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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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희 / "핵발전과 핵무기는 생명평화와 함께 갈 수 없다"


들어가며

우리는 밤에 불을 켜서 밝게 지내는 것을 매우 자연스러운 삶이라 생각한다. 인류의 조상들이 지구에 등장한 수백만년의 역사에서 불을 켜서 어둠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은 약 1백만년 전에 활동한 호모에렉투스 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을 가지게 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나무, 마른 풀 등의 자연물에 불을 붙여 활용해 왔고, 촛불이나 호롱불 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연료로 하여 빛을 얻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인공의 빛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류문명의 개시와 역사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게 살아오던 인류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전기라는 특별한 에너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기로 열도 내고 동력도 얻지만 일차적으로는 빛을 얻는 것이 전기의 가장 큰 기능이라 볼 수 있다. 전기는 초, 램프, 호롱불 등 종전의 빛 장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빛 장치였다. 전기라는 에너지가 만들어져서 금속으로 된 줄을 타고 전달되어 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나의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수십만 세대 혹은 그 이상의 가정에 전기를 공급한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가동되는 수력발전소는 35곳,  화력발전소는 25곳, 핵발전소는 24곳이다. 핵발전소는 2015. 1. 현재 고리, 월성, 울진, 영광 4개 지역에 24개가 가동 중이며, 5개가 추가 건설 중이다.  신월성원전 1,2호기 준공으로 경상북도는 국내 운영 원전 24기 중 12기를 보유하는 핵발전소 최대 집적지가 되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2015.4.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2015.4.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풀빛운동에서 핵과의 헤어짐, 즉 탈핵은 가중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한국에서 녹색당을 아는 사람들은 탈핵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고 녹색당 당원들도 대부분 탈핵을 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의 첫째 항목으로 잡고 있다. 탈핵은 크게 핵발전소와의 이별과 핵무기의 폐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핵무기를 폐기하자는 흐름은 과거에 반전운동의 한 내용으로서 ‘반핵’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국에서 이미 핵발전은 전체 전기 생산의 30%를 넘은 상태이며,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 없이는 한국에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보다 깊이 들여다보면 핵에 의한 전기 생산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화석연료를 원료로 하여 생산되는 화력발전소 전기도 인위적인 작용으로 탄소를 배출시키는 점에서 지구환경에 해를 주고, 제한된 자원인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속성이 없는 에너지이다. 친환경 에너지라 할 수 있는 수력발전이나 풍력발전, 태양광 발전 역시 일정 정도 자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핵발전, 화력발전과 같은 위험성이 높거나 지속가능성이 없고 환경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원과 헤어져야 하지만, 그 이별 대신에 친환경 에너지를 그만큼 사용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에너지 전환은 이루어질 수 없다. 어떤 생명운동가는 현재의 전기 사용을 그대로 하면서 화석연료, 핵에너지와 결별하고 태양열이나 태양광으로 대체를 한다면 그 엄청난 에너지 소비 때문에 정상적인 태양의 작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기요금 체계와 전기 사용량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전기 생산의 수단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이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이다. 전기는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로 구분될 수 있다. 산업용 전기의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산업용 전기는 우리보다 물가수준이 현저히 낮은 중국보다 더 싼 전기요금을 유지하고 있으며 제조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보이다. 그래서 풀빛운동의 큰 흐름은 산업용 전기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고 이것이 전기를 필요이상으로 소비하게 하는 과잉소비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산업용 전기 요금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 요금을 포함하여 전체 전기 요금을 인상하여 전기 사용을 억제하자는 것은 아직 풀빛운동 흐름의 보편적 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의 누리집에 올라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 주장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팽팽한 것을 보면, 전기요금의 인상이 아직 생명평화운동의 합의된 방침은 아닌 것이다. 생명과 평화를 가치로 하는 풀빛운동은 가계의 부담이 일부 있더라도 가정용 전기요금의 인상을 통한 전기사용의 억제를 정책으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다른 모든 문명의 이기와 마찬가지로 전기도 인간의 삶에 많은 편리함을 주고 있지만,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만큼 인간의 본성에서 멀어지는 삶을 살아가게 만들고,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 지구별의 생태를 깨트리게 된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가 농촌 가정에까지 공급된 1970년대 이전에는 호롱불 밑에서 책을 읽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문명이 전기의 사용을 늘리고, 늘어난 수요는 다시 발전소의 건설로 이어지면서 공급을 늘리고, 이렇게 늘어난 공급은 수요자를 찾아 전기 사용을 유도한다. 대표적으로 낭비되는 전기는 ‘네온사인’이라 이름 붙이는 광고용 전기 간판이다. 서울역 앞의 구 대우빌딩에는 벽면 전체를 야간 광고판으로 사용하는데, 그 광고판에 소요되는 전구의 수와 전구 한 개당 소비전력, 그리고 갖가지 모양을 만들기 위하여 쉼없이 점멸을 거듭하는 과정이 더해져서 그 건물이 사용하는 전기량은 만만치가 않다. 사회 전체로 보면 전형적으로 낭비되는 전기이다. 이러한 과도한 전기사용은 확실히 규제되어야 한다.

