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끌어내고 발표한 성주군수의 '사드 3부지 요청'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8.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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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막힌 주민 2백여명 거센 반발..."주민 뜻과 다른 3부지 요청은 무효, '철회' 변함없다"


군수의 제3부지 요청에 반발하다 쫓겨나는 주민 이재동씨(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군수의 제3부지 요청에 반발하다 쫓겨나는 주민 이재동씨(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군수님 안됩니다. 살려 주십시오. 군민들 목소리 안들리십니까. 받아들이시면 안됩니다"

22일 오전 10시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한 성주 주민은 김항곤 성주군수를 향해 이 같이 외쳤다. 김 군수가 이 시간 기존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읍 성산포대가 아닌 성주 내 제3후보지를 국방부에 요청하기 위한 성명 발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다.

군수의 발표를 막으려다 경찰에 끌려나오는 주민(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군수의 발표를 막으려다 경찰에 끌려나오는 주민(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오전 9시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급히 군청으로 모여 들었다. 그러나 이미 1층 입구와 로비에는 3백여명의 경찰병력과 성주군 공무원들이 주민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주민 50여명은 로비와 2층 군수실 앞에서 "제3부지 검토 요구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일부 주민들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제3부지 검토 요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경찰병력과 공무원에 의해 몸이 들려 밖으로 끌려나갔다. 장내에는 사드를 찬성하는 몇몇 보훈단체와 성주군 공무원, 취재진, 경찰병력만 남았다. 이후 김 군수는 성명 발표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사드 제3부지 검토 요청 기자회견 중인 김항곤 군수(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 제3부지 검토 요청 기자회견 중인 김항곤 군수(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군수 발표에 항의하는 성주 주민(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군수 발표에 항의하는 성주 주민(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자 한 40대 여성 주민이 방청석에서 일어나 "군수님 안됩니다. 군민들 생각하세요. 그 동안 우리 함께 싸웠잖아요. 철회해야합니다. 제3부지 검토는 성주 사드 유칩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 주민 역시 한 공무원의 "끌어내"라는 지시와 함께 경찰에 몸이 들려 기자회견장 밖으로 쫓겨났다. 곧 김 군수는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주민들의 아우성과 발길질 소리를 외면한 채 성명서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국가 없는 국민은 없다. 국가 안보에 반하는 무조건적 반대는 파국"이라며 "성주 심장 성산포대는 안된다. 성산을 제외한 적합한 장소를 대통령과 국방부가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성산포대 아닌 제3의 장소로 해 군정을 원상 복구하겠다"면서 "무조건적 반대와 분열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이완영 국회의원과 배재만 군의회의장(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이완영 국회의원과 배재만 군의회의장(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3부지 요청 기자회견에 군수와 함께 자리한 보훈단체 인사들(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3부지 요청 기자회견에 군수와 함께 자리한 보훈단체 인사들(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군수 옆자리에는 이완영 국회의원과 배재만 군의회의장이 섰다. 이 의원은 "이렇게 싸우다간 그대로 성산포대에 배치되고 남는 게 없다. 이미 성주로 결정한 사드를 어디 다른 시·군으로 보내겠다는 말이냐"며 "제3지역을 말씀하신 대통령 성원에 감사한다. 성주 결정에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제3부지 장소와 반대 주민 설득에 대한 기자들 질문이 뒤따랐다. 김 군수는 "제3부지 장소는 국방부와 협의할 것이다. 반대하는 군민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20분간 회견 후 김 군수와 이 의원 등 보훈단체 인사, 공무원들은 뒷문으로 대강당을 빠져나갔다.

군수가 떠난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주민(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군수가 떠난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주민(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 동안 회견장 출입이 막힌 주민 2백여명은 그제서야 대강당으로 들어왔다. 단상을 향해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지만 이미 군수는 떠난 뒤였다. 취재진들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왜 제대로 보도하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일부 주민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곧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재복 정영길 백철현 김안수)'와 주민들은 같은 장소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군수 성명을 반박했다. 이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주민 뜻과 다른 제3부지 검토 요구는 원천무효"라며 "성주 사드 철회에는 변함이 없다"고 외쳤다.

성주투쟁위의 제3부지 요청 무효 선언 기자회견(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주투쟁위의 제3부지 요청 무효 선언 기자회견(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은하 투쟁위 대변인은 "주민들은 40여일 동안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군수는 주민 뜻과 달리 사드를 유치하려 한다"며 "군수를 규탄한다. 군수의 기자회견 발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수인 실무기획팀장은 "이 사람이 우리 군수인가. 민주주의는 절차이고 과정이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효다. 주민의 뜻을 받들지 않은 오늘 발표는 원천적으로 무효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규 홍보분과 실무위원은 "주민 뜻에 반해 군수가 일방적인 기자회견으로 제3부지 검토 요청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야3당의 사드 특위, 전국에 퍼지고 있는 촛불과 함께 이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배치 결사반대 피켓을 든 주민들(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배치 결사반대 피켓을 든 주민들(2016.8.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륜면 주민 김충환(56)씨는 "몇몇 보수단체 동의만 받아 제3부지 검토를 요청하는 것은 명분 없는 행위"라며 "제3부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그곳도 성주기 때문에 수용불가"라고 했다. 이어 방청석 주민들은 "사드 찬성파와 새누리당은 투쟁위에서 제외시키고 투쟁위를 재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때문에 이날 오후 2시 군청에서 열리는 투쟁위 회의에서 해당 위원들은 주민 요구를 안건으로 상정한다. 대신 주민 배윤호(가천면.60)씨, 김충환씨를 '촛불대표'로 투쟁위에 들어가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오는 25일이나 26일 미국 대사관에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서한 전달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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