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스스로 포기한 총장직선제...무너진 대학 자율성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11.11 18: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론 / 1순위 김사열 교수 "구성원 전원 참여하는 직선제·교육부 권한 축소" 제시...법률적 지적도 나와


정부가 2년 넘게 공석이던 경북대학교 총장을 2순위 후보자로 임명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학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교육부 규탄 피켓을 든 경북대 교수들(2015.9.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교육부 규탄 피켓을 든 경북대 교수들(2015.9.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교수ㆍ의사ㆍ변호사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대경전단협)'와 '두:목회(매주 두 번째 목요일 사회적 이슈 강연을 여는 대구시민모임)'는 10일 저녁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빼앗긴 대학 자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박병춘 계명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경북대 1순위 총장후보자인 김사열(생명과학부) 교수와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장, 시사평론가 전계완씨가 참석해 경북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비롯한 대학자율성 침해과정과 법적·사회적 대응방안 등을 토론했다.

'빼앗긴 대학 자율'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2016.11.10.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빼앗긴 대학 자율'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2016.11.10.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사열 교수는 "군사독재시절뿐 아니라 1987년 이후에도 대학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총장직선제 폐지와 교수성과급제 도입 등 두 가지 기틀을 마련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 이를 시행하는 동안 국립대는 손 놓고 있다 그대로 당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거점 국립대 가운데 경북대가 가장 먼저 총장직선제를 포기하고 간선제를 택했다. 재정지원에 무너진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간선제인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선거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2년 넘게 이유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하다 2순위자를 임명했다.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곳은 경북대 뿐"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 총장 1순위 후보자 김사열(60) 교수(2016.11.10.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경북대 총장 1순위 후보자 김사열(60) 교수(2016.11.10.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전국 42개 국립대 가운데, 정부가 총장임명제청을 하지 않은 대학은 경북대, 한국체육대, 공주대, 방송통신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등 6곳이다. 또 대통령이 2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한 학교는 경북대, 충남대, 경상대, 한국해양대, 순천대 등 5곳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너진 대학자율성 회복을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직선제와 ▷교육부 권한 축소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4만여명의 경북대 구성원 전체가 투표하면 대통령도 마음대로 못할 것"이라며 "보다 민주주의 정신에 가까운 직선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교육부 예산의 70%가 선심성 예산이고 기본적 예산은 30%에 불과하다"며 "대학이 교육부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육부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에서 마지막 총장직선제였던 지난 2010년 함인석 전임 총장 선출 당시 '경북대학교 총장후보자선출세칙'에 따라 선거권을 갖고 있던 구성원은 8백여명의 전임교수와 이들의 12%에 해당하는 교직원(10%)·학생(2%)이었다. 2013년 간선제로 바뀐 후에는 48명의 총장추천위원회(내부인사 36명, 외부 12명)의 투표로 선출된다.

경북대 본관(2016.8.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경북대 본관(2016.8.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경북대를 비롯한 국립대 총장임명 문제에 대한 법률적 지적도 나왔다.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모든 법적다툼은 국가 임용권자의 권한과 대학자유 사이에서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며 "김사열 교수의 1심은 대학자율성 본질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판결을 했고, 공주대·방송통신대 2심의 경우 총장임명은 기관 내부 의사결정으로 보고 패소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교육부의 처분이 위법한 것인지, 임용제청권자의 권한 내에 있는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교육공무원임용령에서도 2명 이상을 추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2순위자 임명은 법적 권한 내에 있다고 볼 가능성도 있어 전망은 어둡다"고 했다. 때문에 "법적 구제보다는 정치적 행위가 필요하다"며 동문과 구성원들이 단합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잘못된 것이 오래가면 굳어져 새로운 법률해석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재추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 중인 총추위원들(2016.8.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재추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 중인 총추위원들(2016.8.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사열 교수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용제청거부 취소소송은 현재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20일 2년 2개월째 공석인 경북대 총장으로 2순위 후보자인 김상동(수학과) 교수를 임명하면서 김 교수의 2심은 무의미하게 됐다.

앞서 교육부는 2014년 총추위가 선출한 총장후보자(1순위 김사열 교수, 2순위 김상동 교수)의 임용제청을 거부해왔다. 2년 뒤인 지난 8월 교육부 요청으로 총추위는 같은 후보자들을 재추천했고,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국무회의를 거쳐 2순위 김상동 후보를 경북대학교 제18대 총장에 임명했다.

이에 교수와 학생들은 총장임명를 비롯한 시국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과 1인시위, 시국선언과 시국대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총학생회(회장 박상연)은 김상동 총장 임명자에게 재신임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또 지난 7월 경북대 학생 3천여명이 총장 부재사태에 대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다음달 1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