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인권유린, 천주교는 진실을 숨기지 마십시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0.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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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계산성당서 '운영주체, 대구대교구 해명·책임' 촉구 / 희망원 "죄송", 교구 "이번 주 입장 낼 것"


"실낱같은 희망으로 호소합니다. 진실을 은폐하지 마십시오. 가톨릭이 책임지고 진상규명 하십시오"

10일 오후 대구 계산성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권택흥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 같이 말하며 희망원 비리 의혹에 대해 천주교가 직접 해결할 것을 호소했다. 

계산성당 앞에서 희망원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들(2016.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계산성당 앞에서 희망원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들(2016.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희망원 인권유린 의혹에 대해 시민사회가 대구시와 희망원뿐 아니라 위탁 운영재단인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에 해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41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10일 계산성당 앞에서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인권유린과 비리는 일차적으로 운영재단이 책임질 문제"라며 "대구천주교는 하느님과 시민들에게 계속되는 의혹에 대해 스스로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는 지난 3년동안 희망원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대구시와 희망원에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희망원 운영주체인 '대구대교구(재단법인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를 한 계산성당은 대교구교구의 주교좌 성당으로, 대구에 현존하는 가장 오랜된 성당일 뿐 아니라 1981년에 사적 제290호로 지정된 대구 천주교의 상징적인 곳이다.

현재까지 희망원에서 불거진 인권유린 의혹은 생활인 사망, 폭행, 횡령, 강제노동, 착취, 부정선거, 문서파쇄 등이다. 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4년부터 2년8개월간 생활인 129명이 숨졌다. 전체 생활인 1,214명 중 10.6%에 이른다. 타 시설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사망률이다. 

대구희망원 인권유린 대구천주교 규탄 집회(2016.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희망원 인권유린 대구천주교 규탄 집회(2016.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희망원 거주 생활인들이 퇴직한 부원장 가사도우미나 정문 경비, 구내식당과 병원 간병인 등으로 강제노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1천원도 안돼는 시급을 받고 임금을 착취당한 사실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또 희망원 생활인을 폭행한 직원 김모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윤모씨는 벌금 1백만원에 처해졌고 나머지 직원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급식품 납품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한 내부제보자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희망원은 2012년 한 해 동안만 단가올리기와 허위구매 등의 수법으로 4억원에 가까운 급식비를 횡령한 의혹을 사고 있다. 또 2002년 대선을 비롯해 10여년간 각종 선거에서 장애인들의 투표를 도운 직원과 참관인 등 기표도우미들이 장애인이 지지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 투표했다는 '부정선거'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은 2014년부터 제기됐다. 내부제보자 투서가 대구시, 언론사, 시민단체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대구시 공무원 친인척들에 대한 특혜채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징계시효가 끝난 4명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런난 2명을 뺀 3명만 당시 견책 처분을 받았다. 또 오히려 문제를 제기 한 노조 조합원이 징계를 받았고, 급식업체만 4천여만원을 환급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투서는 또 다시 이어졌다.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대주교 주교좌 성당 계산성당(2016.10.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대주교 주교좌 성당 계산성당(2016.10.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8월 다시 2차 조사를 했고 오는 11일부터는 3차 조사를 진행한다. 국민의당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현장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국감에서 추가로 비리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대구시는 10일부터 한 달동안 희망원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손혜영 대구시 보건복지국 팀장은 "천주교가 운영해 모두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특감에 들어갔으니 철저하게 조사하고 부족하면 기간도 연장할 것이다. 단호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희망원은 지난 7일 '최근 의혹이 제기된 사항들에 대한 희망원의 입장' 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생활인 인권침해 사항의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고발자 보호 등 공익제보에 따른 내부시스템을 마련토록 준비할 것"이라며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활성화해 생활인 인권을 신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홈페이지를 통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사 결과 발표 후 본원의 공식적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는 내용의 공지도 발표했다.

그러나 대구대교구는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조환길 대주교는 10일 현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6년 추계정기총회'에 참석 중이다. 대구대교구 비서실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주보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광역시립희망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대구광역시립희망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한편 대구시는 1958년 달성군 화원읍에 대구시립희망원을 설립해 20년 가까이 운영하다 지난 1980년 '재단법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운영을 위탁했다. 희망원은 정부와 대구시로부터 매년 1백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현재 이 곳에는 장애인과 노숙인 1,200여명이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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