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표류 10년, 평등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6.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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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퀴어토크쇼 "UN 권고에도 소극적 정부·무관심한 국회...성소수자 혐오 묵인하는 사회"


대구퀴어축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피켓을 든 시민(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퀴어축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피켓을 든 시민(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차별금지법 표류 10년간 성(性)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혐오가 증오선동까지 이어져 선을 넘었다"


조혜인(36)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28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열린 '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일환 퀴어토크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그는 "차별, 부정의, 소수자 혐오표현, 증오선동에는 합리적 사유가 없다"며 "구구절절한 변명에도 정의롭지 않은 것은 정의롭지 않은 것이다. 차별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혐오를 계속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차별주의자들도 동성애를 차별하는 게 아니라 법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면서 "하지만 사회권력에서 열세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차별하지말자는 명제를 설명해야한다는 현실에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또 "성적지향 문구를 빼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 문구가 빠진 국가는 거의 없다"며 "이 조항이 빠지면 차별금지법이 아니고 빼면 만들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조혜인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2016.6.28.대구 오오극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혜인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2016.6.28.대구 오오극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이 법이 표류되는 동안 2014년 국가인권위의 '성별정체성 차별 실태조사'에서 국내 성소수자 98%가 '혐오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면서 "폭언, 부당해고, 폭력 등 실질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20대 국회는 반드이 이 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UN 권고에도 소극적인 정부와 무관심한 국회가 더 이상 성소수자 혐오를 묵인하는 사회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리사회의 모든 차별을 금지하자는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10년동안 표류하고 있다.

법안명대로 성적지향, 정치성향, 출신지역, 인종차이, 장애여부, 출신민족, 신체조건, 혼인여부 등 모든 영역의 차별을 금지해 인간 존엄성을 구현하는 것이 이 법의 목표다.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이념을 실현하고 차별받는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평등으로 가는 여정은 험난하다.  

'차별금지법 반대' 기독교 신자와 이를 비판하는 시민(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차별금지법 반대' 기독교 신자와 이를 비판하는 시민(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UN 산하 '시민적정치적권리규약위원회(ICCPR)'는 2007년부터 2015년 11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했다. 그러나 이 법은 2016년 6월 현재까지도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에 더해 재계까지 이 법안 제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법무부는 UN 권고에 따라 정부 입법을 예고했다. 하지만 기독교단체가 반발해 법안은 폐기됐다. 2010년 4월에도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꾸리고 법 제정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역시 기독교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정부는 입법 시도를 아예 포기했다.

8회 대구퀴어축제 '자긍심의 퍼레이드'(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8회 대구퀴어축제 '자긍심의 퍼레이드'(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회도 법안 마련을 위해 여러 차례 입법 활동을 벌였다. 2012년 11월 국회의원 10명은 이 법을 공동발의했다. 2013년 2월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각각 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입법예고 기간 동안 번번히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 재계의 반대운동·사퇴운동 압박을 넘지 못해 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는 기독교단체의 반대에 무릎 꿇고 법안을 스스로 폐기했다.

2003년 노무현 정권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초기 법안 제정을 논의하고, 2007년부터 실체적 입법절차를 밟으며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10년째 법안은 제자리걸음이다. 성(性)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성적지향 조항에 기독교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는 게 주된 원인이다.

우리나라 대형교회를 주축으로한 근본주의 개신교세력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법이 제정되면 교리에 따라 동성애가 '죄'라고 가르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성적지향에 이어 정치성향 조항까지 포함되면 '종북게이'를 만든다는 논리까지 펼치고 있다. 재계는 학력과 병력 차별 금지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법안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대구퀴어축제에서 '파트너십법'을 홍보하는 정의당 피켓(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퀴어축제에서 '파트너십법'을 홍보하는 정의당 피켓(2016.6.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기독교단체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사무실로 항의전화 수 천통을 걸어 협박하고, 수 천만원짜리 신문광고까지 내 법 제정을 막고 있다. 또 서울·대구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권리 촉구 행사인 퀴어축제를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독교 신자 수 백여명은 거리 집회를 벌였다. 지난해 7월 대구퀴어문화축제 자긍심의 퍼레이드에서는 한 교회 장로가 인분을 던져 입건되기도 했다.

노골적인 혐오와 증오가 이어져도 정부와 국회는 일부 세력의 반대를 핑계삼아 법 제정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의당은 '파트너십법'과 '혐오표현 및 혐오범죄 처벌법' 등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유일하게 성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 제정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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