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쫓아낸 영남대 교수들, 다시 '박근혜 하야' 시국선언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1.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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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170명 시국선언·학생 3백여명과 교내 행진 "최태민 일가의 30년전 학내비리 재현...단죄해야"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행진 중인 영남대 교수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행진 중인 영남대 교수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정농단으로 영남대 이름에 먹칠한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고 새누리당도 해체하라"

8일 오후 경상북도 경산시 영남대학교(총장직무대행 김진삼) 중앙도서관 앞에서 교수, 학생 등 영남대 학내 구성원 3백여명이 과거 영남대 이사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하야' 촉구 시국선언을 했다.

1988년 학내민주화 시절 영남대 구성원들은 '박근혜 그림자'로 알려진 고(故) 최태민(최순실 아버지)씨의 의붓아들 조순제씨의 영남대 부정입학, 법인 재산 팔아치우기 등 각종 부정과 비리가 드러나자, 당시 영남학원 박근혜 이사를 재단에서 쫓아낸 전적이 있다. 그리고 30여년만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자 이들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남대 교수 170인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많은 인파가 모였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교수 170인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많은 인파가 모였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국을 걱정하는 영남대학교 교수 170인'은 8일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을 했다. 이승렬 영문학과 교수 등 17명이 주도한 이번 영남대 교수 시국선언은 지난 주부터 정규(110명)·비정규직(60명) 교수들의 서명을 받아 모두 17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대통령은 국민 대표로서 국민을 대신해 통치한다'는 우리 국민의 믿음이 무너졌다"며 "언론이 보도하고 대통령이 시인한 것만 봐도 더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순실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최순실에게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들도 대거 동참했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자회견에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들도 대거 동참했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최순실은 대통령을 앞세워 자녀 학교 문제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개입해 사리사욕을 채웠다"면서 "우리가 지켜 온 헌정 질서가 무너졌고 나라와 국민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연설문 작성 개입에 그치지 않고 문화, 외교, 안보 분야의 여러 정책과 인사에까지 걸쳐 있음이 드러났다"며 "최순실 일당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사유화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통치 능력을 상실했다"며 "국가 위기를 관리해야할 대통령이 국가 위기 자체가 됐다. 문제 근원은 최순실이 아니다. 비선 실세를 걷어내도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순실은 물론 그에 기대 호가호위한 인물들을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태 출발이자 원인인 대통령도 즉각 하야해야 한다"며 "방조하거나 은폐한 새누리당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영남대는 박 대통령이 한때 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몸담았던 학교"라며 "당시에도 최태민 일가의 부정비리로 영남대가 황폐해지는 것을 지켜본 기억이 있는 우리는 이 사태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현 시국을 엄중히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초 교수들만의 시국선언으로 진행되기로 한 이날 기자회견은, 영남대에서 흔치 않은(?) 광경에 5백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지지를 보내며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하고 뒤이어 진행된 교내 행진에도 동참했다. 이들은 중앙도서관에서 시작해 정문 시계탑까지 20분가량 함께 행진하며 "박근혜 하야", "학교 먹칠한 박근혜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게 나라냐' 피켓을 들고 교내를 행진하는 학생(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게 나라냐' 피켓을 들고 교내를 행진하는 학생(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같은 영남대 교수들의 대규모 시국선언은 매우 오랜만이다. 지난 2009년 2월 이명박 정권이 영남학원 재단정상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영남대 재단이사 4명에 대한 추천권을 주자, 정지창 교수 등 원로교수 40여명은 "부정비리 구 재단의 복귀"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또 같은 해 6월 '광우병 촛불시위 억압',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 '용산참사' 등을 이유로 대구경북 교수 312명이 시국선언을 했을 당시 영남대 교수 50여명도 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승렬 교수는 "우리 대학과 박 대통령은 다른 대학과 달리 더욱 특이한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시국선언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만약 최근 영남대와 관련한 각종 정권차원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임이 밝혀질 경우에는 이것보다 더 큰 규모로 시국선언을 하고 학생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시계탑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영남대 교수들과 학생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계탑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영남대 교수들과 학생들(2016.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와 박근혜 대통령 인연은 아주 오래됐다. 박 대통령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7년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 합병해 영남종합대학을 발족시켜 '영남학원' 법인을 만들었다. 1981년에서 2011년까지 정관에는 박정희가 '교주'(현재는 설립자로 변경)로 명시돼 있었다.

