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유산 5.18, 그 정신 왜곡하거나 훼손해선 안돼"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5.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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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철(61) 대구 강연 / '북한 개입설' 등 왜곡 비판..."국방부의 미온적 입장도 문제"


"어떠한 왜곡에도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역사를 지켜나가야 한다"

안종철(61) 전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추진단장은 10일 저녁 경북대 강연에서 "5.18은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에 대한 저항이자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열망"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인사들이 세계가 인정한 민주화 유산인 5.18을 '북한군 소행의 폭동'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고 진실을 알려 광주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종철(61) 전 '5.18민주화운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위원회' 추진단장
안종철(61) 전 '5.18민주화운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위원회' 추진단장
이날 강연은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5.18민중항쟁 36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회'의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 5.18때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고?>를 주제로 학생과 시민 등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안 전 단장은 "5.18 관련법이 3가지나 제정돼 망월동 묘지는 국립묘지가 됐고, 전두환·노태우 등 군부책임자는 사법판결을 받았다"며 "대한민국과 국민 모두가 인정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객관적 사실 없이 무작정 매도하고, 날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5.18 관련법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1990년 제정)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1995년 제정)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2002 제정) 등 3가지다.

안 전 단장은 "2년 전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에서는 탈북자가 출연해 '북한군이 침입했다'는 주장을 보도했고, 지만원·류기남 등 보수인사들은 5.18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했을 때 앞장서 반대했다"면서 "이들도 문제지만 일베(일간베스트) 등 인터넷을 통해 검증 없이 확대 재생산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 5.18기념재단
사진 출처 / 5.18기념재단
사진 출처 / 5.18기념재단
사진 출처 / 5.18기념재단

또 "지만원씨는 95년 검찰수사 당시 공수부대 지휘관의 거짓 진술을 악의적으로 편집·왜곡했다"며 "객관성 없는 편향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시 작성된 계엄군 검시보고서에는 희생자의 70%가 시민들이 들고 있던 칼빈총에 맞았다고 나왔지만, 95년 재조사에서는 그 반대로 대부분 계엄군이 들고 있던 M16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그럼에도 그는 계엄사령부의 엉터리 보고서만 인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단장은 "지만원씨의 책 『수사기록으로 본 12.12와 5.18』과 『솔로몬 앞에 선 5.18』을 보면, 복면을 한 600명의 북한군이 도청 지하실에 폭탄을 설치하고 시위를 주도했으며 시민군이 먼저 발포했고 북한군이 계엄군을 습격해 장갑차를 탈취한 것으로 나와 있다"며 "모두 허위와 날조로 이뤄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군 지도자 역할을 한 윤상원 열사에 대한 폄하와 5.18사진첩이 북한과 공모해 발간됐고, 광주민주화운동의 대표적인 저서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황석영.1985)가 북한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등 모두 18가지의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만원씨에 대해 "그는 일부 주장만 가지고 무작정 깎아 내린다"면서 "역사를 왜곡하더라도 이해할만한 수준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금방 들통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는 계엄 상황으로 군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었다"며 "그들이 주장한대로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와 시민들을 죽였다면 모든 책임은 국군통수권자와 국방부장관에 있다. 희생자들을 폄하하고 매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5.18때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고?'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시민 180여명이 참석했다.(2016.5.10. 경북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5.18때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고?'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시민 180여명이 참석했다.(2016.5.10. 경북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북한군 개입설'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 역시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 전 단장은 "국방부는 종편의 보도가 난 뒤 '확인할 수 없음', '5.18관련 법률과 2007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없다', '아니다'와 같이 단정하지 않고, 객관적인 용어로 표현해 그들의 주장에 명분을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떠한 왜곡에도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올바르게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면서 "그들의 희생으로 이뤄낸 민주주의를 기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자"고 말했다. 또 "대구와 광주는 동서로 떨어져있지만 꾸준한 교류를 통해 역사·동료의식을 갖고, 광주의 민주화에 대한 희망과 희생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민주정부 수립 ▷신군부 퇴진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한 민주화 운동으로 87년 6월항쟁과 필리핀·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5월에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정식으로 등재됐다.

안종철 전 추진단장은 1955년 광주에서 태어나 25세 때 5.18을 직접 목격했다. 이후 1988년 전남대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에서 5.18참여자·관찰자들의 구술 작업에 참여했으며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조정관, 광주시 인권옴부즈맨, 5.18민주화운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단장 등을 맡았다. 저서와 논문으로는 <5.18때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고?>, <광주전남현대사연구>, <주한미군정연구> 등이 있으며 현재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증보개정판 집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5.18민중항쟁 36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회' 등은 안 전 단장의 강연을 시작으로 6월 7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같은 장소에서 '5.18민중항쟁 인문학 역사교실'을 이어간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김태형 심리연구소함께 소장, 김창록 경북대 법대 교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차례로 나서 '박정희'와 '현대사', '위안부',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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