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구만 아니면? 새누리당 의원들 상상초월 멘탈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 입력 2016.08.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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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던 이완영, 김천으로 옮겨가자 "빠른 시일 내 추진돼야"… 국정원 출신 이철우 "원점 재검" 주장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좁은 국토에서 전방과 후방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배치 지역의 ‘희생’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방부의 제3 후보지 검토에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동안 국방부의 입장 번복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왔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성주·김천의 사드 반대 시위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 온 국민이 누린 평화는 접경지역 등 군사시설이 밀집된 지역주민의 희생에 힘입은 것”이라며 “대한민국 안보는 온 국민이 함께 책임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 포천을 포함해 서해 NLL 인근 섬과 김포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강조하며 성주와 김천에도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국방부에 대해서도 “사드에 대해 지난 2년 간 소극적으로 일관해오다가 갑작스레 배치 지역을 발표했다. 지역 주민 반대가 심해지자 배치 지점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황당한 대목”이라며 “허둥대지 말고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칙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두달 간 새누리당 의원들도 국방부 발표 만큼이나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가 사드 배지 지역 발표를 갑자기 앞당겨 발표했던 지난 7월13일 대구·경북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의원들이 연서명한 기자회견문에 “우리 지역으로 결정되는 것에 대해 시도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배치 지역에 대해서는 한반도 방어의 최적지임을 전 국민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 결정에 반대를 표한 것이다.

이 기자회견문에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진박 초선 곽상도·정태옥·김석기·장석춘 의원 등을 비롯해 김광림 정책위의장, 박명재 사무총장, 최고위원이 된 조원진 의원 등도 이름을 함께 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자회견장에는 당시 사드 배치 유력지로 떠올랐던 경북 성주 지역구의 이완영 의원과 이철우 의원, 강석호 의원이 참석했다.

(왼쪽)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2016.7.15.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 방문 때 주민들의 반발을 만류하는 모습)과 이철우 의원(2016.8.24. 김천사드반대결의대회 당시 발언 모습)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2016.7.15.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 방문 때 주민들의 반발을 만류하는 모습)과 이철우 의원(2016.8.24. 김천사드반대결의대회 당시 발언 모습)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방부는 이 기자회견 4시간여 후 예고됐던 경북 성주 성주포대를 사드 배치 최적지로 발표했다. 성주 군민의 반발이 극심해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제3 후보지’ 이전 배치를 언급한다. 국방부와 성주군은 성주군내 롯데그룹 소유의 한 골프장을 제3후보지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골프장은 성주군청 등 성주군 생활권보다 생활권이 경북 김천시 생활권과 더 가깝다. 이완영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사드 배치는 빠른 시일 내에 추진돼야 한다”며 “국민이 핵을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사는데 너무 편안하게 살아와 미스테리”라고 사드 조기 배치라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것은 이철우 의원이다. 사드 영향권에 놓이게 된 김천 시민이 반발하고 나서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철우 의원의 발언이 꼬이고 있다. 이철우 의원은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부 홍보가 부족했고 이런 우려를 안보 관계자에게 충분히 전달했다”고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제3 후보지가 유력해지자 이철우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말이 성주지 김천 담장이다. 성주 민가는 하나도 해당이 안 된다”며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철우 의원은 “정부가 주민을 충분히 설득하고 홍보해야 한다”던 입장에서 한 달여 만에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배치 지역과 일정을 절대 보안해 달라”는 입장으로 변경했다.

이철우 의원은 24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 결사반대 범시민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오래 전부터 주민을 설득하고 충분한 이해를 한 다음에 배치 지역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어제(23일)도 국방부 장관에게 제3후보지는 주민이 오케이 할 때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민 동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의원 말이 하루 만에 또 바뀌었다.

말바꾸기 논란이 이어지자 이철우 의원은 26일 성명을 내고 “오해”라며 “사드 배치를 꾸준히 찬성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지역구민 뜻을 받들기 위해 사드를 반대한다면 당연히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의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 입장도 바뀌었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 명은 26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강행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드 배치 당위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초당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며 “대구경북 초선의원들은 600만 대구경북시도민의 단합을 바탕으로 안보와 국방태세와 관련해 국회가 초당적 협력을 만들어 내는데 지속적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지난달 13일 이완영·이철우·강석호 의원 기자회견문에 이름을 올렸던 곽대훈·각상도·김석기·김정재·이만희·장석춘·정태옥·최교일·이만희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으로서는 사드 관련해 처음 입장을 밝힌 백승주·정종섭·추경호 의원을 제외한 이들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지역민 의견을 우선했던 입장에서 주민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미디어오늘] 2016-8-28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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