전두환 정권은 '교주 유가족'을 이유로 박 대통령을 이사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학생과 교직원 반발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8년간 평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1988년 비리로 국정감사를 받고 영남학원 다른 이사들과 함께 사퇴했다. 이후 20년간 영남대는 관선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영남대를 '관선임시이사 해제 사학'으로 지정했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사학분쟁조정위를 통해 정상화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사분위는 '설립자 유가족'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이사 추천권을 줬다. 박 대통령은 이사 7명 중 우의형(법무법인 렉스 대표변호사)이사장과 강신욱(전 대법관), 박재갑(서울대 의과대교수), 신성철(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사 4명을 추천했었다. 현재 영남대는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을 만들고 새마을포럼을 여는 등 각종 새마을사업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편, '영대생 시국선언단'도 지난 10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을 했다. 1차 시국선언에는 학생 107명이 참여했었다. 선언단은 현재까지도 시국선언 동참 서명을 받고 있으며 오는 11일 오후 12시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제1차 영남대 시국대회 '박근혜 하야HEY!'를 연다.


영남대학교 교수 시국선언문 전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대신해 통치한다. 오랫동안 우리 국민의 자부심이었던 이 믿음이 무너졌다. 언론이 보도하고 대통령이 시인한 것만 놓고 봐도, 대한민국은 더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순실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최순실에게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최순실은 대통령을 앞에 세우고 자녀의 학교문제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개입해 사리사욕을 채웠다. 우리 모두가 애써 지켜 온 헌정 질서가 무너졌고, 나라와 국민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연설문 작성 개입에 그치지 않고, 문화, 외교, 안보 분야의 여러 정책과 인사에까지 걸쳐 있음이 드러났다. 최순실 일당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사유화했으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스스로 버렸고 책임을 망각했다. 참으로 경악스럽고 참담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치 능력을 상실했다. 국가의 위기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이 이제 국가의 위기 자체가 됐다. 문제의 근원은 최순실에게 있지 않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 실세를 걷어낸다고 해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최순실은 물론, 그에 기대어 호가호위한 인물들을 솎아내고 단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법 절차일 뿐이다. 이 모든 사태의 출발이자 원인인 대통령은 즉각 하야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왔으면서도 이 사태를 방조했거나 은폐해 온 새누리당 지도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영남대학교는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몸담았던 학교이다. 당시에도 최태민 일가의 부정·비리로 영남대가 황폐해지는 것을 지켜 본 기억이 있는 우리는 이번 사태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앞으로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현 시국을 엄중히 주시한다.

우리는 강력히 촉구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
· 여야의 양심적 정치인과 시민사회 대표들로 구성되는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하라.
·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2016년 11월 8일

