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 뿌리고 도망간 총리...온몸으로 막은 주민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7.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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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대치 후 경찰병력 동원해 성주 빠져나가 / 주민들 "재검토도 못하다니...우릴 죽이고 가라"


성난 성주 주민들로부터 도망치는 황교안 총리(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난 성주 주민들로부터 도망치는 황교안 총리(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들에게 소화기 분말가루와 연막탄을 뿌리는 경찰(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들에게 소화기 분말가루와 연막탄을 뿌리는 경찰(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 성주 주민들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에 대한 황교안 국무총리 대답은  "대통령께 재검토 논의를 드려는 보겠다"였다. 사실상 아무 약속 없이 주민을 남기고 도망간 셈이다.

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15일 오후 12시부터 6시간가량 성주군청 옆 주차장 버스에 갇혔다. '사드 배치 철회 약속 없이 성주를 떠날 수 없다'는 주민 저항에 가로 막혀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 3백여명은 황 총리 일행이 타고 있는 버스 주변을 포위하고 확답을 촉구했다.

트랙터로 총리 버스를 막은 성주 주민들(2016.7.16.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트랙터로 총리 버스를 막은 성주 주민들(2016.7.16.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부 농민들은 트랙터 2대를 이용해 아예 총리 버스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길목을 차단했다. 한 농민은 대형 농약 분사기(포그)를 들고와 총리 차량에 살포 시도를 했다. 곧 경찰 2백여명이 총리 차량을 둘러싸 주민들과 대치했다. 주민들은 트랙터를 발언대 삼아 총리 차량을 앞두고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연좌농성을 벌이던 주민 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 5백여명가까이가 총리 차량을 둘러쌌다. 

(왼쪽부터)이재복 투쟁위공동위원장과 이완영 의원(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이재복 투쟁위공동위원장과 이완영 의원(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그 동안 주민들의 반발에 아무 답을 주지 않던 성주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이완영 국회의원이 주민들과 총리 차량이 있는 농성현장을 찾았다. 이 의원이 나타나자 주민들은 "새누리당을 즉각 탈당하라", "사퇴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의원은 "욕을 하려면 나에게 하라"며 "총리는 놓아주자"고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분노가 계속되자 이 의원은 주민과 총리의 협상을 제안했다. 곧 주민협상단 5명은 버스에 올라타 40분가량 사드 성주 배치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

총리와 논의 후 버스에서 나오는 주민협상단(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총리와 논의 후 버스에서 나오는 주민협상단(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후 5시 주민협상단이 버스에서 나오고 이들은 총리와 대화 내용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협상단에 들어간 주민 한혜주(38)씨는 "총리와 장관 모두 오늘 처음 성주를 왔고 배치 장소를 보자 주민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미국과 관계, 권한 없음을 이유로 철폐 여부를 답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에게 시간을 주면 대통령이 귀국하는대로 재검토 논의를 드려는 보겠다고 했다"면서 "모든 것은 대통령이 오고나서야 말할 수 있다는 답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통령한테 전화를 걸어 당장 답을 받으라"고 소리치며 "재검토도 안된다. 철회한다는 싸인을 당장 여기서 하라"고 요구했다. 총리의 답변으로 주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고 오후 5시 30분쯤 경찰병력은 13개중대, 1천여명으로 늘었다. 곧 경찰은 군청과 총리 버스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경찰들과 대치하며 "총리가 나와 직접 말하라"고 요구했다.

살포되는 소화기 분말가루(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살포되는 소화기 분말가루(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연막탄으로 뒤엉킨 주민, 경찰, 취재진(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연막탄으로 뒤엉킨 주민, 경찰, 취재진(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리고 총리 버스 앞 경찰들은 주민을 향해 미니소화기에 들은 분말가루를 살포했다. 연막탄의 하얀가루가 농성장을 뒤덮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격렬히 저항하는 주민들을 남겨두고 총리는 경호를 받으며 군청 뒷길로 빠져나가 군청 뒷마당 검은 세단에 올라탔다.

주민 3백여명은 총리와 장관의 도주를 막기 위해 경찰들과 대치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다시 소화액 가루가 주민들을 향해 분사됐고 차량 이동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온몸 저항이 시작됐다. 도로에 누워 차량 이동 경로를 막는가하면 길가에 있는 벽돌과 화분을 던지며 격렬하게 총리의 이동을 막았다.

총리 차량 앞에 누워 저항하는 주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총리 차량 앞에 누워 저항하는 주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들이 총리 차량을 막자 다시 분말가루가 뿌려졌다(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들이 총리 차량을 막자 다시 분말가루가 뿌려졌다(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주여자중학교까지 500m가량 이동한 차량은 다시 주민들에 막혔지만, 방패를 든 경찰이 주민들을 막아서며 총리와 장관은 오후 6시 30분이 돼서야 성주를 빠져나갔다. 한 주민은 "국가의 총리라는 사람이 쥐새끼마냥 국민에게 연막탄을 쏘고 달아났다"며 "이게 민주주의 국가인가. 차라리 죽이고 가라"고 분노했다. 한 60대 주민도 "총리가 사드만 남겨놓고 도망갔다"면서 "철회 없이는 대통령도 필요없다"고 말했다.

한편 성주 주민들은 이날 저녁 8시 성주군청 앞에서 나흘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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