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들, 자사 희망원 보도에 대자보 "참담, 부끄럽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0.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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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41기 이하, 편집국에 항의성명 게재 "편집 절차 무시한 일방적 교구 해명기사...편집권 독립"


"참담하고 부끄럽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매일신문 처지가 편집권 독립이 헛구호가 된 현실이 괴롭다. 저임금과 살인적 노동강도에도 매일신문 이름 아래 버틴 자존감도 떨어졌다"

13일 대구시 중구 계산동 매일신문사 건물 3층 복도와 편집국에 이 같은 글귀로 시작되는 대자보가 걸렸다. '<매일신문> 편집국 41기 이하 일동' 명의로 작성된 대자보는, 최근 대구광역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 의혹과 관련한 자사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편집국 기자들의 사측에 대한 항의 성명이다.  <매일신문>은 대구희망원과 같이 '재단법인 천주교 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 소유한 언론사다.

<매일신문> 기자들이 사내에 게재한 대자보(2016.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일신문> 기자들이 사내에 게재한 대자보(2016.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대자보에서 문제 발단이 된 지난 10월 8일자 <매일신문> 1면 '시립희망원엔 1,500여명이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라는 기사에 대해 "지난 1년간 침묵으로 일관한 희망원 문제에 대한 첫 보도가 일방적인 해명기사였다"며 "해당 기사는 희망원 홈페이지에 그대로 연결됐고 매일신문은 순식간에 시민사회 비난을 뒤집어썼다. 진흙탕 싸움에 스스로를 내던진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보도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월 11일 열린 편집국장 주최 간담회에 대해서는 "교구와의 종속적인 관계만을 확인했을 뿐 참으로 실망스러웠다"면서 "교구의 입장 대변이 언론 윤리와 매일신문 구성원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태 본질은 교구 입장 대변 기사가 1면에 실린 게 아니라 기사가 실리기까지 사실관계 확인, 취재, 게이트키핑(Gate Keeping.언론사 이슈 선택.검열 기능) 등 정상적 편집·제작과정이 철저히 무시된 것"이라며 "편집권 독립은 온데간데없고 언론윤리 존재 이유와 사회적 책무도 지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매일신문> 10월 8일자 1면(종합)
<매일신문> 10월 8일자 1면(종합)

특히 "매일신문은 대구대교구 사적재산이 아니다"면서 "언론은 공적기관이며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는 대구경북 500만 독자에 대한 의무, 약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톨릭을 향한 '자기검열'에 매몰돼 찍소리 못한 기자들 잘못도 있다.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때문에 "매일신문 젊은 기자들은 매일신문을 진정한 언론으로 다시 세우기를 바란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편집국장 공식 사과 ▷신문 편집 방향에 대한 구성원들과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 소통기구 마련 ▷편집권 독립을 해치는 일방적 취재 지시와 기사 누락에 대한 임원진과 편집국장의 재발방지 대책 ▷희망원 등 교구와 관련한 문제를 언론 윤리에 입각해 처리할 것을 사측에 촉구했다.

매일신문의 한 기자는 "희망원 의혹 사실 여부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로 불거진 신문의 편집 독립성을 지키는 게 더욱 절실한 요구"라며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안된다. 그런 마음으로 젊은 기자들이 성명을 쓴 것이다. 내부에서 건강한 비판이 되는 조직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 계산동 매일신문사와 바로 옆 계산성당(2016.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중구 계산동 매일신문사와 바로 옆 계산성당(2016.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희망원은 '재단법인 천주교 대구대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로 대구시와 수탁계약에 따라 대구대교구가 위탁운영한다. 2014년부터 거주인 사망, 폭행, 강제노동, 임금착취, 부정선거, 급식비리 등 의혹으로 대구시 특별감사, 국가인권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국감 도마에도 올랐다.

때문에 희망원에 대해 매체 대부분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중 유료부수 1위인 <매일신문>이 소극적 보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희망원과 비슷한 대구지역의 한 사회복지시설 비리에 대해 <매일신문>이 열흘 가까이 강도 높은 비판성 기사와 사설을 7차례나 실은 것과도 비교된다.

이 가운데 <매일신문>은 지난 8일자 1면에 희망원 해명성 기사를 전면에 실어 시민사회의 비난을 샀다. 특히 <매일신문>도 희망원과 같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이 소유해, 시민사회에서 "결국 사내 문제를 감싸는 것 아니냐", "언론의 중립성을 잃었다"는 등의 비난을 샀다.

희망원 보도에 대한 <매일신문> 기자들의 대자보 전문(2016.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희망원 보도에 대한 <매일신문> 기자들의 대자보 전문(2016.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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