 규제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업과 시민이 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경제적 부담을 가지도록 요금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산업용 뿐 아니라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나아가 전기 사용에 각종 세금을 붙인다. 광고용 전기에 특별 에너지세를 붙이고, 나아가 가정용 전기제품에도 일정한 정도의 용량을 벗어난 것은 특별소비세와 특별에너지세를 붙인다. 예를 들어 특별소비세는 필요이상으로 거대한 냉장고, 텔레비전 등에 원래 제품값 정도로, 즉 100%의 세금을 붙여서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대가를 치르더라도 특별한 취향을 위하여 대형 가전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상류층 사람들만 대형냉장고와 대형 텔레비전을 사게 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살리는 대신에 상당한 세금을 납부하는 애국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물론 생산부문에 사용되는 산업용 전기와 서민들의 생활에 필수인 가정용 전기의 가격도 생산비 이상이 보장되고, 나아가 전기사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정도로 인상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제 우리나라 이야기를 해 보자. 외국에서 생활해 본 사람이라면 대체로 느끼겠지만 한국의 도시는 유별나게 밝은 편이다. 야간에 항공사진을 촬영하면 한국의 도시가 밝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일본의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도시만큼 밤이 밝은 도시는 잘 없다. 인구 300만이 넘는 독일 수도 베를린이 인구 30만이 조금 넘는 한국의 도시보다 밝지 않다. 유럽인들은 가정에서 전기 대신 초를 켜는 경우도 자주 있으며, 대체로 가정 내에서 대낮처럼 환하게 조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연히 겨울철에 짧은 속옷 바람으로 지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실내에서도 두터운 옷을 입고 물주머니를 데워서 끼고 자면서 실내 난방을 최소화시킨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전기와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가계 운용에 부담이 된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고, 그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전기와 연료의 사용이 많아질수록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되도록 요금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에너지 효율이 상승한다. 현재 전기 사용량 중 약 26%가 난방을 위한 전기라고 한다. 전기난방은 열을 발생시켜 이를 전기로 변환하는 생산과정, 그리고 송전선을 타고 수요처인 가정과 기업으로 보내진 전기를 전열기에 의해 열로 다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므로 기름이나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직접 난방에 비하여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다른 연료로 대체할 수 있는 난방용 전기 소비가 없어진다면 약 30%에 해당하는 전기 생산을 담당하는 핵발전소가 거의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핵발전은 위험하고 비싼 전기 생산방법이다

핵에 의한 발전은 위험함과 동시에 비싼 에너지 조달 방법이다. 핵발전과 핵무기는 쌍생아이다. 핵발전소를 지어놓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청정한 에너지원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탈핵운동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거칠게 내놓는 말,  “(원자력 발전소가 정말 안전하다면) 여의도에 핵발전소를 짓자.” “서울에 핵발전소를 짓자.”라는 말을 들려줄 필요가 있다. 바닷물이 없으니 서울에 핵발전소 건설은 기술적으로 어렵겠지만, 기술적 문제를 논외로 하고 서울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하면 찬성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위험한 시설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탈핵운동은 핵무기 폐기를 요구하는 평화운동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생명을 파괴하는 무기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핵무기를 반대하는 운동은 핵무기의 제조 원료를 만들어 내는 핵발전도 반대하게 된다. 핵발전과 핵무기는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생명과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풀빛운동의 사람들에게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찬핵론자들, 특히 한국의 핵발전 전도사들은 원자력 발전이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 주장한다. 핵발전이 값싼 에너지라고 하는 것은 건설비용, 안전을 위한 관리비용, 사용 후 발전소 시설 폐기 및 사용후 핵연료의 보관 등 안전을 위한 비용을 엄밀하게 계산하면 어불성설이다. 핵발전은 기존의 화력발전에 비해서도 결코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핵발전과 핵무기는 생명평화와 함께 갈 수 없다

