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작은학교 '유가초' 통폐합조례 '통과' 시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7.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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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본회의 앞두고 류규하 의장 "상임위 뜻 존중" / 학부모·시민단체 "반교육적...부결"

"유가초를 살려주세요" 피켓을 든 시민(2016.7.25.대구시의회)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가초를 살려주세요" 피켓을 든 시민(2016.7.25.대구시의회)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가 달성군 유가면 '유가초등학교'를 인근 신설교로 통폐합시키는 조례를 26일 본회의에서 결국 통과시킬 것을 시사해 학부모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류규하(60.새누리당) 대구시의회 의장은 25일 시의회에서 열린 '작은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상임위원회(교육위원회) 뜻을 존중한다"며 "우리(대구시의회)가 그 동안 상임위에서 통과된 조례를 부결시킨 적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면 그 조례는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 의장이 '그 조례'라고 언급한 조례는 지난 21일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배창규)를 통과한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다. 이 조례안은 농촌지역 작은 학교인 유가초를 폐교시킨 뒤 근처 테크노폴리스에 오는 9월 1일 신설되는 '테크노4초등학교'로 유가초를 통폐합시키는 내용이다.

대구시의회는 오는 26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이 조례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류 의장 말대로 이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하면 유가면에서 유일하게 남은 유가초는 8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진다. 100여명의 전교생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금의 유가초보다 3.5km 더 떨어진 신설교로 등교해야 한다.

유가초 통폐합 조례에 대한 설명을 듣는 류규하 의장(2016.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가초 통폐합 조례에 대한 설명을 듣는 류규하 의장(2016.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유가초는 그동안 기존 입시교육이 아닌 텃밭 재배, 전교생 오케스트라 연주 등 다양한 교육 내용으로 운영됐는데, 인근 학교로 통폐합되면 이런 교육의 다양성이 박탈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절차상 문제도 있다. 교육청은 2014년부터 통폐합을 추진했지만 학부모들에게 어떤 내용도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동창회 동의를 구했을 뿐이다. 학부모들은 올 3월에서야 학교로부터 이 사실을 고지받았다.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자 대구교육청은 조례 입법예고 두 달전인 4월부터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2차례 열었다. 반발이 계속되자 급식·우유, 방과후교실, 오케스트라 무료지원도 제안했다. 이어 5월 18일에는 학부모 대상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통폐합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매뉴얼 때문이다. 그 결과 교육청은 "찬성 80% 유가초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 설문조사 문항에 "문제가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문문항 1번(이전통합 바람직)과 2번(이전통합 불가피), 3번(다수의견 따름) 응답이 사실상 '찬성' 의견으로, 4번(이전통합 반대) 응답만 '반대' 의견으로 처리해 공평하지 못한 조사라는 것이다. 때문에 유가초 학부모들이 따로 서명운동을 펼친 결과 재학생 학부모 83명 중 48명이 '통폐합 반대서명'에 동참했다. 정확히 57.8%가 반대한 셈이다.

김수옥씨가 류 의장에게 유가초 통폐합 반대 이유를 설명 중이다(2016.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수옥씨가 류 의장에게 유가초 통폐합 반대 이유를 설명 중이다(2016.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발 이유는 또 있다. 교육부 권고안에 따르면 면소재지 학교는 60명 미만만 통폐합 대상이다. 유가초는 전교생은 현재 114명으로 통폐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구와 창녕 경계 지점인 달창지역에서 등교하고 있는 어린이는 현재 통학버스로 26km를 이동하는데 신설교로 통폐합되면 통학거리가 더 멀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신설교 개교 석달 전인 지난달 7일 조례 입법예고를 공지했다. 논란 속에 교육위는 지난 21일 상임위에서 이 같은 문제로 교육감을 질타했다. 하지만 질타가 무색하게 표결없이 조례를 합의 통과시켰다. 학교명을 '유가초'로 이어가는 대신 주소만 변경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바꿨다. 

이와 관련해 유가초 통폐합 반대 학부모 대책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교조대구지부 등 11개 단체가 참여하는 '작은학교살리기 대구공동대책위(공동대표 서승엽, 임성무, 이주호, 김수옥)'는 25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상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 이 조례안은 명백히 무효"라며 "작은학교 폐교는 반교육적 행위로 대구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이 조례를 부결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초 통폐합 조례 부결 촉구 기자회견(2016.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가초 통폐합 조례 부결 촉구 기자회견(2016.7.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수옥 유가초 학부모모임 대표는 "통폐합에 문제가 많다고 교육위 위원들도 인정해놓고 막상 표결없이 조례를 통과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햇다. 임성무 대책위 공동대표는 "학생 수가 적다고 작은학교 폐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면서 "교육청이 안되면 시의회라도 막아야 하는데 의지가 없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현재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된 인천은 인천시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문제를 풀고 있고, 전북교육청은 아예 교육청이 '가고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슬로건으로 '작은학교 지키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북교육청도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영주초등학교 통폐합을 추진했다 학부모 반대로 무산시켰다.

유가초는 1933년 개교 후 30여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였다가, 대구시교육청이 4년 전 '대구행복학교'로 지정하면서 입시교육 대신 문화예술과 자연활동 등 '슬로우교육'을 벌여 학생수가 114명으로 4배가까이 늘었다. 이후 교육부 상을 수상하고 교육청 소규모학교 우수사례로도 뽑혔다.

한편 작은학교살리기 대구대책위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대구시의회 본회의 전 조례 부결 촉구 피켓팅을 벌이고 10시 본회의 방청 뒤 조례가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시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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