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기조차 민망한 역사"...대구 예비교사들의 시국선언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11.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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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 800여명 "교육과 민주주의 총체적 위기, 박근혜 물러나라"...전국 35개 교대·사범대 공동선언


박근혜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에 이어 대구교대 학생들도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대구교대 학생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2016.11.3.대구교육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교대 학생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2016.11.3.대구교육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교육대학교 총학생회(회장 김태환)은 3일 오후 대구교대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는 지금, 예비교사로서 이를 지켜낼 책임이 있다"며 "교단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는 참된 스승의 길을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교대와 경북대 사범대학을 비롯한 전국 35개 교육대·사범대 학생회가 '전국 예비교사들의 시국선언'에 함께 했으며 현재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참여 서명을 받고 있다. 대구교대에서도 이날까지 전체 학부생 1,700여명의 절반에 가까운 8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지난달 28일 경북대를 시작으로 안동대, 영남대, 대구대, 계명대 등에서 계속되고 있다. 또 교수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하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지역 대학가에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구교대 학생 3백여명이 참석했다(2016.1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구교대 학생 3백여명이 참석했다(2016.1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민주주의와 참된 스승의 길을 위한 대구교대 학생들의 시국선언(2016.1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민주주의와 참된 스승의 길을 위한 대구교대 학생들의 시국선언(2016.1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국가시스템이 마비되고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다. 민주주의가 파괴돼가는 시국"이라며 "예비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기조차 민망한 부끄러운 역사이자 두고볼 수 없는 총체적 민주주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는 많은 이들의 우려와 저항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소규모학교 통폐합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교육부터 민주주의까지 어느 것도 책임지지 않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비선실세를 앞세워 국정농단을 벌여왔다. 박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일 일부 재학생들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학내 게시판에 붙였다. 홍진희(특수통합교육.13학번)씨를 비롯한 학부생 35명은 '교육 불가능의 나라, 예비교사들이 요구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과 개별 시국선언을 통해 현 정부와 최근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했다.

앞서 학생들이 붙인 시국선언문 / 사진제공.대구교대 홍진희(특수통합.13)씨
앞서 학생들이 붙인 시국선언문 / 사진제공.대구교대 홍진희(특수통합.13)씨

이들은 "304명 차가운 바다 속에 숨을 거뒀고, 한 나라의 역사를 하나의 시각으로 보려했다. 청년들에게는 빚만 안겼으며 노동자, 농민의 호소에는 물대포로 답했다"며 "사람보다 이윤을 중시한 국가 운영으로 박근혜 정권 아래 국민들은 한 번도 국가의 주인으로 존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도 민주주의가 붕괴된 이 정권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로 민주주의와 참된 교육이 실현되는 나라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시국선언은 현재 허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에 의해 떼어진 상태다.

"민주사회를 위한 참된 스승의 길을 걷다" 피켓을 들고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예비교사들(2016.1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참된 스승의 길을 걷다" 피켓을 들고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예비교사들(2016.1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태환 대구교대 총학생회장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며 "민주주의는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이념이다. 박 대통령 하야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학생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다은(사회교육.14)씨는 "국민이 투표로 뽑은 한 나라의 책임자가 국민이 아닌 최순실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 온 동안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렸다"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청년들이 먼저 분노하고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유림(수학교육.16)씨도 "정의와 불의 가운데 중립을 내세워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눈감는 것과 같다"며 "예비교사이기 전 사회 구성원으로 정의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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