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에 켜진 촛불 한 달..."우리는 한반도 사드 철회를 원합니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8.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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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제에서 '세계 평화'로, 성주에서 전국·미국으로 확산...정의당 '사드 청문회' 약속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위한 경북 성주군 주민들의 촛불이 한 달째 켜졌다.

정부가 성주를 '사드배치 최적지'로 발표한 지난달 13일부터 매일 1천여명의 주민들은 군청 앞에서 "사드 아닌 평화"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성주의 "사드 철회" 목소리는 '성주배치 반대'에서 '한반도 배치 반대',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한 평화 집회로 번졌다. 성주에서 시작한 평화 집회는 서울, 대구, 경북 등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오는 15일에는 미국에서도 진행된다.

'한반도 사드철회'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진 피켓(2016.8.11.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반도 사드철회'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진 피켓(2016.8.11.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은 촛불집회에 그치지 않고 서울 국방부, 국회, 청계광장에서 1인시위, 왜곡보도 언론 불매운동, 사드관련 읍·면 단위 방문교육, 새누리당 탈당계 받기 등을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 나비'를 옷에 달고, '한반도 사드철회'의 뜻이 담긴 피켓과 현수막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들은 한 달째 생업을 버려둔 채 다양한 모습으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백악관 10만청원 서명을 달성했다. 전체 5만이 안 되는 성주군 주민들은 미국정부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야3당에 백악관 청원운동 동참을 호소했고, 대구 치맥축제를 비롯해 서울, 부산 등 전국을 다니며 홍보했다. 개설 30일 내에 10만명을 달성하면 백악관이 공식입장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주민들의 30일차 촛불집회(2016.8.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주민들의 30일차 촛불집회(2016.8.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1일 저녁 사드 철회를 위한 성주 주민들의 서른 번째 촛불집회가 성주군청 앞에서 열렸다. 어김없이 주민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자나깨나 사드반대", "앉으나 서나 평화실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대구, 경기 부천, 경북 영주 등에서도 시민들이 참석해 성주 주민들을 격려하고 함께 사드철회 목소리를 냈다.

영주에서 온 김창호(50.하망동)씨는 "경북은 지역 정서 때문에 사드찬성 여론이 많지만 조금씩 반대여론이 많아지고 있다"며 "지역에 그치지 않고 평화실현을 위한 주민들의 싸움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온 방형민씨도 "한 달째 사드철회를 위해 촛불을 든 주민들을 지지한다"며 "외부세력, 제3부지 등 왜곡과 분열 시도 등에도 흔들리지 말고 싸워 달라. 멀리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국방부의 '제 3후보지 검토' 발언과 새 부지에 대해 쏟아지는 언론보도에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재복 정영길 백철현 김안수)'는 "분열 시도"라며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만을 원한다"고 일축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도 "투쟁위가 삐걱거리고 못미덥더라도 군민은 이들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전하는 게시판(2016.8.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전하는 게시판(2016.8.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은 한 달째 이어온 싸움에 자부심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피로도를 느끼기도 했다. 성주읍에 사는 김경안씨는 "지역문제로 시작한 촛불집회지만 주민들이 사드에 대해 자세히 알면서 평화집회로 발전했다"면서 "성주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3부지를 언론에 흘려 분열을 조장한다. 조급함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선남면 주민 손호택씨는 "주민들은 일손을 놓고 사드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별다른 진전이 없어 막막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입장을 바꿀 것 같지도 않다"고 털어놨다.

촛불집회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를 비롯해 김종대·추혜선 의원, 이영재·박창호 대구경북 시·도당위원장 등 20여명은 성주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은 정치권에 "사드 철회"를 위한 압박을 촉구했다. 최근 야3당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성주를 방문해 주민들을 격려하고 국회청문회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정의당 김세균 공동대표, 심상정ㆍ김종대ㆍ추혜선 의원...정의당은 이들을 비롯한 20여명의 당직자가 성주를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2016.8.11.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왼쪽부터) 정의당 김세균 공동대표, 심상정ㆍ김종대ㆍ추혜선 의원...정의당은 이들을 비롯한 20여명의 당직자가 성주를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2016.8.11.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국회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주민(2016.8.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국회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주민(2016.8.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군민들이 아무리 사드배치의 부당성과 졸속행정을 정치권에 이야기해도 아무런 결과가 없기 때문에 낙심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국회차원에서 군민들만큼 실천하고 고함쳐주면 안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인 투쟁위 실무기획팀장도 "이 싸움이 얼마다 더 갈지 모른다. 끝이 안 보인다"며 "많은 분들이 '국가가 하는 일을 어떻게 막느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심상정 대표는 "정치권이 바로하지 못해 주민들에게 큰 짐을 지게 했다. 면목 없다"며 "빠른 시일 내 여당을 압박해 특위를 구성하고 청문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김종대 의원도 "주민들의 촛불에 국민뿐 아니라 미국도 놀라고 있다"면서 "충분히 잘 대처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도 국방부, 교육부, 청와대에 단호히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투쟁위는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성밖숲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연다. 이날 대회에는 주민들의 사드철회 의지를 보이기 위해 815명 삭발식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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