이제 핵과 헤어짐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더 이상 미련을 가지면 아니된다. 이 땅의 찬핵 세력들은 핵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경계심을 제거하기 위하여 “핵”이라는 단어를 극구 피한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핵발전소는  “핵 전력 생산공장(nuclear power plant)"이라 부르고, 핵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는 ”핵반응로(nuclear reactor)"라 부른다. 그런데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는 핵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로, 핵반응로는 ‘원자로’라 부른다. 핵이라는 말이 주는 위험성과 그로 인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확산한 이데올르기적 용어라 할 수 있다.

핵발전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부산시 기장군, 경북 경주와 울진, 전남 영광, 이렇게 4개 지역에 존재하고 있다. 최초로 건설된 고리 원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구역단위로 30만 이하의 중소도시 혹은 인구 5만 이하의 군 지역에 존재하고 있다. 최근까지 핵발전소가 건설되었거나 건설 진행 중인 곳, 현재 핵발전소 신규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경주, 울진, 영덕, 삼척 지역이다.

  국가권력이 폭력적 지배를 하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핵발전소 건설에 대하 지역주민이 반대를 할 수도 없었고 실제로 반대운동이 일어난 곳도 없다. 그러나 1987년 민주주의 체제의 수립 이후 ‘원자력 발전소’가 위험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고, 이제 어느 지역에서도 과거 유신시대와 같이 정부에서 결정하여 밀어붙일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서고 주민 여론조사 혹은 주민투표가 이루어지고, 다수 주민이 반대를 할 경우 핵발전소 건설은 추진이 어렵게 된다. 부안의 핵폐기장 건설이 주민들의 투표로 부결이 된 이후 결정적으로 정부가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강원도 삼척에서는 2015년에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가 시 정부의 주도로 추진되었으나 중앙정부의 반대로 결국 민간이 주도하는 주민투표, 즉 주민투표법상의 투표가 아닌 사실상의 ‘주민투표’가 진행되었고, 개표결과 압도적 다수의 핵발전소 반대 의견이 확인된 이후 정부는 발전소 건설 강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덕원전 찬반 주민투표(2015.11.11.영덕군 오일시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덕원전 찬반 주민투표(2015.11.11.영덕군 오일시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에 영덕에서는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와 영덕시민들의 노력으로 사실상의 주민투표가 성사되었으나 주민투표법상 개표요건에 해당하는 1/3에 불과 200여표 미달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 이전까지 투표 자체를 철저히 무시하던 정부와 주류언론은 투표율이 주민투표법상 개표요건에 미치지 못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투표추진위가 전혀 파악을 할 수 없었던 부재자를 제외하면 총 유권자 수에서 제외하면 40%가 넘는 투표율이었고, 핵발전소유치에 대한 반대 항목 투표율은 91.7%였다. 당시에 영덕 핵발전소의 건설 여부에 대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면 최소 70% 이상이 반대를 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영덕군민들 중 압도적 다수의 주민이 반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반대의 핵심 이유가 만일의 경우에 발생할 수십만명 사람들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이 국가정책이라고 밀어붙이는 적나라한 폭력, 이것이 영덕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발전소 건설 추진의 본질이다. 전기의 수요자들은 주로 도시민, 특히 수도권 도시 주민들이다. 핵발전소 건설 강행에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도시 전기소비자들의 안락한 삶을 위하여, 수만명 영덕군민들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자기결정권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소수자에 대한 폭력, 이것은 민주주의가 파시즘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핵발전소 건설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적나라한 현장이다. 

