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세기...사드 배치설에 들끓는 칠곡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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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버린 땅", "빨리 떠나야지" 주민은 한 숨, 군수는 삭발..."진보·보수 떠나 옳고 그름은 따져야"


정부가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칠곡 왜관읍 캠프캐럴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전리 일대 3.2㎢, 100만평에 달하는 미군부대가 왜관읍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1960년부터 반세기 넘도록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왜관역에서 바라본 캠프캐럴 부대(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왜관역에서 바라본 캠프캐럴 부대(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캠프캐럴 후문에서 볼 수 있는 영어로 된 간판(2016.7.9. 왜관읍 석전리)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캠프캐럴 후문에서 볼 수 있는 영어로 된 간판(2016.7.9. 왜관읍 석전리)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부대 후문에서는 영어로 된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이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는 식당과 옷가게, 부동산, 공예품점 등이다. 곳곳에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도 걸려있다. 수십개 넘는 상점이 대부분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즘 이곳은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사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 중 칠곡군이 '최적지로 결론났다'는 보도가 나온지 나흘째 되는 날인 지난 9일. 옷가게를 하는 방광석(59)씨는 이날도 '사드'라는 말에 "빨리 떠야지"라며 한숨부터 쉬었다. 이어 "진보 보수를 떠나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며 "정부가 전자파 유해성이나 군사적 효과는 따지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비판했다.

수제 구두점을 하는 60대 남성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막겠냐"며 "여긴 이제 버린 땅이 됐다"고 말했다. "장사가 안 되서 있는 돈도 까먹고 있는 마당에 사드가 들어오면 사람들이 다 떠날 것"이라고 했다.

▲  "사드 안돼! 칠곡은 더 안돼!" 현수막이 걸린 왜관역 광장(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사드 안돼! 칠곡은 더 안돼!" 현수막이 걸린 왜관역 광장(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교사 손정현(53)씨가 왜관시장에서 사드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다.(2016.7.9.왜관시장)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교사 손정현(53)씨가 왜관시장에서 사드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다.(2016.7.9.왜관시장)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왜관에서 35년을 산 권장식(61)씨는 인근 빌라촌에서 트럭을 몰며 과일과 채소를 판다. 그는 "미군부대 때문에 먹고 산다는 말은 다 옛말"이라며 "이제 아파트 들어서고 좀 발전하려고 하는데 다시 그대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권씨는 "전자파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지만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국방에 필요한 무기는 맞다"면서 "그래도 지역 주민 의견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석전3리에서 식당을 하는 김영문(53)씨도 "사드가 들어오면 주변에 사람이 못 산다는데 꼼짝없이 나가게 생겼다"면서 "북한 도발에 대한 방어무기는 필요하지만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미군부대 중에 사드가 들어올 곳이 여기밖에 없다"며 "몸에 좋든 안 좋든 정부가 미국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부대 쪽과는 달리 시장 쪽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정부가 사드 국내배치를 확정하자 궐기대회도 예정돼 있었다. 가산면 다부리에 사는 교사 손정현(53)씨는 왜관시장에서 사드배치 반대 1인 시위를 하며 주민들에게 궐기대회 참여를 독려했다. 손씨는 "제대로 된 효용성 검증 없이 무작정 사드를 들여선 안 된다"며 "칠곡군민이 사드 배치를 한목소리로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칠곡배치 반대 궐기대회(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 칠곡배치 반대 궐기대회(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 칠곡배치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위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 칠곡배치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위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왜관역 앞에서 편의점을 하는 정상희(57)씨도 "시대가 많이 변했는데 아직도 지역 의견을 묻지 않는다"며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 장사 때문에 못 나가서 아쉽다"고 했다. 곽모(35)씨는 "미군부대가 왜관읍 한가운데 자리 잡아서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발전했다. 부대 때문에 군청 쪽은 발전이 멈췄다"며 "몇년 전 고엽제 때도 어영부영 넘어가더니 사드도 이렇게 당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반면 사드 국내도입과 칠곡배치 모두 찬성하는 주민도 있었다. 부대 후문에서 양복점을 하는 70대 박모씨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 사드 할애비라도 들여와야 한다"며 "북한과 중국이 나날이 커지고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데 가만히 당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30여년 전 이곳의 사진을 보여주며 "군부대 때문에 발전을 못했다고 하는데 이정도면 많이 발전했다"면서 "들여도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산에 배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드 칠곡배치 반대 궐기대회에 칠곡군민 3천여명이 참석했다.(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 칠곡배치 반대 궐기대회에 칠곡군민 3천여명이 참석했다.(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왼쪽부터) 백선기 칠곡군수,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이 궐기대회에서 삭발하고 있다.(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왼쪽부터) 백선기 칠곡군수,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이 궐기대회에서 삭발하고 있다.(2016.7.9.왜관역)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특히 칠곡군과 칠곡군의회를 포함한 지역 44개 단체가 참여하는 '사드칠곡배치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윤오)'는 이날 오후 4시 칠곡 왜관역 앞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열고 "칠곡 내에 사드를 배치해선 안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백선기 칠곡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 등 주민 3,500여명이 참석했다. 백 군수는 "그 동안 칠곡군은 미군부대로 인해 지역발전 저해와 고엽제까지 여러 피해를 받았다"며 "지자체와 주민 의견은 듣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의장도 "사드가 칠곡에 생겨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사드 칠곡 배치를 막기위해 삭발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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