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제외된 개인', 장애인의 현실과 권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 연속 기고 ②] 전근배 /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하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 1만원 대구운동본부'의 연속 기고를 6월 7일부터 11일까지 싣습니다. 기고는 권택흥(최저임금 1만원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ㆍ전근배(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ㆍ황성운(전국여성노조대구지부)ㆍ최유리(청년유니온)ㆍ박인화(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님 순으로 이어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평화뉴스

           
  호황기에나, 불황기에나 장애인은 항상 ‘절반의 고용률, 두 배의 실업률’에 시달린다. 장애인 10명 중 6명(60.4%)은 애초 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지도 않는다. 만성적인 실업상태에 시달리는 것이다. 고용률은 전체 인구 평균 60.8%에 반해 그 절반 수준(37.0%)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대구지역 실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5.4%(전국 3.7%)를 기록 했다고 하지만, 장애인의 평균 실업률은 7.8%, 20대 장애인의 경우에는 22.0%에 달한다.(2015년 장애인통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청장년 장애인의 경제활동 실태와 정책과제(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설령 고용되어 일을 할 수 있다하더라도, 최저임금법 제7조(최저임금의 적용제외)에 따라 정부의 인가가 있으면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합법이 된다. 이윤을 위한 생산이라는 자본주의 경제 질서 하에서 한 인간에 대한 생존과 인격의 박탈이 그다지 놀랍지 않게 법률로써 공언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땅 노동의 문제에서 장애인은 언제나 ‘열외’, ‘논외’의 대상으로 치부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사실 실업이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게 노동권은 더욱더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국가가 실업문제해결차원에서 장애인에게 더더욱 노동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또한 사회구성으로 우리에게 생존권의 보장을  위한 노동권을 타인과 같이 동등하게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장애인의 노동권은 인권의 문제이자 더불어 생존권의 문제이다.

  한국의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015년 기준 2.62%로 OECD국가 평균 4.4%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목표치는 달성된 전례가 없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의무고용률은 낮으며, 30대 대기업의 고용률은 고작 1.92%로 심각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조차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권고(안)’을 마련하여,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제도입을 권고사항으로 제시하였으며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최저임금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정부는 2015년 장애인 고용 종합대책을 통해 ‘최저임금 감액제도’(최저임금을 또 감액하겠다니!)를 마련하겠다고 떳떳하게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현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차다. 적용제외 신청건수가 2005년 제도 도입 당시 140건에 불과했다면, 정부의 독려로 2013년에는 4,484건에 육박하기에 이른다. 그 신청의 92.4%는 다름 아닌 정부의 대표적인 보호고용 정책의 일환인 ‘직업재활시설’이다. 한편으로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국가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그 스스로가 나서 정당화하면서 불합리한 기준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비록 인가를 받아야한다고는 하나 국가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대상을 분류하고 낙인찍고 있음에 어느 누가 영향받지 않을 수 있을까. 제도 도입 이 후, 법정 최저임금이 2007년 3,480원에서 2013년 4,860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장애인의 시간당 임금은 2007년 3,219원에서 2013년 2,775원으로 꾸준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장애인 노동의 현실에서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요구는 기층의 조직된 정당성과는 별개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까. 바라건대 최저임금은 단순히 불황기의 생존권적 요구로서 금액의 인상 문제로만 부각되어선 곤란하다. 위 장애인의 현실은 비단 특정한 한 계층이나 집단의 열악한 노동실태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적 시장 안에서 인간 노동이 어떻게 규율되고 처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상이며, (비단 장애인 뿐 아니라)만연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노동 일반에 대한 체제의 보편적인 태도이다.

  마땅히 이를 해소해야 할 책임은 ‘제외된 개인’들이 아니라 국가에 부과되어야 한다. 때문에 지금의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은 금액 그 자체의 인상에 대한 요구로서도, 나아가 현재 시장의 불합리함과 불공정함, 개별 노동의 분절화에 맞서는 전략으로서도 정당해 져야 한다. 지금의 최저임금 책정과 적용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장애인은 그 어떤 형태로든 배제되고 대상화될 수밖에 없다(그리고 이런 배제와 대상화는 정도의 차이일 뿐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전체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에게뿐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은 당연한 권리로서 요구되어지고 쟁취되어져야한다. 장애인에게 노동권과 최저임금 1만원은 사회의 모든 면에서 힘의 관계가 균등하지 않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질적 평등’, ‘인권’,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주요한 함의를 가지는 것 같다.

우리는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하라!
정부는 최저임금 이상의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제 실시하라!







[최저임금 1만원 릴레이 기고] ②
전근배 /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정책국장


[최저임금 1만원, 연속 기고]
권택흥 / 비정규직 1천만..."최소한의 사회적 책임, 최저시급 1만원"
전근배 / 최저임금의 '제외된 개인', 장애인의 현실과 권리
황성운 / 일하는 여성에게 '최저임금'이란...
최유리 / 청년, 우리의 1시간은 6030원보다 귀하다
박인화 / 청소년 노동자가 있어요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