탈핵의 세계적 흐름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핵발전을 둘러싼 탈핵과 찬핵 진영의 힘겨루기에서 탈핵운동에 큰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대세로 굳어져 가는 듯하였던 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결정적으로 꺾이게 되었다.
 스위스에서는 2011년 5월에 있었던 대규모 반핵 집회 이후 핵 에너지의 이용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가동 중인 5기의 핵발전소는 정해진 수명까지 가동된 이후 2034년에 최종적으로 폐기될 예정이다. 스위스는 전기의 약 40%를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가 대체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14년까지 완전 중단하기로 한 7개의 핵발전소에 대한 가동 허가를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유럽의 최대 핵발전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77%의 국민이 핵발전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했다.

독일에서는 1998년 10월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이 출범하여 ‘핵발전의 조기 철수’를 정부 방침으로 정했다. 그에 따라 2000년 4월 14일 정부와 전력회사 사이에 세계 최초의 ‘탈핵 방침’이 합의되었다. 그런데 2005년 총선에서 기민당이 승리하면서 탈핵의 흐름은 도전을 받게 되고, 메르켈 총리는 2009년 9월 제2차 메르켈 정권 때 핵발전소 수명연장이라는 방법으로 탈핵 방침의 수정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면서 메르켈 총리는 수명 연장 방침을 취소했고,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방침이 결정된 상태이다.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독일의 탈핵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첫째는 독일인의 오랜 원전 반대 전통과 에너지 전환에의 광범위한 참여, 둘째는 원전 없이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민간 싱크탱크의 존재, 셋째는 원전 폐기와 에너지 전환을 핵심 강령으로 채택한 녹색당의 존재이다. 독일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하여 국민들이 전기료의 인상이라는 고통을 같이 견뎌내고 있다. 전기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탈핵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에 대하여 7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현재 한국처럼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나라로는 중국이 있다. 기존 핵발전국가들은 모두 탈핵으로 국가 정책 방침을 결정하고 탈핵의 길로 가고 있거나, 미국이나 일본처럼 탈핵을 공식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실질적으로 저지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핵발전소 건설포기는 탈핵의 주요 경로이다. 다수 국가들의 탈핵의 길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안은 있는가

한국에서 핵과의 헤어짐을 위해서는 핵발전에 따라 생산되는 전기량, 즉 나라 전체 전기 생산량의 약 30% 에 해당하는 전기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에너지로 대체를 해야 한다. 즉 수요를 줄이고 다른 공급원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수요관리를 통하여 전기 사용량을 줄여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가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은 실현가능한 목표이다.

  첫째, 난방용 전기의 수요 감축이다. 한국은 전체 전기의 24%를 난방용으로 사용한다. 전기가 흔히 생각하는 바와 같이 어둠을 밝히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함에 따른 손실, 송전을 하는 과정에서 손실, 전기에너지에서 열에너지로 변환함에 따른 손실로 인하여 매우 비효율적인  에너지 공급방법이다. 난방용 전기를 완전히 없애고 다른 수단으로 난방을 할 경우 다른 연료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전기 수요를 대폭 줄여 핵발전이 필요없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전기요금의 인상, 에너지세 등 특별 조세항목을 신설함으로써 수요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어 전기 사용량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셋째, 조명용 전기 사용량의 감축을 위하여 절전효과가 큰 엘이디(LED)등으로 교체사업 등 절전을 위한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

탈핵의 길로 가기 위한 공급측면의 대안은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는 수력, 태양광, 조력, 풍력, 지열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제규모를 가지는 나라 중에서 한국처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약한 나라는 드물다.  ‘한국탈핵’이라는 책에서 김익중 교수는 태양광에 대한 공무원 조직의 부정적 시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공무원들 사이에 유포되어 굳어진  “우리나라 전기를 모두 태양광으로 생산하려면 태양광 판넬로 전 국토를 열 번 덮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데 실제로 김 교수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이 생산하는 전기, 즉 전체 전기의 30퍼센트를 태양광으로 생산하려면 전 국토의 2퍼센터를 태양광 패널로 덮으면 된다.”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좀 더 세밀하게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태양광과 풍력이 핵발전을 대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핵 발전의 대안은 존재한다.
그리고 핵 발전은 너무 위험하며, 이후 세대와 인구가 적은 지역에 집단 인명피해의 위험이라는 희생을 강요하는 비윤리적, 반민주적 산업이다. 한국에서 핵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저지하고 기존의 핵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기하는 것, 즉 탈핵은 가능한 정책일 뿐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이다.






[기고]
성상희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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