서를 전달받는 권혁장 대구인권사무소장(20164.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한편 2007년 4월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고용, 교육, 재화·용역 제공, 사법·행정절차 서비스와 참정권, 성, 가족·가정·복지시설 이용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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