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점 비틀고 흐리고 몰아가고..."오죽하면 기자 내쫓겠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7.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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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정부 입장 받아쓰기"ㆍ"말꼬리 잡아 소설" 성토..."MBC, '폭력·외부세력' 부각 취재요청" 주장도


(왼쪽부터)경북 성주군 주민인 이재동, 배윤호씨가 전국언론노조의 긴급 토론회에서 언론들의 사드 보도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2016.7.21.서울 프레스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경북 성주군 주민인 이재동, 배윤호씨가 전국언론노조의 긴급 토론회에서 언론들의 사드 보도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2016.7.21.서울 프레스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나를 만나지 않은 기자가 기사를 쓴다. 그러고 기자증 들고다닌다 부끄럽지도 않냐. 욕먹어도 싸다"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드 관련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에서 경북 성주군 가천면에 사는 60대 농민 배윤호씨는 언론을 향해 일갈했다. 그는 "고추밭에 농약 뿌리는 내가 외부 불순세력이냐"며 "성주는 벌써 토지거래가 중단됐고 주민과 행정 모두 일이 안되는데 이것도 님비냐"고 따져 물었다. 또 "기자들이 병든사회를 더 병들게 하고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도대체 언론이 뭘 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왼쪽부터)이대욱 SBS 공정방송실천위원장, 전규찬 한예종 교수, 성주 군민 이재동, 배윤호씨,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도건협 대구MBC 노조위원장, 권성훈 매일신문 노조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이대욱 SBS 공정방송실천위원장, 전규찬 한예종 교수, 성주 군민 이재동, 배윤호씨,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도건협 대구MBC 노조위원장, 권성훈 매일신문 노조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주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언론 보도에 대한 주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논점을 비틀고 흐리고 주민을 외부세력으로 몰아간 정황이 밝혀져 언론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KBS 사드 '외부세력' 강조 보도지침에 이어 서울MBC와 대구MBC의 보도 온도차, 지역민심을 외면한 중앙언론,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사드 괴담유포' 프레임, 종편(종합편성채널)의 '전문시위꾼' 여론전 등 '언론참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 내 전국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성주군민, 언론에게 묻는다'를 주제로 '사드 배치 논란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등 30여명이 참석했으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하교 교수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발제는 '사드 반대 국민 겁박하는 보수언론'을 주제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패널로는 이재동 성주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회 대외협력분과 위원, 주민 배윤호씨, 도건협 대구MBC 노조위원장, 권성훈 매일신문 노조위원장, 이대욱 SBS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사드 반대 주민 겁박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며 "신문, 방송, 종편의 시사토크쇼 모니터링 결과 한 마디로 정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자파, 외교문제, 효용성 등 검증 대신 논점을 비틀고 흐리는 괴담, 유언비어 프레임으로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현장의 언론 보도실태에 분노했다. 이재동 투쟁위 대외협력분과 위원은 긴 한 숨을 내쉬며 "나는 평생 농사짓고 산 성주 사람이지만 일부 언론사에 의하면 불순세력"이라며 "TV조선, 채널A는 말꼬리를 잡아 소설도 쓴다. 아예 고립시키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직하게 보도하는 매체는 조.중.동이 좌파언론 취급하고 권력을 지닌 대형매체는 거짓말만 한다"면서 "권언유착으로 5만 군민을 죽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군민들이 TV조선 기자를 현장에서 내쫓기까지 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건협 대구MBC 노조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건협 대구MBC 노조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성훈 매일신문 노조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성훈 매일신문 노조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역 언론인들은 중앙과 지역의 보도 온도 차에 대해 설명했다. 도건협 대구MBC 노조위원장은 "MBC 네트워크가 정상 작동했다면 외교·국방·절차 문제는 서울이, 현장 반응은 지역사가 보도했을 텐데 현재는 서울이 해야할 보도를 지역사가 한다"며 "서울 논조는 외부세력으로 바뀌어 군민 주장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MBC 전국부는 최근 폭력·외부세력 부각 취재협조 요청도 했다"면서 "우리가 거절해 서울이 자체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세월호처럼 사드 보도도 참사 수준"이라며 "정부 여당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공정보도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권성훈 매일신문 노조위원장은 "외부세력 개입으로 중앙언론들이 본질을 호도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성주 군민 안전 이슈는 어디 갔냐. 결국 국익에 밀려난 지방의 문제 아니냐. 전자파, 생명, 안전, 생존권, 절차상 문제가 핵심인데 중앙집권적 사고로 이 같은 논점은 찾아보기도 힘들다"고 질타했다.

이대욱 SBS 공정방송실천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대욱 SBS 공정방송실천위원장(2016.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이 불순세력이 주민을 선동하는 것처럼 몰아간다"며 "주민 외에 얘기하지 말라는 함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드는 국민 모두 얘기할 수 있다"면서 "세월호에 이어 성주도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KBS는 외부세력 보도지침을 내렸다"며 "방송법의 민주적 여론 형성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욱 SBS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은 "현장 기자들은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뉴스에서는 기계적 중립 수준으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이슈에 있어서 공영방송은 사장 선임권을 둘러싼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종북몰이 등의 논리가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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