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천여명 성소수자 축제..."이것이 우리의 사랑"

평화뉴스 김영화,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6.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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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구퀴어축제, 동성로서 6시간동안 공연·부스행사·자긍심 퍼레이드 등 "성소수자 권리" 촉구


8회 대구퀴어축제, 1천여명의 동성로 '자긍심의 퍼레이드'(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8회 대구퀴어축제, 1천여명의 동성로 '자긍심의 퍼레이드'(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성로에 '퀴어(Queer, 성소수자)'를 나타내는 무지갯빛 깃발이 8년째 휘날렸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잰더(LGBT)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차별을 없애자는 '성소수자'들의 하루 축제가 올 유월 여름에도 어김없이 대구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졌다. 올해로 8년째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다. 이번 축제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시민 1천여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자긍심의 퍼레이드 등을 통해 성소수자 권리를 알렸다. 기독교단체 반발이 있었지만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PEACE(평화)'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동성로(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EACE(평화)'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동성로(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무지개인권연대, 대구경북성소수자인권연대 등 44개 단체가 참여하는 '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공동대표 배진교, 권택흥, 김영순, 김태일)'는 26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불어라 변화의 바람'을 주제로 대구퀴어축제를 열었다.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원장은 "혐오와 차별에 춤을 추며 맞서 뜨거운 대구 여름을 더 뜨겁게 녹이자"며 "우리는 지금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그들도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 다시는 혐오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자. 축제가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무지개 페인팅을 얼굴에 칠한 한 시민(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무지개 페인팅을 얼굴에 칠한 한 시민(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소수자부모들이 성소수자들에게 포옹을 하고 있다(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소수자부모들이 성소수자들에게 포옹을 하고 있다(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자리에는 시민 1천여명(주최측 추산 1,400여명·경찰 추산 900여명)이 참여했으며 오후 1~4시30분까지 부스행사와 축하공연이 진행됐다. 오후 5시부터는 대구백화점에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중앙네거리, 반월당, 봉산육거리, 삼덕지구대, 대구백화점까지 2시간가량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벌였다. 

퍼레이드 차량에는 성소수자 댄스팀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는 온갖 것들'이 춤을 통해 행진을 이끌었다. 축하공연에는 회기동단편선, 허곤, AV, 등이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회기동단편선은 공연 중 천주교 생활성가 '사랑한다는 말은'을 통해 "예수님은 성수자를 혐오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우리의 미래, 우리의 사랑"이라고 했다. 

'불어라 변화의 바람' 주최 단체들의 합창(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불어라 변화의 바람' 주최 단체들의 합창(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대구백화점 야외무대 앞에서부터 대구CGV 한일극장 앞까지 파란색 캐노피 23개가 차려졌다. 캐노피 위로 'peace(평화)', 'LGBT', '무지개연대' 등 성소수자 권리를 뜻하는 깃발이 걸렸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영남대 퀴어동아리 유니크,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무지개인권연대, 레드파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모임 등이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를 풀고 권리를 찾기 위한 이색적인 부스다. 

축제 첫해인 2009년과 달리 많은 시민들은 퀴어축제에 참여해 다양한 행사를 즐겼다. 자녀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축제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해 길바닥에 주저 앉은 미대생도 있었다.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해 옷을 입은 코스튬플레이어들도 있었고, 모국에서 이 맘때 열리는 퀴어축제를 잊지 못하고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하며 동성로를 찾은 미국, 영국, 캐나다인들도 있었다. 지난 12일 미국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난사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도 모습을 보였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근처에서 행진하는 축제 참가자들(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근처에서 행진하는 축제 참가자들(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09년 첫해에는 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퀴어축제가 '보수 대구'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일었지만, 8년째를 맞는 지금 시민 1천여명이 참여하는 어엿한 대구의 대표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기독교단체의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로 축제 개최에 대한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혐오보다 더 큰 '사랑'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퀴어축제의 세는 더 강해지고 커졌다.

'동성애 반대' 단체에 맞서 항의 피켓을 든 축제 참가자(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애 반대' 단체에 맞서 항의 피켓을 든 축제 참가자(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 나랑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등은 당초 집회신고를 낸 국채보상기념공원이 아닌 퀴어축제 현장 일대에서 미신고 집회를 벌이며 축제를 방해했다. 일부 기독교신자들은 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불법주차를 했다가 대구중구청에 의해 강제로 차량이 견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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