시국을 걱정하는 영남대학교 교수 170인 일동

01 강광수 정치행정대학 행정학과
02 강길호 문과대학 언론정보학과
03 강미숙 이과대학 대학원 화학과
04 구유진 의과대학 산부인과
05 구춘권 정치행정대학 정치외교학과
06 권순학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07 권재균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08 김기석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09 김문주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10 김세환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11 김소현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12 김숭현 디자인미술대학 시각디자인학과
13 김영수 정치행정대학 정치외교학과
14 김인성 생활과학대학 가족주거학과
15 김정군 경영대학 경영학과
16 김정무 경영대학 경영학과
17 김창수 문과대학 유럽언어문화학부
18 김태일 정치행정대학 정치외교학과
19 김학노 정치행정대학 정치외교학과
20 김현준 법학전문대학원
21 김혈조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22 김혜란 문과대학 유럽언어문화학부
23 김혜정 법학전문대학원
24 김화영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25 남기철 디자인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26 남두현 약학대학 약학부
27 도현학 건축학부
28 류호용 디자인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29 문상혁 상경대학 회계세무학과
30 문준성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31 민주식 디자인미술대학 미술학부
32 박승희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33 박의호 생명응용과학대학 생명공학과
34 박장민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35 박종국 경영대학 회계세무학과
36 박주원 정치행정대학 정치외교학과
37 박태경 경영대학 경영학과
38 박홍규 기초교육대학 교양학부
39 백찬욱 문과대학 유럽언어문화학부
40 서완석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41 서인석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42 송병렬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43 신기운 디자인미술대학 교육대학원
44 신동화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45 안의진 문과대학 언론정보학과
46 양종렬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47 유시욱 이과대학 생명과학과
48 윤우성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49 윤종욱 문과대학 유럽언어문화학부
50 윤희억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51 이강옥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52 이광오 문과대학 심리학과
53 이수환 문과대학 역사학과
54 이승렬 문과대학 영어영문학과
55 이승진 음악대학 기악과
56 이용기 생명응용과학대학 식품경제외식학과
57 이윤주 사범대학 교육학과
58 이윤형 문과대학 심리학과
59 이준영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60 이창언 문과대학 문화인류학과
61 이청규 문과대학 문화인류학과
62 이추희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63 이현진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64 임완혁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65 장갑수 이과대학 생명과학과
66 전  인 경영대학 경영학과
67 정달현 정치행정대학 정치외교학과
68 정병기 정치행정대학 정치외교학과
69 정병석 문과대학 철학과
70 정봉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71 정용국 디자인미술대학 교육대학원
72 정은진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73 정인성 문과대학 문화인류학과
74 정재완 디자인미술대학 시각디자인학과
75 조응순 음악대학 음악과
76 조임영 법학전문대학원(법과대학 법학부)
77 조현주 문과대학 심리학과
78 주형일 문과대학 언론정보학과
79 최  환 문과대학 중국언어문화학과
80 최명선 이과대학 물리학과
81 최소인 문과대학 철학과
82 최연숙 문과대학 유럽언어문화학부
83 최은영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84 최종수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85 최현일 공과대학 건설시스템공학과
86 최현철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87 한도흥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88 한상권 디자인미술대학 미술학부
89 황도삼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이상 89명 외 20명 합계 109명

비정규교수노조 시국선언 참여자 명단
강기호 철학과
강미정 약품개발연구소
강선아 미술사학
권동우 국어국문
권미숙 국어국문
권성인 기계공학
권오근 철학과
김경란 유럽언어문화학부
김경은 언론정보
김기수 미학미술사학
김남규 한문학
김미정 국어국문
김시용 체육학부
김외현 영어영문
김용섭 철학과
김윤미 독어독문
김임미 영문학과
김태근 사회학과
김현생 국어국문
김희영 역사학과
남상권 국어국문
노영신 영어영문
류희식 국어국문
문석배 시각디자인
민승기 심리학과
박문석 법학부
박미리 식품영양학과
박지웅 경제금융학부
박형범 유럽언어학부
배정호 철학과
손호건 불어불문
신미섭 중국언어문화학과
양재열 역사학
육종석 서양화
이경미 경영학
이경희 국어국문
이광우 역사학과
이명주 법학부
이병훈 역사학과
이송평 정치외교
이승은 사회과학연구소
이영철 역사학과
이용일 역사학과
이우철 법학부
이은정 문화인류
이인선 심리학
이정식 체육학부
이정은 국어국문
이태영 유럽언어문화
임정기 철학과
정남희 국어국문
정원철 영어영문
진현선 의류패션
채광수 역사학과
최문기 체육학과
최병해 국어국문
최재혁 생명공학
하윤주 회화과
하재철 독어독문
허증 역사학
(나머진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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