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이중장부'로 급식비 수 억원 '횡령' 의혹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0.06 10: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제보자 "단가올리기·허위구매로 2012년에 4억원 빼돌려" / 희망원 "모르는 일" / 대구시 "특별감사"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대구광역시립희망원이 '이중장부'를 만들어 한 해에 급식비 수 억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익명의 내부 제보자는 희망원에서 작성된 급식비 이중장부와 수기장부 등 각종 내부 자료 원본과 희망원 내부에서 벌어진 비리를 제보하는 투서를 지난 8월 지역 시민단체에 보냈다. 이 시민단체는 최근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희망원에 대한 인권유린뿐 아니라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이 투서를 공개하고 대구시와 사법당국에 희망원을 고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장애인지역공동체 등 41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희망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익명의 제보를 통해 희망원의 당시 회계과장과 식자재 납품업체 간에 작성한 이중장부를 입수했다"며 "이를 분석한 결과 2012년 생계비(식비)에서 연간 약 4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내부제보자가 제보한 '이중장부' 스캔본 중 일부분 / 자료 출처.대구대책위
내부제보자가 제보한 '이중장부' 스캔본 중 일부분 / 자료 출처.대구대책위

제보자가 제공한 자료는 2012년 2~11월까지 희망원이 식자재 납품업체 Y사와 C사 등 2곳과 거래한 124장짜리 장부 원본 스캔 파일이다. 장애인과 노숙인 등 희망원에 사는 1,500여명의 급식비 내용이다. 월별로 업체명과 재료 품명, 수량, 단위, 단가, 공급가액 등이 적혀 있어 언뜻보면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제료 품명 옆 수량과 단위, 단가, 공급가액이 2번씩 적혀 있고 그 액수도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2012년 3월 Y사와 거래 장부를 보면 단가 5,500원 혼합잡곡 531kg에 공급가액 81만9,500원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같은 줄 옆에는 수량 382kg, 단가 6,800원, 최종 공급가액 361만800원이라고 나와 있다. 수량은 줄었지만 단가가 늘면서 최종 구입비가 4.4배나 폭증했다.

실제 납품단가와 청구된 납품단가가 다르고 단가와 수량도 없이 청구된 금액까지 있어 '이중장부' 의혹을 사고 있다. 이른바 '단가올리기', '허위구매' 방식으로 급식비를 '횡령'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처럼 2012년 10개월치 장부에서 드러난 남품단가 차액만 두 업체 모두 더해 월 평균 3천만원 이상이다. 10개월간 모두 3억1,500여만원이며 연간으로 환산하면 4억여원에 이른다.

특히 제보자는 장부뿐 아니라 같은 시기 희망원 조리원들이 수기로 적은 식재료 구입 내용도 보냈다. 2012년 9월 14일 한 조리원이 수기로 적은 식재료 장부를 보면 김치 135kg에 '계산은 180kg으로 청구함'이라고 나와 있다. 9월 15일에도 김치 165kg에 '계산은 210kg으로 청구함'이라는 글씨가 있다.

제보자가 투서한 희망원 조리원들이 작성한 수기 장부 사본 중 일부 / 자료 출처.대구대책위
제보자가 투서한 희망원 조리원들이 작성한 수기 장부 사본 중 일부 / 자료 출처.대구대책위

제보자는 장부에 동봉한 투서에서 "희망원에서 자행된 비자금 조성 내역 일부"라며 "대구천주교회가 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희망원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아주길 바라며 자료를 보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대책위는 6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횡령 의혹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천주교가 36년 위탁운영 하며 내부제보자에 의해 드러난 횡령 의혹 1년치 식대비만 4억"이라며 "시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장애인시설의 비리를 더 이상 방관해서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필요하면 고발이라도 해야 한다"며 "희망원의 의혹을 두고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의혹 해결 촉구 기자회견(2016.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의혹 해결 촉구 기자회견(2016.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박정봉 대구희망원 원장은 "모른다. 잘 모르는 일"이라며 "그들이 주장하는 자료와 투서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진위여부도 알 수 없다. 시 감사를 받으면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시 감사관실은 같은 날 오전 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희망원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를 예고했다. 대구시는 오는 10일부터 한 달 동안 대구희망원에 대한 전반적인 특별감사를 펼친다.

대구시는 1958년 복지시설 희망원을 설립해 20년간 운영했다. 이어 1980년 '재단법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58년간 운영을 위탁했다. 최근에는 이 곳에서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조사를 벌여 폭행, 사망사건, 노동착취 등의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대구시립희망원 글라라의집에 사는 한 중증장애인(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희망원 글라라의집에 사는 한 중증장애인(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희망원(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희망원(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